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생방송으로 중계된 공청회를 통해 미국 시민들에게 잘 알려진 9.11 (조사)위원회의 공식 명칭은 ‘미국에 가해진 테러리스트 공격에 관한 국가위원회’이다.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으로서는 전대미문의 9.11 사변을 겪고 나서 미 의회의 입법을 통해 창설된 기관으로서 그 테러 공격을 둘러싼 모든 상황분석-테러에 대한 미 정부의 준비와 테러 직후의 대응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조사를 하도록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에 더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공격에 대한 대응책을 건의하는 것도 7월중에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보고서의 내용일 것이다.
그처럼 중대한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독립적이고 초당파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10명의 위원들은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반반씩 나왔다. 위원장인 토마스 킨(공화)은 뉴저지 전 주지사로 현재 어느 대학의 총장인가 하면 부위원장 리 해밀턴(민주)은 34년의 하원의원 경력에다 현재는 윌슨 국제학자센터의 총재이다. 위원장을 포함해서 전직 주지사가 3명, 전직 상원의원이 2명, 전직 하원의원이 2명, 전 해군장관, 전 법무 차관보, 전 워터게이트 차석 특별검사 등 평판 좋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다섯 명은 변호사 경험이 있고 나머지 다섯은 그렇지 않다. 사무총장을 위시해서 사무처 직원들도 70명이 넘는데 그 중 하나는 하원 국가안보분과위원회의 변호사로 일한 경력이 있는 김현이라는 한국인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고어 전 부통령은 이미 9.11 조사위원회에 비공개 증언을 한 바 있지만 부시 대통령은 꼭 체니 부통령과 함께 가겠다고 해서 정치만화가들의 풍자 대상이 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의 고관들과 현 정부의 고관들도 공청회에 참석했었지만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것은 전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이었던 리차드 클라크의 3월달 증언이었다. 그가 공청회 때 항상 자리를 지키는 9.11 유가족을 돌아보면서 자기가 9.11을 방지 못한 것에 대한 용서를 빌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부시가 사담 후세인 제거를 제1 순위에 둔 관계로 미국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긴급한 안건으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폭발성 발언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클라크가 쓴 ‘모든 적들에 대항하여’라는 최고록에 테러와의 전쟁을 재선의 기치로 사용하는 부시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내용이 있다고 해서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은 각 TV 방송에서 직책상으로는 자기의 부하였던 클라크를 깎아 내리던 참이었다. 그 같은 클라크의 발언이 나오자 9.11 위원회와 의회 중진들이 라이스 박사도 비공개 증언만이 아니라 공청회에서 선서하고 증언해야 될 것이라고 압력을 가한 결과 라이스의 증언이 이루어졌다.
라이스는 2001년 8월6일에 있었던 대통령 일일보고서(PDB)의 제목이 ‘오사마 빈 라덴 미국 본토공격 결정’이라고 된 문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 문서는 “역사적”이 내용이었을 뿐 새로운 게 없다고 증언한 바 있었다. 그러나 백악관에서 비밀해제를 명하여 공개된 그 PDB는 알 카에다의 미국 항공기 납치 가능성과 미국 내 알 카에다 조직원 모집, 조직 구성 움직임 등이 포함되어 있어 “역사적”이란 라이스의 표현이 고의적인 위증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사실 호도라는 점이 명백해졌다.
9.11 위원회의 현재까지 열 번째의 공청회를 통해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전 FBI 국장대리는 현 법무장관 애쉬크로프트가 9.11 전에 테러리즘 대응책에 관해서는 더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증언했는가 하면 애쉬크로프트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FBI의 정보수집이나 테러관계 수사에 있어서의 문제점들은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리 FBI 전 국장은 ‘FBI에 대한 기소‘가고 명명된 9.11 위원회 사무처의 문서에 대해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면서 FBI가 테러방지를 제대로 못한 것은 바로 그 위원회의 4명 전직 의원들을 포함해서 의회에서 제대로 FBI 예산을 주지 않았던 것이 주요 이유라고 항변했다. 서로들 자기는 발뺌을 하면서 남들에게만 손가락질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제일 놀라운 증언 중 하나는 CIA 국장 조지 테닛의 것이었다. 알 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에 첩보원을 투입한다든지, 또는 다른 방법으로 효과적인 테러와의 전쟁을 준비하는데 5년이 걸린다는 이야기였다. 9.11 위원회의 킨 위원장이 미국으로서는 5년이라는 시간이 없다고 대꾸한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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