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 휘<소설가>
꽝! 길가에 가만히 서 있는 차를 들어 받았다. 그와 동시 얼굴이 핸들에 부딪치고 옆 좌석에 앉아있던 사람도 어! 어! 하다 앞 대시보드에 이마를 부딪치고 말았다.
여보세요! 괜찮으세요?
자동차 유리문을 탁탁치는 소리에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자동차 시동도 꺼지지 않고 있었다. 핸들을 잡고있던 경희 오른발에 쥐가 날 정도로 브레이크만 꽉 밝고 있었다.
경희는 미국 들어 온지 5년이 되었지만 아직 운전을 못하고 있었다. 남편도 경희한테 다시 운전 연습을 하라는 말을 안하고 있었다. 일년이 지난 후 경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운전 학원에 가서 한번 배워보면 어떨까요?
당신 운동신경이 둔하고, 기계 공포증이 있는 것 같아.
전 운동신경 안 둔해요. 고등학교 때 농구 선수생활 했어요.
좀더 생각해 봐요.
경희는 처음엔 어디에 무엇을 팔고, 무엇을 살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라 남편과 함께 다녔다. 그래서 운전 못하는 것이 그리 불편한 줄 모르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경희 혼자서 쇼핑해야할 일이 생기고 있었다. 아무리 남편이라고 하지만 같이 가서 물건을 산다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었다. 어떤 때는 남편보고 저쪽에 가 있으라고 하고 경희 혼자서 급히 사오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남편과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래서인지 경희한테 아이가 들어서지 않고 있었다. 병원에가 진찰했지만 자궁에 이상이 없고 남편도 건강하다고 했다. 경희 남편은 고등학교 때 이민와 여기서 대학까지 공부를 마쳤다. 지금은 IBM 회사에 다니고있다. 한 사람의 수입으로 두 식구가 생활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경희가 미국 들어왔을 때 남편은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었다. 경희는 그런 환경에서 생활했지만 사람이 활동을 못하고 있으니 게으르고 마음은 옹졸해져 가고 있었다.
여보, 저 직장 다니면 안 될까요?
무슨 직장?
한 블록 위에 한국 분이 살고있어요. 그분이 자기 회사에서 사람을 모집하는데 한번 응해 보라고 해요.
어떤 일을 하는데?
PC보드에 트랜지스터를 꼽는 일 이라고 해요. 그리고 다른 일도 있다고 해요.
당신 운전을 못 하잖아.
집이 가까우니까 같이 다닐 수 있다고 해요.
한번 생각해봐요.
남편은 즉시 답을 안 하면 반대인 동시 다시 거론할 수 없다는 것을 살면서 알았다. 한 이웃에 있고, 이 사회를 알 수 있는 좋은 찬스를 일격에 거절당해 자존심이 상하였다. 경희는 농구경기에서 볼을 가지고 상대선수를 뚫고 바스켓에 공을 넣을 수 있는 작전을 생각해 냈었다.
여보, 저 할 이야기가 있어요?
무슨 일인데. 목에 힘까지 주고있어.
미국 생활 2년이 넘도록 운전도 못하고, 직장도 못 다니고 이렇게 집에만 못 있겠어요. 일을 나가게 하던지, 운전을 배우게 하던지 둘 중 하나라도 하게 해줘요.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경희는 말을 중단하고 남편을 똑 바로 바라본다.
차라리. 어떻게 하겠다는 거요?
정신 병원으로 보내주세요.
병원?
네, 병원에 가서 완전 미처 버리고 싶어요.
경희 남편은 슬며시 소파에서 일어났다. 건너편에 앉아있던 경희를 꼭 껴안아 준다.
내. 미처 생각을 못했소. 이웃집 아줌마와 같이 일 다니도록 해요.
경희는 그렇게 3년을 전자회사에 잘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큰 일이 생겼다. 같이 다니던 바니 엄마가 6개월 후 남편 직장관계로 미시간 주로 이사를 간다고 하였다.
미시즈 정. 이번 기회 운전을 배워요. 남편이 허락 안 하면 몰래 배워요. 요즘 해도 길잖아. 퇴근 후면 될 거야.
바니 엄마. 할 수 있을까요?
일하는 것 보니 운동신경도 둔하지 않고 능력도 있어 보이던데 한번 해봐.
그럼 한번 해볼까.
그래 해봐 될 거야.
경희는 DMV가서 필기 시험을 봤다. 만점을 받았다. 운전 학교로 전화를 걸었다. 운전 학원에서 직접 집으로와 두 시간씩 연습을 해 준다고 했다. 조교는 50대 후반의 경상도 남자였다.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는 디로 놓고, 그 다음에 발을 액셀레이터 위에 올려 힘을 천천히 주보이소.
무서워요.
옆에 보조브레이크를 밟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소.
경희는 조교의 발을 한번보고 액셀레이터에 힘을 가했다. 육중한 쇠뭉치가 천천히 움직이다. 조금더 힘을 주었다. 그 만큼 차는 더 빨리 앞으로 달려간다.
우와!
경희는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 이것이 바로 자유고, 나란 존재가 살아있다는 참 행복이란 것을 처음 느껴본다. 경희는 속도를 줄이기도 하고 조금더 빨리 가는 연습을 계속하였다.
자 이번엔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는 피에 놓고, 핸드브레이크는 위로 잡아당기고, 시동 끄고. 이제 되었소.
경희는 집에 돌아와서 저녁준비를 하는데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동안 너무 웅크리고 있었던 자신이 밉기도 하였다.
미시즈 정. 운전은 잘되 가고 있어?
네. 내일 시험 보려 갈려고 해요.
벌써? 난 쑥 맥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구나, 아무튼 잘 되었어. 꼭 합격할거야. 내일 시험보고 연락 해줘.
경희는 긴장된 마음으로 핸들을 잡고 있었다. 시험관이 차트를 들고 차 문을 열고 앉았다. 이름을 묻고 이것저것을 물었다. 시험관이 출발하라는 말을 했다. 경희는 수많은 관중이 바라보고 있는 농구장에서 바스켓에 볼을 던져 넣듯이 호흡을 조절하면서 시동을 걸고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얼마 가다 차 사이에 사이드 파킹을 하라, 장소를 옮겨 스트레이트 파킹을 하라, 그렇게 운전을 하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당신 운전시험 합격되었습니다. 아주 잘 했습니다.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경희는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시험관한테 하였다. 경희는 자기 힘으로 이 지구 끝까지라도 갈 수 있다는 행복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있는 남편 앞으로 종이 한 장을 내어 밀어 놓았다.
저 오늘 운전시험 합격했어요.
뭐어?
경희 남편의 벌린 입은 하마 같아 보였고, 눈은 황소처럼 해 경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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