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존스 산업 지수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주가 지수다. 1884년 찰스 다우가 미국 경제를 대표하는 11개 기업의 주식을 골라 종가 평균을 현 월 스트릿 저널의 전신인 경제지에 실은 것이 효시가 됐다. 그후 다우는 12년 간의 연구를 거쳐 1896년 처음으로 다우 존스 산업 지수를 발표했다.
증시의 등락을 알리는 다우 지수는 미 경제를 대표하는 회사가 무엇인지도 한 눈에 알려준다. 다우 존스 사는 수시로 구성 주식을 평가, 새 시대를 주도할 기업으로 바꾼다. 다우가 처음으로 11개 기업을 골랐을 때 그 중 9개가 철도회사 주식이었고 나머지 2개가 제조회사였다. 19세기 후반 경제에서 철도가 차지했던 비중을 알 수 있다. 현재 다우 지수에 속하는 30개 기업 중 처음부터 지금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제너럴 일렉트릭(GE) 하나뿐이다.
다우 존스사는 이 달 초 AT&T와 사진기의 대명사 이스트만 코닥, 인터내셔널 페이퍼를 퇴출시키고 보험 등 종합 금융회사인 AIG, 제약회사 파이저, 버라이존을 영입했다. 한 때 세계 최대의 기업이던 AT&T가 신흥 통신 업체인 버라이존에 밀린 것은 아무리 덩치가 큰 회사도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보다 주목할만한 것은 AIG의 등장이다. 현재 미 증시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업종은 상장 총액의 21%를 차지하고 있는 금융업이다. 지난 수년간 초 저금리의 덕분으로 돈을 꿔주고 이자를 받는 금융업은 대호황을 누렸다. 이 바람에 은행 지수는 지난 수년간 전반적인 증시 침체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고의 상승가도를 달렸다.
이런 현상은 한인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 은행에 비해 부동산 대출이 높은 한인 은행들은 전반적인 금융주 상승 열기에 부동산 호황으로 얻은 수익이 겹치면서 주가 폭등을 기록했다. 가장 많이 뛴 윌셔 은행의 경우는 전년에 비해 4배, 나머지 은행도 2배 오르는 것은 보통이었다. 한인 신문사에 “어떤 은행주를 사야 하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한인 은행 주 수직 상승”을 알리는 기사가 주요 기사로 다뤄졌다. 불과 한달 남짓 전 일이다.
그러나 그 후 윌셔는 20%, 나머지 은행들도 보통 15% 정도 하락했다. 지난 한 달 간 급속한 하락세를 보인 것은 한인 은행주만은 아니다. 미국 은행주들도 7% 정도 떨어졌고 이자율에 민감한 주택 건설 업체, 모기지 회사 주식들은 더 큰 폭으로 내려갔다. 이 정도 하락은 그 동안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자연스런 조정으로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그 동안 주가 상승으로 한인 은행들의 ‘소득에 대한 주가 비율’(P/E)은 더 이상 싸지 않다. 또 수익을 올리는데 한 몫 한 부동산 편중 대출은 사이클이 바뀌면 부실 대출로 바뀔 수 있는 양쪽으로 날 선 검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한인 사회의 은행 설립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조만간 3개정도 더 생길 계획이라고 한다. 너도나도 은행을 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문을 열기만 하면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는 ‘은행 이사’로 대접받고 비즈니스 상으로도 유리하고 나중에 주식을 상장시키면 떼돈을 벌고... 차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여 년 전 한미 은행이 처음 생겼을 무렵 당시 가주 외환 은행에 비해 구멍가게 수준이었던 한미가 외은을 삼키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10여 년 전 벤자민 홍 행장이 망해가던 미주 은행을 물려받아 ‘나라’로 이름을 고치고 직원들을 모집하려 해도 오려는 사람이 없었다.
투자 기본 원리의 하나는 위험과 대가는 비례한다는 점이다. 초기에 한미나 나라 주식을 샀던 사람들은 지금 모두 백만에서 천만장자를 바라본다. 이들이 이처럼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과연 장사가 될까”하는 우려를 감수하고 초기에 리스크를 안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문만 열면 돈을 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상태에서는 경쟁이 덜하던 전처럼 자리를 잡기도 규모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한인 경제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타인종 시장 개척이나 인베스트먼트나 프라이빗 뱅킹 등 독자적인 길을 뚫지 않고 그저 또 하나의 소규모 리테일 은행을 여는 것은 개인 투자로 보나 한인 사회 발전 측면으로 보나 때늦은 감이 든다.
민 경 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