LA에 와서 시즌 첫승을 따낸 서재응의 투구모습. <김영수 기자>
코리안 메이저리그 도전사에 기록될 하루였다. 사상 처음으로 3명의 선발투수가 같은 날 메이저리그 경기에 등판한 날 유일한 타자 최희섭은 장쾌한 선제 투런홈런 축포를 쐈다. 김병현과 서재응은 뒤늦게 시즌 첫 승의 감격을 맛봤고 ‘맏형’ 박찬호는 다소 부진했으나 팀 승리와 후배들의 선전에 얼굴을 폈다. 이날 ML 코리안전사들의 소속팀은 모두 승리를 따내 ‘코리안의 날’을 ‘승리의 날’로 만들었다. <김동우 기자>
BK 첫출격 승전보 5이닝 1안타 무실점
모든 수리와 정비를 마치고 마침내 실전에 투입된 ‘한국산 핵잠수함’이 첫 출격에서 멋진 승전보를 보내왔다.
보스턴 펜웨이팍에서 벌어진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와의 홈 더블헤더 1차전에 올 시즌 첫 선발 등판한 김병현(25·보스턴 레드삭스)은 5회까지 안타와 포볼 1개씩만을 내주고 삼진 2개를 뽑아내며 무실점으로 호투, 레드삭스의 4-0 승리를 견인했다. 어깨 고장으로 올 시즌을 부상자명단에서 시작한 김병현은 이날 수비실책이 2개나 나왔음에도 불구, 시종 예리한 구위로 별 어려움없이 5이닝을 가볍게 막아내 부상에서 완전 회복됐음을 입증했다. 그는 아직 스태미너가 100% 회복되지 않은 것을 우려한 코칭스탭이 투구수를 제한하는 바람에 5이닝동안 70개(스트라익 44개)의 공을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병현의 시즌 첫 승을 가능케 한 최고 도우미는 좌타자 거포 데이빗 오티스였다. 오티스는 김병현이 5회까지 이날 예정됐던 투구수를 채워 등판을 마친 5회말 2사후 데블레이스 선발 빅터 잠브라노로부터 0-0의 평행선을 깨는 결승 투런홈런을 터뜨려 김병현에게 첫 출격 승리를 안겨줬다. 이 홈런이 아니었다면 김병현은 5이닝 무실점의 빛나는 투구에도 불구, 빈손으로 마운드를 내려올 뻔했다. 레드삭스는 김병현에 이어 팀 웨익필드(6회) 등 3명이 다음 4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마무리, 합작 완봉승을 거두고 3게임 연속 셧아웃 행진을 이어갔으나 더블헤더 2차전에서 1회 2점을 내줘 무실점 행진은 막을 내렸다.
서재응 시즌 첫승 6.1이닝 6안타 1실점
서재응(26·뉴욕 메츠)이 고대하던 시즌 첫 승을 LA에서 따냈다.
29일 다저스테디엄에서 벌어진 LA 다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서재응은 6⅓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곁들이며 산발 6안타 1실점으로 호투,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패 뒤 첫 승을 따낸 서재응은 방어율을 5.06(종전 6.60)으로 낮췄다.
미국 진출 후 처음으로 남가주 한인팬들 앞에서 마운드에 오른 서재응은 트레이드마크인 컴퓨터 제구력이 살아나며 고비에서 다저스 중심타자들을 잘 잡아낸 데 힘입어 쾌승을 거뒀다.시즌5번째 선발등판에서 첫 승을 따낸 서재응은 2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부진한 출발을 극복하고 팀 로테이션의 주축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1회 1사 2루, 3회 2사 1, 3루에서 다저스의 주포인 밀튼 브래들리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브래들리, 숀 그린, 폴 로두카의 다저스 클린업 트리오를 8타수 무안타로 꽁꽁 묶은 것이 경기를 쉽게 풀어간 원동력이 됐다. 공격에서는 카림 가르시아가 3회초 다저스 선발 제프 위버로부터 투런홈런을 뽑아내는 등 2타점 2득점의 활약을 보이며 서재응 승리의 넘버 1 도우미 역할을 했다.
1, 3회 실점위기를 넘기며 3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벌이던 서재응은 4회 2사후 후안 인카나시온에 2루타, 에이드리언 벨트레에 적시타를 맞고 이날 유일한 실점을 했다. 다음 2이닝을 안타없이 잘 넘긴 서재응은 7회말 선두 벨트레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알렉스 코라를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고 왼손투수 마이크 스탠튼과 교체됐다.
최희섭 시즌 8호
본즈 앞에서 홈런 시위…ML 4위
최희섭(25·플로리다 말린스)이 이틀 및 3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슬러거 배리 본즈앞에서 ‘코리안 빅맥’의 만만치 않은 파워를 시위했다.
샌프란시스코 SBC팍에서 벌어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최희섭은 4회초 2사 주자 1루에서 자이언츠 선발 제롬 윌리엄스로부터 센터 펜스를 넘어가는 선제 투런홈런을 터뜨려 0의 균형을 깼고 결국 말린스가 접전끝에 4-3으로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전날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에서 9회 승부에 쐐기를 박은 3점포를 터뜨린 데 이어 이틀 연속이자 3경기 연속 홈런으로 시즌 8호째. 나머지 타석에서는 안타가 없어 4타수 1안타에 그친 최희섭은 타율이 0.288로 다소 내려갔으나 2타점과 1득점을 보태 시즌 15타점과 12득점을 기록했다. 말린스는 이날 3-3 동점이던 9회초 마이크 로월의 결승솔로홈런으로 4-3으로 승리하며 최희섭이 홈런을 친 경기에서 불패행진(7승)을 이어갔다.
홈런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거포 본즈앞에서 먼저 홈런시위를 한 것은 최희섭이었다. 첫 타석에선 맥없이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4회 2사후 투런아치를 그려 본즈에게 ‘고추장 타법’의 매운맛을 선보인 것. 물론 홈런에 관해서라면 누구에게도 물러서지 않을 본즈가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6회 솔로홈런으로 응수, 생애통산 668호이자 시즌 10호 홈런을 터뜨리며 홈런 단독선두로 뛰쳐나간 것. 하지만 말린스는 7회 라몬 카스트로와 9회 로월의 솔로홈런으로 2점을 보태 8회말 2점을 만회한 자이언츠를 4-3으로 따돌리고 승리, 가장 중요한 승리는 최희섭의 품에 안겼다.
박찬호도 팀은 승리
4.1이닝 7안타 6실점
메이저리그 ‘코리안사단’의 맏형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가 또 다시 시즌 2승 도전에 실패했다.
캔사스시티 코프맨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캔사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선 박찬호는 올 들어 처음으로 5회를 넘기지 못하고 4⅓이닝동안 7안타 2포볼로 6실점(자책점 4)하며 이날 경기에 나선 코리안 스타들 가운데 유일하게 부진, ‘옥의 티’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레인저스가 로열스와 타격전 끝에 9회초 홈런 2방으로 3점을 뽑아내며 9-7 역전승을 거둬 박찬호 역시 이날 코리안팀 불패 퍼레이드에는 동참할 수 있었다. 승패를 기록하지 않아 시즌 1승3패를 유지한 박찬호는 방어율만 5.19에서 5.64로 올라갔다.
박찬호는 이날 81개의 투구수 가운데 50개가 스트라익일만큼 공격적인 투구를 했으나 구위가 위력적이지 못해 2회를 제외하고는 매회 안타를 맞고 실점을 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4삼진 가운데 3개가 스탠딩 삼진일만큼 삼진을 잡을 때는 제구력과 구위가 상당히 예리했으나 1회말 카를로스 벨트란에게 홈런을 맞은 볼이 한복판에 약간 높게 들어가는 밋밋한 배팅 연습용 직구였던 것처럼 제구력이 들쭉날쭉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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