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5일 세금보고 마감일이 올해는 한국총선 뉴스에 가려 조용하게 지나갔다. 다들 잘 보고하였는지, 특히 목회자와 크리스천들은 신앙양심에 비추어 정직하게 보고했는지 궁금하다.
지난 2월말 택스 시즌을 앞두고 LA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일간지 광고를 통하여 ‘세금보고를 정직하게 합시다’라는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다. 교회에 대하여, 교인에 대하여, 일반납세자에 대하여, 각기 다른 내용으로 호소한 이 광고는 ‘교회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교회의 세금보고는 면제되지만 교역자와 직원에게 지불되는 모든 인건비는 세무당국에 보고토록 되어 있습니다. 교회는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여 교회를 범법의 주체로 만들거나 해당자들로 탈세자가 되게 하는 이중적 위법행위를 하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작년에 기윤실이 개최한 건강교회포럼에서 ‘한인교회의 회계처리’에 관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거기서 허성규 회계학교수와 조만연 CPA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거의 모든 한인교회들이 심각한 수준의 회계분식을 하고 있다. 분식회계란 숫자상의 조작으로 보고서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탈세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그런데 교회 분식회계의 대표적인 예가 인건비, 특히 담임목사 사례비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인교회들은 재정보고서에서 담임목사에게 지급하는 월급 총액이 얼마인지 도무지 알아볼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있다. 돈사용을 ‘은혜롭게’ 보이기 위하여, 가급적 적게 지급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하여, 여러 항목으로 분식하거나 속이는 일이 관례화되어 있는 것이다.
한 교회의 2002년 결산보고서를 실례로 들어보자. 1년동안 담임목사에게 지급된 돈의 내역이 사례비, 휴가비, 유틸리티, 도서비, 연장교육비, 건강보험료, 연금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렇게 하면 교회가 실제로 목사에게 지급한 총액은 한달 평균 5,300달러인데, 사례비만 보면 3,600달러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많은 목사들이 이에 대해서만 세금보고를 하는 것이다. 목사들의 ‘월급 외 수당’은 이외에도 주택비, 차량운영비, 당회장 활동비, 연구비 등 종류도 다양한데, 주택보조비를 제외한 목회자의 모든 수입은 납세 대상이므로 모두 다 정확하게 보고해야만 한다.
내가 존경하는 목회자 중에 김충국 목사님이 계시다. 33년전 도미해 나성충신교회를 개척하고 20여년간 시무한 후 은퇴했는데 한평생 정직하고 원칙에 벗어나지 않는삶과 목회를 이어온 분이다. 김 목사님은 다른 한인 노인들처럼 700여 달러의 웰페어를 받지 않고 거의 2배인 1,355달러의 소셜 시큐리티 연금을 받는다. 이유는 목회생활 내내 정확하게 세금보고를 했기 때문이다. 미국 온 후 처음 받았던 월급 400달러로부터, 은퇴시 2,000달러쯤 되었던 마지막 월급까지, 받은 액수 그대로를 한 푼도 틀림없이 세금보고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은퇴 후 자동적으로 연금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동년배 목사들은 “왜 당신만 그렇게 많이 받느냐”고 자꾸 묻는다고 한다. 젊은 시절 세금보고를 안 했거나, 했어도 다 줄이고 아주 적게 받은 것으로 보고한 그들은 극빈자 보조비인 웰페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왜 교회들은 목회자가 은퇴하면 ‘은퇴비’조로 목돈을 챙겨 주거나, 집을 사주거나, 매달 연금이나 생활비를 지급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평소 목회자가 세금보고를 정확히 했다면 은퇴 후에도 다른 일반 성도들과 똑같이 자신이 납부한 세금에 따라 적립된 소셜 시큐리티 연금을 받고, 그 한도 내에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왜 교회들은 자진해서 불법을 택하고, 자진해서 부정한 길을 만들어 사회와 신자들의 불신을 얻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성경은 세금에 관하여 매우 명료한 예수님의 말씀을 기록하고 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는 구절이다. 한 마디로 정부에 내야할 세금은 정부에 내고, 교회 헌금은 따로 하라고 가르친 것이다.
성도들은 정부에 탈세한 돈으로 교회에 헌금하고, 교회들은 그 헌금의 사용에 대해 다시 정부에 탈세한다면, 한국교회는 집단적으로 성경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탈세 공동체가 되는 셈이다.
목회자들이 먼저 솔선하여 정직하게 세금보고를 하고, 성도들에게도 정직하게 보고하도록 가르치는 교회가 늘어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내년부터는 교회를 향하여 정직하게 세금보고하라고 호소하는 신문광고가 없어지기를 바란다.
정숙희<부국장 대우·특집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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