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퀄리아’라는 새 브랜드로 ‘명품화’앞장
디지털 카메라 3,900달러·TV 12,000달러…
포장도 우아한 신소재로… 럭셔리 분위기 물씬
‘신분 상승’까지 느끼게 하는 사치품으로 승부
처음엔 단순한 탈것이던 자동차가 자아의 연장, 사회적 신분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처럼 그저 하나의 도구로 개발된 각종 전자제품들도 대중이 탐낼만한 사치품으로 지위가 격상되고 있다. 전자제품 명품화에 앞장 선 것은 ‘소니’. 그 기술 및 솜씨에 있어 세계 최고급인 ‘퀄리아(Qualia)’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곧 미국에 데뷔시킬 예정이다.
우선 내놓을 소형 디지털 카메라가 3,900달러, 스테레오 시스템은 1만5,000달러, 텔레비전은 1만2,000달러, 홈시어터 프로젝터가 3만달러 등으로 하나 하나가 자동차나 모피 코트, 희귀 포도주와 맞먹겠다는 의도로 개발된 것들이다. ‘베스트 바이’나 ‘서킷 시티’에 쌓여 있는 것들과 격이 다른 제품들을 가지고 소니는 저가품이 대종을 차지하는 업계에서 고급품 제조업체로서의 위치를 확실히 다지려 하고 있다.
이제까지 소비자 전자제품에 고급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1만달러짜리 턴테이블, 1만5,000달러짜리 앰프, 5만달러짜리 스피커는 뉴스가 아니다. 2년전 ‘버투’라는 작은 회사가 2만달러가 넘는 셀폰을 팔기 시작했고 보다 대중적인 예로는 TV 한 대 장만하는데 300달러면 충분한데도 굳이 3,000달러 이상을 들여 평면 TV를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들 수 있다.
소니 같은 세계적 회사가 전자제품을 고급화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이며, 도대체 무엇때문에 사람들은 사치품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갖고 싶어하는 것일까?
어떤 물건을 습득, 소유, 사용하는데는 그것이 수행하는 기능의 이용을 넘어서는 심리적 요소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사치품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경험과 느낌이며 그것은 호텔이건, 자동차건 보석이건 마찬가지”라고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잡지 ‘롭 리포트’의 발행사인 커트코 미디어 사장 빌 커티스는 말한다.
소니가 ‘퀄리아’ 브랜드에서 추구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이다. 전자제품의 사용을 포함한 외적 체험이 자아내는 정서적 반응을 연구하다 4년전부터 그 개념을 반영한 제품 개발에 착수하여 작년에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에 ‘퀄리아’ 살롱 2개를 열게 한 소니사 연구원 켄 모지에 따르면 ‘퀄리아’ 브랜드 제품들은 기계적 용도는 물론, 감정적 반응까지 이끌어 내도록 디자인됐다.
뉴욕 매디슨 애비뉴의 소니 스토어에 오는 6월에 개장할 퀄리아 살롱의 목표 고객은 아이가 없기 쉬운 부유한 40대 맞벌이 부부, 아니면 자녀가 있는 40대 중반의 여성이다.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남자들에 비해 브랜드를 더 따지고, 패션과 스타일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모든 제품명이 번호(예를 들어 카메라는 016)로 되어 있는 퀄리아 제품은 포장부터 남다르다. 매장에서 다른 제품들과 경쟁하지 않을 것이라 겉보기는 소박한 흰 상자지만 그 안에 카메라와 그 부속품들은 귀한 악기나 과학기재에나 어울릴법하게 우아하게 표면을 처리한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레스 스틸, 아니면 신소재로 보석처럼 포장되어 있다.
일본 매장에는 특별히 개발한 향기까지 나게 하는 ‘퀄리아’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비자로 하여금 소니라는 회사와 일대일의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듯한 느낌을 주는 것. 일단 퀄리아 제품을 사면 구입 1주일 후에 그 손님 담당 직원이 직접 쓴 편지가 발송되고, 4주째에는 요요마, 브루스 스프링스틴등 소니 뮤직 소속 음악가의 공연 입장권 같은 ‘환영의 선물’을 받은 후 ‘퀄리아’의 계간지가 계절마다 배달되는 식이다. 구매와 함께 그 제품과 관련된 배타적인 클럽의 회원이 된 기분을 주는 것은 요즘 사치품업계의 전반적 판매 전략이다.
‘퀄리아’도 내적 만족감과 함께 사회적 신분상승감까지 느끼게하는 사치품의 속성을 잘 활용하고 있지만 요즘 소비자 전자제품들은 개인의 장식품 정도가 아니라 개성과 정체성의 표현으로까자 발전하고 있다. 셀폰의 예를 들자면, 참석자들이 저마다 주머니에서 셀폰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고 시작하는 회의장에서 누군가가 최신형 모델을 갖고 있으면 5분 정도는 화제를 독점한다. 옷보다 셀폰이 더 많이 그 사람에 대해 말해주는 시대이니 오스카상 시상식이나 인기 드라마에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뒤덮은 셀폰이 등장하고, 어느 랩 가수의 아내는 핑크색 전화기 겉면에 핑크색 사파이어와 흰 다이아먼드로 자기 이니셜을 새겼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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