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주필)
북한의 김정일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중국을 방문했다. 그의 방중은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방중이므로 북핵 6자회담을 주선하고 있는 중국의 역할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김정일에 대한 중국의 파격적이고 극진한 대접이었다. 경제적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중국에 가면서, 그것도 외교 경로를 통한 사전합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방문한 그를 중국 지도부가 총출동하여 환영했고, 장쩌민 등 중국의 최고위층이 최고의 우의를 과시했다. 만찬장이 트럭 7대 분의 꽃으로 장식되었고 그가 지나는 길에 먼지가 날리지 않
도록 대대적인 청소를 하고 물까지 뿌렸다고 한다.
중국이 전통적인 혈맹인 북한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다.이와 반대로 지난해 7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중에서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한국에 대해서 중국이 보여준 태도는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김정일의 방중에 대해서 이해당사국인 한국에는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의 방중기간에 일어난 모든 일을 뉴스보도 등 간접적 수단으로 전해 들었다고 한다. 연간 300만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왕래하고 연 570억달러 이상의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이 이렇게 먼 중국이었다.
중국은 한국과 경제 파트러로 가까워졌다. 개방개혁정책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한국이 경제개발 초창기에 일본을 창구로 이용했듯이 한국을 창구로 이용했다.
한국은 중국의 광대한 시장에 매력을 가졌고 중국은 한국의 발전된 산업시설과 기술, 원자재 및 농산물시장을 필요로 했다. 그리하여 한중관계가 급속히 진전했다.그러나 중국은 다른 한편으로 북한과는 정치 파트너이다. 구소련의 붕괴 이후 중국은 명실공히 공산주의의 종주국이 되었고 북한은 몇 개 되지 않는 공산국가 중에서도 가장 충실한 공산국가로 남아 있다.
더우기 북한은 중국과 국경을 같이 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혈맹관계
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 두 나라의 정치적 유대관계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이렇게 중국은 북한과는 정치적 파트너이고 한국과는 경제적 파트너로 이중관계를 맺고 있다. 말하자면 중국은 한 손은 북한과 잡고 한 손은 남한과 잡고 있어 남북한을 모두 잡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이 일을 적극 지원할 수 밖에 없다. 북핵문제가 파국으로 치닫을 경우 중국은 한국과의 경제관계에 타격을 입게 되고 북한의 정치적 부담을 떠 안아야 하는데 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당분간 한반도의 평화상태를 원하기 때문에 김정일의 방중은 6자회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쉽게 전망할 수 있다.그러나 이러한 중국과 남북한의 관계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중국과 남북한의 사정과
형편이 변화하면 언제든지 이 관계는 변할 수가 있다.
우선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하여 중국이 경제대국이 될 경우 한국의 경제적 중요성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게 되고 따라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더 약화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에 예속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한국에서 정치적 변화가 계속될 경우 주한미군의 철수 등이 현실화 하고 한미관계가 후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국제정치세력이 없어진 힘의 진공상태를 메울 수 있는 세력은 중국뿐일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은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아래 놓일 수 있다.
한편 북한이 성공적인 외교 및 경제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할 경우 국력 신장을 바탕으로 남한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킬 것이다. 이 때 중국과 정치적 동맹관계에 있는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까지 도움 받아 남한을 압박한다면 남한은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중국 및 북한의 의도대로 따라가야만 하는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남북한을 양 손에 쥐고있는 한 남북한의 통일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에서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한반도의 통일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된다면 중국은 어떤 통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북한이 주도하는 남북통일에 힘을 실어줄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결코 한국의 편이 아니다. 반미친중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