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팍 오면 틀림없이 알짜배기”
주말마다 롱비치·로즈보울등 누벼
중세 농가 낡은 문·유럽풍 꽃병등
중고품 닦고 조여 독특한 실내장식
오래되고 낡은 중고품도 에머슨의 손과 안목을 거치면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멋진 실내장식품이 되곤 한다.
주택경기 붐과 함께 요즘 뜨는, 아니 이미 떠버린 직종 중의 하나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다.주택 실내장식은 주택 소유주의 개성과 취미와 안목과 품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살아있는 취향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이 전문화 추세인 요즘은 어떤 디자이너를 고용하느냐에 따라 색감과 연대감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LA타임스는 홈섹션에서 플리마켓만 전문으로 뒤지고 다니는 실내장식가 샤샤 에머슨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소개했다. 러스틱 캐년 언덕 위에 위치한 자신의 3,500스퀘어피트 집 장식도 단돈 1,500달러에 끝냈다는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에머슨의 안목과 실내장식품 샤핑 요령을 살짝 배워보자.
그는 15년간 할리웃에서 TV에 새로운 프로를 끌어들이는 TV 개발 간부급을 지냈다. 38세의 나이로 직장을 그만두고 독립을 선언하면서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지난 6년간 LA에서 가구점을 운영하기도 하고 인기 있는 라이프스타일 잡지에 ‘적은 돈으로 집 꾸미는 법’ 등의 기고를 하면서 실내장식 분야 언저리를 맴돌았다.
지금은 이런 일은 모두 집어치우고 실내장식에만 매달리는 데도 디자인 사업은 매년 매상이 2배씩 늘고 있다. 그는 9세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뉴욕시의 거라지 세일을 돌아다니면서 괜찮은 물건 싸게 사는 법을 익혀 왔고 그에 따르는 스릴과 만족감과 재미를 터득해 왔다.
그는 이런 취미와 성향을 자신의 집 실내장식에 연결했다. 극작가인 남편 래리 레빈과 함께 언덕 위의 3,500스퀘어피트짜리 집을 큰돈 들이지 않고 근사하게 꾸몄다.
부엌은 그동안 그가 플리마켓과 거라지 세일에서 모아들인 피에스타 웨어로 장식했고 600달러짜리 오래된 학교 테이블과 병원 대기실에서 사용하던 30달러짜리 의자들을 닦고 페인트칠하고 파우더 칠을 해 재생했다. 1930년대에 손으로 짠 러그를 700달러에 매입해 거실바닥에 깔고 로즈보울에서 건진 폐품 같은 오래된 캐털로그 등을 약간씩 손질해 벽장식으로 활용했다.
거라지 도어는 초록과 파랑으로 줄무늬를 넣어 직접 남편과 함께 색칠하는 등 공간 하나 하나를 채워나가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는데 여기서부터 ‘박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지나가면서 이색적인 거라지를 본 할리웃 주변 인사들이 이사를 하기만 하면 에머슨에게 실내장식을 부탁했다. 대부분 예산은 빡빡한데 스타일은 내고 싶은 알뜰형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물론 그의 클라이언트는 고급스런 최신 유행으로 부틱 물건만 쫙 뽑아내는 그런 부류는 별로 없다.
돈벌기로 치면 플리마켓을 뒤지고 다니는 것보다는 고급 쇼룸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실내장식가는 원가에 30%의 서비스료를 부과하므로 물건 단가가 올라가면 그만큼 서비스료도 올라가게 마련이다.
이에 대해 에머슨은 “이 모든 것을 아는데도 난 플리마켓 체질이라 어쩔 수 없다”며 쓰던 물건, 옛날 물건, 중고 물건에서 최고의 가치를 뽑아내는 재미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고 뻐긴다.
그는 한 달에 적어도 3번의 주말은 롱비치, 샌타모니카 공항, 로즈보울 등 대형 플리마켓을 누비고 다닌다. 그것도 새벽부터 해지기 전까지 카트를 몰고 한 장소마다 3∼6시간씩 하루해가 짧다는 듯이 헤집고 다닌다.
그는 벤더들이 그녀를 ‘현찰 뭉치를 들고 다니는 숙녀’로 본다고 농담하지만 자주 드나드는 만큼 고참 벤더들은 모두 그가 찾을 만한 물건 몇 개쯤은 준비해 놓고 기다리곤 한다. 이렇게 해서 99센트짜리 19세기 유럽풍 꽃병이 센셋 거리 카페에 놓이게 되고 중세기 농가의 낡고 허름한 뒤뜰 후문이 지중해식 저택 거실의 센터피스로 자리잡기도 한다.
플리마켓에서 에머슨의 필이 꽂히기만 하면 1970년대의 낡은 패티오 테이블이 사우스팍 오피스 테이블로 거듭나고 벤더가 팔 수 없다고 판단, 자신의 테이블 덮개로 쓰던 러그도 대갓집 거실을 차지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이에 대해 에머슨은 가슴이 쳐지기 시작하는 44세의 가정주부가 할리웃에서 할 수 있는 직업으로서는 괜찮은 직업이라며 자신의 제2 커리어에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에머슨이 자주 이용하는 알뜰샤핑장소
■천 가게
·패브릭 & 패브릭스: 403 E. 9th St., LA. (213)488-0909. 의자와 필로우 커버를 할 수 있는 포근한 모헤어와 이탈리아산 실크와 린넨을 취급하는데 가격이 저렴하다.
·텍스 카멜: 432 E. 9th St., LA. (213)629-5255. 줄무의 캔버스와 면종류의 고급 천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홈 패브릭 웨어하우스: 910 S. Wall St., LA. (213)689-9600. 가구와 창문용 천을 고를 수 있으며 특히 벨벳 종류가 으뜸이다.
■소파 및 의자 재생
라몬 실바: 3526 West Pico Blvd., LA. (213)731-0736. 어려운 가구도 잘 재생하지만 새로 만들어 달라고 해도 2주면 원하는 업홀스터리를 만들어준다.
■리피니싱
데코레이티브: 2610 마틴 루터킹 블러버드 로스앤젤레스. (323)292-5140. 중세풍 가구를 그럴 듯하게 재생하고 손질해 준다. 유럽풍 가구는 니알 부키 오브 키퍼(11242 플라야 코트 컬버 시티, (310)313-4000)로 가져간다. 타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17세기풍 가구 재생전문 업체이다.
■조명
팬터지 라이트닝: 7126 멜로즈 애비뉴 로스앤젤레스. (323)933-7244. 오래된 병이 램프 스탠드로 변하기도 하고 연결이 안된 와이어를 연결시켜 성능을 복원시키기도 하는 등 조명기구에 관해서는 완벽하게 재생한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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