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유럽, 몸통은 아시아에 둔 터키의 인어도시
회교사원의 극치로 알려진 술레마니에 모스크 뒤로 해가 솟고 있다. 이스탄불의 아침은 피지르(새벽기도)로 시작된다. ‘술레마니에’는 16세기 오트만제국의 전성시대의 술탄(왕)이며 이 사원은 이슬람건축의 르네상스를 일으킨 ‘시난’이 건축한 131개의 사원중 으뜸으로 꼽고 있다.
유럽 이스탄불의 중심가 베요루. 뒷편에 보이는 갈라타타워 부근이 이스탄불의 논현동이다.
소피아성당 내부의 예수 벽화가 시멘트로 발라져 훼손되어 있다. 크리스찬시대에서 이슬람 시대로 바뀌면서 겪은 비극이다.
카펫짜는 여인. 좋은 카펫은 하나 짜는데 몇달씩 걸린다.
이스탄불의 남대문시장 그랜드 바자. 이곳에서는 부르는 물건값의 반을 깍아야 하는데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
판자촌 ‘게제콘도’. 자고나면 판자집이 생기는데 빈민을 사랑하라는 회교정신 때문에 허물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혼혈아
이스탄불에 도착하면 세번 놀란다.
첫번째는 입국수속을 마치고난 후 환전거래소에서 달러를 바꿀 때다. 1달러가 터키화폐로 100만리라다. 맥주 한 병에 300만리라, 관광책자 한권에 1,000만리라, 시장에서 좋은 화병을 하나 집어들면 2억리라나 되니 돈에 대한 감각이 없어진다. 하다 못해 공중화장실 사용하는데도 100만리라이고 보면 터키의 인플레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집을 사려면 10만달러가 넘을텐데 그때는 몇 천억, 몇 조씩을 어떻게 셈하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렇게 천문학적인 숫자의 거래는 달러로 계산한다고 한다.
두번째 놀라는 것이 물건 살 때다. 선물가게에서 1억리라짜리를 흥정하다가 뒤돌아 서려고 하면 “5,000만리라에 가져가라”고 소리지른다. 할인도 어느 정도지 절반을 디스카운트 해주니 이 물건을 사도 괜찮은 것인지 갑자기 의심이 생겨 머뭇거리게 된다. 이스탄불에서 샤핑할 때는 반값으로 디스카운트해도 된다는 소리를 듣고 가게에서 물건값을 깎아보지만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2, 3일만 지나면 얼굴이 두꺼워지면서 물건값 흥정하는 이력이 생겨 무조건 상대방이 부른 값에서 반을 후려치는데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염치가 없어졌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재미있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한 것이 이스탄불 샤핑이다.
세번째는 상점마다 남자 종업원 일색인 점이다. 터키는 비교적 개방적인 회교국인데도 여성들이 직장에 다니는 것을 남편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스탄불 상점에는 여자 점원이 거의 없다. 식당에도 웨이터뿐이고 웨이트리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터키 여성들의 춤 솜씨는 회교도답지 않게 섹시하다. 이스탄불에는 여기저기 벨리댄스(사진)를 관광하는 나이트클럽이 있는데 이곳에서 춤추는 벨리댄서의 요염한 모습은 직업적이라 그런 대로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가정부인과 미혼 여성들이 벨리댄서 뺨치게 춤을 잘 추는데는 눈이 둥그래질 수밖에 없다. 기자가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결혼파티가 열려 우연히 이들의 피로연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는데 신랑신부 양가의 여성들이 홀에 나와 추는 디스코 솜씨는 정말 관광거리였다. 미국 여성들은 저리 가라 수준이다. 터키 여성들은 학교에서부터 벨리댄스를 배운다고 한다.
터키인들은 국토의 95퍼센트가 아시아에 속해 있는데도 자신들을 유럽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이스탄불 시민들은 스스로를 유럽인으로 자칭한다. 그래서 축구리그에서도 기를 쓰고 유럽조에 끼어 들기 때문에 유럽 강팀과 대진표가 짜여져 본선에 진출 못하는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도 EU(유럽연합)에서는 나토회원국인 터키를 아직 멤버로 받아들이지 않아 터키인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스탄불은 도시 자체가 보스포러스 해협을 가운데 두고 서남쪽의 유럽 이스탄불과 동쪽의 아시아 이스탄불로 나뉘어져 있다. 아시아 이스탄불은 중산하층 계급이 몰려 사는 지역인데 그 입구에 있는 동네이름이 바로 ‘우스크다르’이며 한국에서 한때 유행하던 팝송 ‘위스키달라’(?)가 이 마을의 처녀들이 미남 총각을 짝사랑하는 내용을 그린 것이다.
헬레니즘 문화의 전초지였으며,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었고, 기독교의 중심지로 비잔티움 문화의 꽃을 피웠고, 오토만 제국 시대에는 이슬람 파워의 중심지였던 이스탄불은 그 기구한 역사 때문에 아이덴티티를 잃고 헤매는 국제도시가 되어버렸다.
이철 주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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