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패션’의 배무한 사장이 노동집약산업인 봉제업의 성공비결인 ‘종업원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진천규 기자>
“사업의 길은 사랑의 길”
‘봉제 외길’ 30년동안 남다른 직원사랑
불황때도 해고않고 임금 등 최고 대우
고급제품 생산…게스·아르마니에 납품
“올 가을엔 자체브랜드 런칭” 자신만만
“성공의 비결이 있다면 종업원을 내 가족처럼 생각한 것입니다. 수년 전 일감이 없는데도 30여명의 히스패닉 직원을 청소 등을 시키며 내보내지 않은 것이 지금은 큰 자산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30년간 봉제 외길을 걸어온 ‘E&C 패션’ 사장이자 한인봉제협회 배무한 회장은 노동집약적 산업인 봉제업계의 성공은 바로 “종업원을 사랑하는 것”이라 잘라 말한다. 한때 먼 친척뻘 직원으로부터 배신도 당했지만 그래도 “모든 길은 사랑으로 통한다”며 ‘종업원 사랑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종업원들의 보수도 말단 히스패닉 종업원의 주급이 평균 600~1,000달러 내외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아 한번 들어오면 나가는 종업이 없다. 배 사장의 이같은 종업원 사랑은 남미와 미국에서 겪었던 자신의 30년 봉제체험 때문이다.
■풀 패키징 업체 성장
배사장은 볼리비아·아르헨티나에서 16년간 의류업에 종사하다 88년 미국으로 와 90년 ‘E&C패션’을 열었다. 당시 봉제기계 20대와 직원 30명으로 시작한 공장이 봉제품 수출 붐을 타고 급성장, 지금은 400명에 이르는 직원과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풀패키징 업체로 성장했다. 연 매출액은 2,500만 달러.
풀패키징이란 원단을 사서 패턴을 만들고, 커팅, 봉제, 워싱까지 처리하는 원스탑 시스템을 말하는 것. 최근 다운타운에 400만달러를 주고 워싱업체 ‘퍼시픽 컨셉트 런드리’, 패키징 업체 ‘아코믹 데님’ 등 3개사가 입주하는 건물을 매입했다.
배 회장이 자동화 설비를 갖추는데 투자한 돈은 총 400여만달러. 기회 있을 때마다 기계를 사며 꾸준히 재투자했다고 한다. 덕분에 E&C패션은 퀄리티 컨트롤이 까다로운 게스,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등 100% 주류 체인을 대상으로 알차게 돌아가고 있다.
물론 고생도 많이 했다. 9.11 직후, 전체 일감의 70%를 의존하던 주류의 모 대형 업체가 갑자기 오더를 중단해 5개월 간 일감이 없던 그 때를 회상하면 지금도 뼈아프다고 한다.
■철저한 근로법·납세법 준수
배 회장의 경영철학 3가지를 꼽으라면 제품의 질과 마감 날짜, 그리고 종업원과의 관계로 압축된다.
우선 제품의 질은 쿼타마저 사라진 무한경쟁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배 회장은 강조한다.
“하급제품은 가격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중국은 인건비가 1인당 월 40달러입니다. 여기는 최저임금으로 쳐도 1,000달러는 쉽게 넘으니 수십 배 불리하지요. 미국산(made in USA)의 고급 제품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직원과의 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노동집약적이고 재정구조가 취약한 봉제업계에서 업주가 직원과 원만하지 않으면 노동쟁의, 가짜 상해보고 등에 휘말려 치명타를 입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배 회장의 경우 임금과 오버타임, 상해보험을 철저히 보장하는 건 기본이다. 10여 년째 임금을 100% 수표로 지급하고, 탈세가 공공연한 업계에서 드물게 세금납부도 정확히 하고 있다.
배 사장은 “법 준수라는 원칙을 지키기 때문인지 이직률 높은 이 업계에서 우리 회사는 그래도 7년 이상 근속자가 60여명 된다”며 “9월께 자체 건물로 이사 가면 장학제도 등 복지에도 신경 쓸 계획”이라고 한다.
■봉제업계의 문제점, 그리고 가야할 길
배 사장은 봉제업계의 문제점에 대해 할말이 많다. 봉제는 이미 4∼5년 전부터 중국, 파키스탄 등 인건비 싼 국가의 가격 경쟁에 밀려 전반적으로 어렵다.
일감도 수입품으로 대체할 수 없는, 유행에 민감해 국내에서 빠르게 소비되는 것들에 국한된다. 1,000여개를 헤아리던 봉제업체들이 다 무너지고 지금은 500여개 남아있을 정도다.
요즘 봉제업체들이 받는 청바지 한 장의 단가는 3달러25센트∼3달러50센트. 4달러50센트는 받아야 유지가 되지만 원청업자들이 “현금으로 줄 테니 더 싸게 해달라”면서 하청업자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배 사장은 지적한다.
이에 비해 주류의 대형 체인들은 제대로 주는 편이지만 그나마도 최근엔 수입품을 핑계로 단가를 낮추는 추세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특히 숙련공들이 빠져나가 E&C패션의 경우 450명이 적정선이나 400명으로 버티고 있다. 배 사장은 “신문에 매일 광고를 내도 사람이 없어 못 쓴다”며 “일감이 꾸준하지 않고, 다른 직종에 비해 임금 대비 근무량이 많고 고되다는 게 문제”라고 한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키워드는 다시, 퀄리티로 귀결된다. “제품의 질로 차별화해 주류 대형 체인망을 꽉 잡아야 한다”고 배 사장은 강조한다. 물론 퀄리티 컨트롤을 하려면 숙련공이 필요하고, 숙련공을 오래 일하게 하려면 돈이 따라야한다. 배 사장이 “돈이 선결과제”라고 말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다음은 집념이다. 탑이 되겠다는 집념으로 작은 공장이라도 알차게 일구면서 고급 제품 만들기-. 그것이 배 사장이 추구해온 방침이고, 지금도 가고 있는 길이다.
그래서 배 사장이 자신의 목표로 삼고 있으면서, 동시에 한인 봉제업체들에 제안하는 것은 ‘자체브랜드’다. 자기 브랜드가 없으면 주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 가을 브랜드 개발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 중”이라는 배 사장의 자신감은 “봉제업에 제자리걸음은 없다”는 그의 신념에 다름 아니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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