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벌써 연간기준 5.1%
저소득층이든 부유층이든
마켓·백화점 할것 없이
피부로 느끼는 인플레 상당
작년 8월 코네티컷주 놀웍의 서킷 시티 매장에서 샤핑하는 사람들. 소비자들 사이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가는 가운데 우유같은 생필품 가격 인상을 걱정하는 저소득층의 한숨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몇년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던 미국의 물가인상률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아직 지출을 줄이지는 않았어도 물가가 올랐음을 확실히 의식하고 신경쓰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식료품비가 인상됨에 따라 동네 수퍼마켓이 아니라 샘스 클럽등 할인 가격에 다량 판매하는 곳에서 샤핑을 하거나, 개솔린 값을 아끼려고 주유소를 서너군데씩 다니며 가격을 비교하기도 한다. 캐나다에서 처방약을 지어오기도 한다.
아직 아무도 1970년대말이나 1980년대 내내 미국 경제에 암운을 드리웠던 두자릿수 물가인상률을 들먹이는 사람은 없고 경제학자들도 올들어 벌써 놀랍게도 연간 기준 5.1%나 오른 물가 인상이 계속 되리라고 확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10년 넘게 저물가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사실이며 이미 취직도 잘 안되는데 임금도 오르지 않아 답답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걱정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이미 인플레에 대한 우려는 다양한 소비자 조사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미시간 대학 조사에 따르면 당시 인플레를 걱정하는 사람은 대부분 저소득층이었으나 4월 조사에서는 연 가구소득 5만달러 이상의 중산층들도 물가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를 지휘한 리차드 커틴에 따르면 전국 소비자들의 주 관심사는 개솔린 가격의 급격한 상승. 연료비는 작년에도 크게 올랐다가 다시 잠잠해진 적이 있어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을 기대하는 이가 많지만 이번에는 범위가 훨씬 넓다. 개솔린 뿐만 아니라 식품과 의류, 호텔 방값등 경제학자들이 인상률을 측정하는 다른 핵심 물가들 또한 올랐다. 이와 같은 인플레 우려 때문에 지난달에 평균 5.4%였던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이 6% 정도로 오르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중요한 여유돈 마련 방법인 모기지 재융자 신청도 2주만에 45%나 줄었다고 모기지은행협회는 보고했다. 아직 신규 모기지 신청까지 하락하는 기미는 없으나 모지기은행협회의 수석 경제학자 더글러스 던컨은 30년 모기지 이자율이 7% 이상으로 오르면 주택 판매가 심각하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감각은 다르다. 덴버에 사는 제프리와 캐럴 카 부부는 오르는 물가를 실감하고 있다. 39세의 소프트웨어 세일즈맨 제프리는 6자리수 연봉을 받지만 운전을 많이 하므로 집 근처에서 최소한 3개의 주유소의 가격을 비교해본다. “갤런당 5센트 차이가 뭐 대단하냐 할지 모르지만 한번 넣을 때마다 5달러씩 차이가 난다”고 말하는 그는 그래도 아직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을 연료 절약형 소형차로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카 부부의 다섯살난 딸의 수많은 주사로 인한 통증을 줄여주는데 바르는 크림 값도 최근 몇달동안에 35달러에서 50달러로 뛰어 캐럴 카는 15달러면 살 수 있는 캐나다에서 주문을 한다. 이 부부는 아직 일일이 계산해 볼 정도는 아니지만 식료품비도 많이 올라 집 근처 수퍼마켓 대신 샘스 클럽을 더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저소득층은 이미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뉴욕주 브롱스에 사는 루티 푸제일로프(34)는 취학전 아동 3명을 돌보는 전업주부. 2월 이후 월 식비가 50달러나 더 들어 육류를 덜 구입하고, 세탁기의 세제도 아껴쓰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캔디나 스낵류는 거의 외면한다. 노인들을 돌봐주는 일로 연 2만5,000달러도 못버는 발레리 심슨(43)은 우유를 물처럼 마셔대는 15세 아들의 우유값이 1주일만에 갤런당 3달러49센트에서 3달러89센트로 올라 걱정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버터 값도 2개월전 8온스에 1달러25센트이던 것이 이번주에는 2달러 50센트가 됐고, 계란 마저 2개월전 다즌에 1달러 59센트이던 것이 이번주에는 2달러 19센트로 올라 한푼이라도 싼 곳으로 멀리 샤핑을 다닌다.
부유층들도 블루밍데일 백화점에서 작년에 135달러이던 디자이너 진이 요즘은 165달러로 올랐다고 불평한다. 작년에 맨해턴의 블루밍데일에서 주니어 프롬 드레스를 샀던 케이티 오말리는 올해 시니어 프롬에 입을 드레스를 고르러 왔다가 가격이 작년보다 100달러나 오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케이티는 결국 색스에서 작년보다 40달러나 더 주고 320달러짜리를 골랐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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