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엔 샴페인, 양고기엔 적포도주
오리 가슴살·토끼 스튜엔 진판델 좋고
피노 누아는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려
금주의 추천 와인
세인트 수페리 모스카토
세인트 수페리는 나파 밸리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곳 중 하나인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맞은 쪽에 위치한 곳으로, 눈에 띄게 화려하거나 규모가 커 보이지는 않지만, 소비뇽 블랑에서 멜로, 카버네 소비뇽, 모스카토에 이르기 까지 전 품종이 고르게 맛있고 품질이 뛰어난 와이너리이다. 나파 밸리의 다른 곳에 비해서 멜로와 카버네 소비뇽이 병당 20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가격 또한 저렴하다. 프랑스의 스칼리(Skalli) 패밀리가 1982년 세운 와이너리로, 프랑스의 와인 만드는 전통과 기술, 그리고 나파의 입지 조건을 훌륭하게 조화시킨 와인을 생산해낸다. 세인트 수페리의 모스카토는 가볍고 델리케트하면서도 과일향이 풍부하고 매력적인 디저트 와인으로, 과일을 주재료로 한 차가운 디저트와 잘 어울린다.
디저트 없이 와인을 차게 해서 그냥 마셔도 와인 자체가 디저트가 될 수 있을만큼 맛과 향이 뛰어나다. 겔슨스 마켓에서 판매하며, 750ml 한 병에 18달러이고, 375ml 한 병에 10달러이다.
활절 브런치나 저녁식사는 봄에 가족들이 함께 하는 가장 큰 잔치가 될 것이다. 보통 아침 예배를 마치고 브런치를 먹으러 가는데, 이 때 미국인 들 중 상당수가 1년에 두번, 부활절과 성탄절에만 교회를 나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브런치를 먹기 힘들 정도로 레스토랑들은 초만원을 이룬다.
브런치에는 보통 오믈렛을 비롯한 계란요리가 많고, 샴페인이 제공된다. 찡하고 가벼우면서도 부드러운 로데레 에스테이트 앤더슨 밸리 브루(Roederer Estate Anderson Valley Brut) 같은 캘리포니아산 샴페인이 기분 좋게 잘 어울릴 것이다. 브런치라는 식사 자체가 부페 스타일인 경우가 많고 화기애애하면서 격식을 차리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너무 고급 프랑스산 샴페인이나 크림을 잔뜩 입안에 머금은 것처럼 무거운 느낌의 샴페인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샴페인이 준비가 안 되었을 때는 전채요리나 수프와 잘 어울리는 가볍고 드라이한 백포도주를 마셔도 좋다.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나 스페인의 알바리뇨(Albarino), 프랑스의 피노 블랑(Pinot Blanc), 그리고 카비넷(Kabenet) 스타일의 가벼운 리즐링(Riesling), 오크향이 나지 않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등이 브런치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와인이다.
부활절 저녁 식사에는 전통적으로 햄이나 양고기 다리 요리를 많이 먹는다. 햄은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에도 전통적으로 등장하는 요리라, 탈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요즘 오리 고기나 토끼 고기 요리 등으로 대신하여 변화를 준다고 한다.
양다리를 로스트해서 먹을 경우, 미리 적포도주와 올리브 오일, 마늘, 로즈마리, 오레가노, 후추 등에 하루 정도 재놓았다가 굽게되는데, 때문에 먹을 때도 적포도주를 마시는 게 어울린다. 양고기에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는 전통적으로 보르도산 적포도주를 꼽지만, 미국이나 호주산 카버네 소비뇽과 매콤한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진한 캘리포니아산 진판델(Zinfandel) 또한 구운 양다리 요리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저녁 식사를 좀 더 근사하게 차리고 싶을 때는 오리 고기나 토끼 고기 요리를 먼저 내고 그 뒤에 메인 코스로 양고기나 햄 요리를 낼 수도 있다. 오리 가슴살 요리나 토끼 스튜 등에는 프랑스 론 스타일의 시라(Syrah)가 잘 어울리지만, 좀 더 가벼운 스타일로 만들어진 진판델도 좋다.
태닌이 많은 적포도주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들은 카버네 소비뇽 대신 피노누아(Pinot Noir)나 멜로(Merlot)를 마셔도 좋다. 이때 피노누아는 소노마의 러시안 리버 밸리나 카네로스(Carneros)산을 구하면 좋고, 멜로는 칠레산이 가격도 저렴하고 잘 어울릴 것이다.
샴페인을 비롯해서 코스마다 다른 와인을 구비하기 부담스러운 가정에서는 특히 피노 누아 한 가지만 있어도, 수프와 샐러드부터 메인 코스에 이르기까지 어떤 음식하고도 잘 어울릴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일 수 있다.
후식으로는 과일을 주 재료로한 타르트나 레몬 케익 등이 부활절 디너와 잘 어울린다. 상큼한 맛도 그렇고, 빨갛고 노란 색깔 또한 봄에 먹는 저녁 식사를 더 근사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1년에 고작 두세번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자리이니, 그 동안 아껴두었던 소테른을 꺼내서 조금씩 나눠 마셔도 좋겠지만, 소테른이 너무 진하고 달고 부담스럽다면 나파 밸리의 세인트 수페리 모스카토(St. Supery Moscato)로 대신하면 가볍고도 상쾌한 맛을 즐길 수 있겠다. 또한 부활절의 말미를 백포도주가 아닌 적포도주로 하고 싶다면, 남아공산 벨테브레데 머스캣 드 함부르그 (Weltevrede Muscat de Hambourg) 또한 붉은 디저트 와인으로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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