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창 <워싱턴 한인사 편찬위원장>
비타민 C가 부족하면 괴혈병을 일으켜 사망에 이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요즘에는 거의 없다. 그러나 1937년 헝가리의 화학자 지오르지(Gyorgyi) 가 비타민 C를 발견하여 생리의학 부문의 노벨상을 받을 때까지는 괴혈병은 그야말로 ‘괴질’로서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특히 이른봄에 출항한 선원들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많은 선원들의 혈관이 터지고 피부가 부어 오르는 등의 괴혈병 증세로 배 안에서 숨졌다. 봄에 출항하는 선박에서 괴혈병이 빨리 번지는 이유는 겨울 동안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먹지 못해 승무원들의 체내에 비타민 C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은데다 야채의 중요성을 몰랐던 당시 선원들은 출항 후 빵과 고기만을 먹다가 변을 당하곤 했던 것이다.
비타민 C에 대해서는 이 같은 백과사전 식의 지식밖에 없던 필자는 그저 끼니때마다 야채가 몸에 좋을 것이라는 관념으로 김치 등을 열심히 먹었고 과일도 눈에 보이는 대로 사양하지 않았다. 그런 덕택인지 장년 때까지는 대과 없이 지냈으나 지천명을 넘기면서 불청객이 찾아 왔으니 다름 아닌 고혈압과 앨러지였다. 지난 10여 년 동안 앨러지로 고생한 것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앨러지로 고생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설명해도 느낄 수가 없을 것이고 악성 앨러지를 겪어 본 사람은 설명이 필요치 않다. 매년 3월에서 6월까지 4개월 동안에 잠 설치는 것은 약과요, 거의 반생 반사 상태로 지냈다. 양의와 한의사를 찾아 약은 약대로 다 써 보았지만 별 무 효과였다. 소금물 처리나 스프레이 등은 명함도 못 내놓았다. 당시로서는 확실한 치료책이란 콜로라도나 네바다 같은 앨러지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와중에 의사는 혈압이 높으니 약을 먹어야 한다고 나왔다. 처음에는 내가 벌써 약으로 혈압을 조정할 정도가 됐나 하는 저항감이 생겨 그대로 버텼다. 의사는 권유에 이어 합병증 운운하며 경고를 발했다. 음식조절과 운동으로 혈압 내리기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아 약 복용을 시작했다. 그러나 혈압조정 역시 여의치 않았다. 약의 단위를 높여 보기도 하고 약을 바꾸어도 보았으나 뜻대로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럴 즈음 우연히 건강해설용 테잎을 하나 건네 받게 되었다. 한국의 모 의과대학 교수의 비타민 C에 관한 체험담이었다. 그의 언변은 구수했지만 강연내용이 아주 쇼킹했다. 내용 인 즉 자기 장인이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한쪽 다리를 잘라야 할 형편에 놓였는데 혈압약과 함께 비타민 C를 복용한 후로 혈압이 내리고 병세가 호전돼 정정한 두 다리를 유지하게 됐다는 것. 자신도 그후로 비타민 C를 복용하는데 몸 컨디션이 최고라 했다. 자신이 의사지만 비타민 C가 어떤 역할을 해서 혈압을 내렸는지는 과학적으로 설명을 할 수 없으나 장인의 병세가 이 비타민 C 때문에 호전된 것은 틀림없고 담당의사도 인정한 바라는 것이었다.
이 대학교수의 강연이 TV에 방영됐는데 다음날 서울의 약국에서 비타민 C를 찾을 수 없이 될 정도로 ‘싹쓸이’ 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테잎을 듣고 필자도 당장 식품점에 가서 비타민 C를 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복용하고 있다. 2년도 넘었을 것이다. 작년 봄엔 앨러지 증세가 확연 약세였다. 꽃가루가 적은 해인가 하고 어물어물 지났다. 고통스럽지 않으니까 앨러지를 잊고 여름을 맞았다. 금년도 어느새 4월 중순, 여느 때 같으면 잠 못 자고 눈과 코가 붓고 눈물 콧물이 쉴 새 없을 때인데도 태연히 벚꽃 나들이를 하고 왔다. 혈압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나 역시 이렇게 된 것이 비타민 C의 영향이라고 주장할 과학적 증거는 없다. 그러나 이 두 질병을 극복한 것과 비타민 C의 복용과는 어떤 인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믿고 싶다.
이전에도 필자가 비타민 C 복용을 권유받은 적은 여러 번 있었다. 비타민 C를 먹어보고 효능을 본 친구들이 이유 따지지 말고 먹어보라는 부탁 같은 것이었다. 당시에는 친구들의 권유가 이치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았고 구체적이지 못해 그저 보약정도로 인식하고 귓전으로 흘리고 말았다. 그런 내가 이제 이런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까지 얘기를 하다보니 내가 마치 비타민 C 먹기 ‘전도사’ 나 된 느낌이나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몇 자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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