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당 반응
우리당
열린우리당은 15일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이 탄핵세력을 심판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환호했다. 한때 개표과정에서 초경합지역이 혼전을 거듭하면서 과반달성 여부에 대해 우려도 있었지만 과반이 확정된 11시 30분께에는 다 함께 애국가를 부르며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환호했다.
6시 투표 종료와 함께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과반이 넘게 나오자 상황실에서는 “이겼다”, “대통령을 살렸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동영 당 의장은 굳은 표정이었지만 곧 감회에 젖은 듯 눈물을 비쳤고, 김근태 선대위원장 역시 눈시울이 붉어진 채 주변 의원들과 박수를 쳤다.
그러나 수도권, 부산, 경남의 일부 지역은 의원과 당직자들의 가슴을 수도 없이 졸이게 했다. 3~4% 포인트 차로 앞서고 뒤서기를 거듭하자 당직자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고, 근소한 차라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 당사가 떠나갈 듯한 환호가 나왔다. 탄핵의 주역인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을 한명숙 선대위원장이 눌렀을 때는 어느 때보다 환호가 컸다. 밤 10시가 넘어 과반 확보가 유력해지자 “이겼다, 이겼다”는 연호가 터지며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이날 우리당은 압승 분위기를 반영하듯 밤에는 막걸리, 맥주, 고기까지 나와 당직자들은 한껏 승리를 자축했다. ‘1당도 어렵다’던 엄살이 무색하게 압도적 승리를 한데 대해 당직자들은 “그 정도 엄살을 떠니까 이 정도 나온 것 아니냐”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선거결과는 국민이 노무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재신임 한 것”이라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제안한 회동에서 이 문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탄핵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결을 추진할 뜻임을 밝혔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탄핵역풍서 회복 한계 있었다
한나라
한나라당은 15일 당초 목표로 삼았던 개헌 저지선(100석)을 넘어선 데 대해 의미를 두었다. 당 관계자들은 정부ㆍ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라는 민의가 드러난 것이라며 이 정도면 국민이 다시 믿음을 준 것이고, 한나라당이 ‘차떼기’와 탄핵역풍의 충격에서 재기한 게 아니냐고 나름대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근혜 대표는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실망을 많이 줬는데도 많은 사람들을 (국회로) 보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이 많은 교훈을 줬고, 국민이 진정 바라는 게 무엇인지를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개표방송이 한창 진행중인 오후 8시께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의 연호 속에 개표 상황실에 도착, 한나라당이 부족한 점을 잘 고쳐서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정당, 국민이 행복하게 실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박세일 공동선대위원장과 윤여준 선대위 부본부장 등 당지도부는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영남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패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한때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 개표가 진행되면서 경합지역의 후보들이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연신 환호성을 터뜨렸다.
윤 부본부장은 16대 총선에서도 출구조사가 많이 빗나간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113석 이상 얻으면 대성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역풍에 따라 열린우리당에 쏠린 표심을 회복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박근혜 대표의 바람을 이슈로써 뒷받침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것은 박 대표에 대한 신뢰와 함께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이 많이 풀렸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믿기지 않아...원점서 새출발
민주당
민주당은 15일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친 의석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데다 추미애 선대위원장 마저 낙선하자 초상집 같은 분위기에 휩싸였다. 당직자들 사이에선 믿기지 않는다는 탄식과 체념섞인 발언이 터저나왔다.
추 선대위원장은 장전형 선대위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신임을 얻는데 실패했다고 인정한 뒤 원점에서 새 출발, 반드시 평화개혁세력의 본산으로 부활해 지지자가 보내준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도 충격적인 참패다면서 인물과 정책이 실종된 선거로 끝나게 된 걸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장 대변인은 이어 한ㆍ민공조로 인한 정체성 혼란과 개혁공천의 실패로 인한 결과인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장 대변인은 또 정체성이 불분명한 사람 다수가 국회에 진출하게 돼 우려 홱鳴? 된다고 열린우리당을 겨냥했으나 민주노동당에 대해선 원내 진출을 축하한다고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밤 일찌감치 참패가 예상되면서 당사 6층 선거 상황실은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일부 당직자는 ‘혹시나’하며 개표방송을 늦게까지 지켜봤지만 별다른 이변이 없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추 위원장은 오후 6시께 선거상황실에 와 당직자들과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봤으나 예상 의석수가 한 자릿수로 나오자 20여분만에 자리를 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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