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주미대사관 농무관>
우리 농산물과 식품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 해 말 기준으로 약 2억2,000만불에 불과하여 금액 자체로는 그리 많은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품목에 걸쳐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 수출로 우리 농업의 미래를 개척하고 농가소득증대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도 약 3억에 가까운 미국인을 대상으로 우리 농산물과 식품의 안정적인 소비시장을 구축할 수 있고 최근 그 여건이 성숙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에 사는 우리 교포의 숫자는 약 200만 정도이며 전체 미국인의 0.7% 정도에 불과하다. 과거 우리 교민을 대상으로 하는 좁은 시장에 머물렀던 우리 식품의 미국 수출이 최근 들어서는 우리 교민은 물론이고 히스패닉이나 백인을 상대로 한 주류시장으로의 진출이 증대되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우리 식품의 품질이 개선되고 포장과 디자인 등 내용물과 외양이 많이 좋아지고 홍보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미국인의 식생활 패턴이 비만을 방지하고 건강과 안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어 우리 식품을 비롯한 아시안 푸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전통적으로 육류와 감자 등을 주식으로 하는 미국인의 식생활 패턴은 영양이나 위생 면에서는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으나 비만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동시에 야기하고 있다. 최근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미국인의 3분의 2가 비만 상태이며, 비만이 가져오는 피해는 당뇨나 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원인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연간 28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비만을 방지하기 위한 의료비는 연간 900억불에 달하고 있다.
비만은 근본적인 식생활 패턴을 고치지 않고서는 방지하기 어렵다. 코카콜라, 햄버그, 핫도그 등 미국의 패스트푸드는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국제화된 음식이 되었으나, 비만을 가져오며 식품의 가치와 맛, 건강과 안전을 추구하는 최근의 소비자들의 식품소비 패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많은 식품 전문가들은 21세기에는 미국인의 식생활 패턴이 아시안 푸드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비만을 방지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점이 크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아시안 푸드는 중국식과 일본식이 일반인에게 주로 알려져 왔다. 중국음식은 서민이나 중류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쓰시, 사시미 등 일본식은 상류층에 수요가 증대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음식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국음식이라고 하면 불고기나 김치 등이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라면 등 가공식품은 물론 비빔밥, 두부제품 등 한국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리나라 식품이 미국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한국 음식은 건강을 선호하는 미국인들의 소비패턴에도 부합하고, 발효음식이며 건강식이고 다이어트에도 좋다는 점이 미국인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면 우리 음식을 미국 주류 사회에 널리 알리고 안정적인 소비 시장을 구축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비만방지 식품의 소비 추세와 더불어 미국인의 식품 소비 패턴은 지역이나 인종, 소득수준별로 각기 다른 다양한 특성을 지닌다. 특히 미국인의 식생활 패턴은 편의성, 실용성, 포용성을 강조한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식품소비패턴은 먹기 쉬운 제품이나 반조리 식품에 대한 소비 증대로 나타난다. 또 건강과 관련된 식품, 즉 콜레스테롤 저하 식품, 저 탄수화물 제품 등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미국인의 식품 소비패턴에 부합하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기존의 제품은 이러한 수요를 감안하여 현지화 해야 한다. 또 음식의 색깔이나 맛, 식단의 구성과 식탁의 품격도 고려해야 한다.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고 포장이나 디자인, 표기 등을 개선하여 다른 나라의 상품과 차별화 해야 하는 것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다. 특히 히스패닉 등 소수민족의 기호를 중시하고, 깻잎 등 틈새 품목도 무시하지 말아야한다. 아울러 소홀히 하기 쉬운 마케팅이나 홍보 면에서는 현지 판매망과 연계한 다양한 진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해마다 강화되는 식품의 수출입 검사와 통관 업무에도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우리 식품의 국제화 가능성은 미국 시장에서 성패가 좌우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우리 식품을 현지화, 고급화, 국제화 해야한다. 미국 시장을 제대로 연구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인들이 식생활에서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맛, 영양, 건강, 안전이다. 이러한 요소에다 다이어트를 중시하는 미국인의 최근 소비패턴에 맞추어 농업인과 수출업자, 그리고 정부가 머리를 맞대어 노력하면 미국 시장은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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