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잔 ‘홀짝’ 맛 좋고 간편해
몬트레이 위치한 와이너리‘델리카토’서 생산
3리터들이 박스…2개월간 변질 안돼
쉬라즈, 멜로, 샤도네등 세가지 품종 출시
아르헨티나처럼 와인 소비가 많은 나라에서는 우유처럼 갤런들이 플래스틱 통 속에 와인을 담아 판매하는 일이 허다하고, 보관과 운반이 쉬우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종이 박스 와인은 이미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보급되어 왔다.
미국에서만 종이 박스 와인은 싸구려 와인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면서 와이너리들이 종이 박스에 와인을 담는 것을 기피해 왔는데, 이는 아직까지 미국인들에게 와인은 좀 특별한 음료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프랜지아의 5 리터들이 박스 와인과 별로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찰스 쇼 와인이 멋진 레이블을 달고 병입되어 판매되면서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간 것이 바로 이를 잘 말해준다.
종이 박스 와인은 여러 면에서 편리하다. 우선, 병을 들고 들어갈 수 없는 스포츠 경기장에 가져갈 수 있으며, 와인을 4병 가져가는 것 보다 3 리터들이 박스를 하나 들고 가는 쪽이 부피도 훨씬 작고 무게도 훨씬 가볍다.
여름 밤 할리웃 보울에서 음악을 감상하노라면, 조용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동안 꼭 두세번은 와인병이 계단을 타고 구르는 소리에 흥이 깨지곤 하는데, 종이 박스 와인이라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기술의 발달로, 두달이 넘도록 맛이 변질되지 않는 종이 박스 와인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보통 박스에서 와인을 따르면 공기가 들어가서 와인이 나오도록 되어 있는데, 최첨단 기술로 공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으면서 와인만 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와인이 줄어들면서 공기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와인이 들어있는 주머니가 점점 졸아들어 작아지면서 항상 진공의 상태를 유지하므로, 와인의 맛이 두달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는 것이다.
와인 주머니뿐만 아니라 와인을 따르는 꼭지도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져서 단 한 방울도 흐르지 않는다.
덕분에 와이너리들은 좋은 품질의 와인을 종이 박스에 담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블랙스톤, 밴락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퍼시픽 와인 파트너스에서 출시하는 ‘블랙 박스’와, 화이트 진판델로 유명한 서터홈 와이너리에서 출시하는 ‘큐브’ 등이 바로 고품질 종이 박스 와인들이다.
그리고 가장 선구적인 곳으로는 캘리포니아주 몬트레이 지역에 위치한 ‘델리카토’(Delicato) 와이너리를 꼽을 수 있다. 델리카토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3 리터들이 종이 박스 와인은 ‘보타 박스’(Bota Box)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데, 현재 쉬라즈, 멜로, 샤도네 세 가지 품종이 마켓에 나와있다. 델리카토 와이너리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인 인델리카토 (Indelicato) 가족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는데, ‘거칠고 천한’이라는 뜻의 ‘인델리카토’를 와인 이름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당하므로 앞의 ‘in’을 떼고 ‘델리카토’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델리카토 와이너리의 쉬라즈는 2003년 ‘와인 애호가’(Wine Enthusiast)지 선정 ‘베스트 바이’ 와인에 1등으로 뽑힌 바 있으며, 해마다 델리카토의 멜로와 쉬라즈는 ‘와인 스펙테이터’ 등의 전문지로부터 85점이 넘는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이렇듯 좋은 품질의 와인을 적당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델리카토 와이너리에서 자신있게 내놓은 ‘보타 박스’ 와인들은 이미 인 스타일(In Style)과 GQ 매거진 등 주류 언론에 소개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솔직히 처음 보타 박스를 보았을 때는 두달이 넘도록 맛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믿기 어려웠고, 그 작은 부피의 박스에 3 리터(750ml 들이 병 4병의 부피)의 와인이 들어있다는 사실도 믿기 어려웠지만, 병에 든 멜로와 보타 박스에 든 멜로를 놓고 비교했을 때, 전혀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맛도 향도 동일한 와인이었다.
그 후 한 달 동안 매일 조금씩 따라 마시며 맛을 음미하였는데, 전혀 변하지 않은 맛을 매일 즐길 수 있어서 편리했다. 한 병에 7달러인 델리카토 멜로를 3 리터들이 보타 박스로 구입하는 가격은 20달러 미만이니, 한 병을 따서 하루에 다 마시지 않을 경우 이보다 더 좋은 딜이 없을 것 같다. 특히나 와인을 잔으로 판매하는 업소나 식당에서는 더욱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인타운 내 한남 체인과 갤러리아 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매일 조금씩 와인을 마시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권하고 싶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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