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평화, 가정의 평화, 사회의 평화’라는 주제로 법문을 전하고 있는 틱 낫한 스님.
“살아있는 이순간이 극락정토”
“호흡은 우리의 마음과 몸을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숨을 들이쉬며 온전한 나 자신에게로 돌아옵니다. 숨을 내쉬며 내 안의 모든 긴장을 내려놓습니다. 매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순간 진정 살아 있는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바로 정토에, 부처님의 마음에 도달한 것입니다.” 틱 낫한 스님은 3일 윌셔 이벨극장에서 열린 한인타운 초청강연회에서 1,000여명의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깨어있기’(mindfulness) 명상으로 분주하고 복잡한 일상에서 순간순간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수련을 통해 평화를 맞이할 것”을 권고했다. 시종일관 차분히 진행된 이날 행사는 전체 청중의 명상으로 시작, 무대 위에 함께 한 150명 승려들의 수려한 무반주 관세음보살 찬불가에 이어 틱 낫한 스님이 ‘내 안의 평화, 가정의 평화, 사회의 평화’라는 주제로 법문을 전했다. 설법 틈틈이 모든 청중과 ‘깨어있기’를 함께 간단히 연습하기도 했으며 강연 내용은 뉴욕 유니온 신학대학 정현경 교수가 한국어로 통역했다. 틱사모가 주최하고 본보와 KTAN, 라디오서울이 공동 후원한 이날 행사에서 전해진 틱 낫한 스님의 법문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지금 이 순간은 여러 스님과 평신도 여러분과 함께 정진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숨을 내 쉬고 숨을 들이쉬면서, 이 순간이 아름다운 순간임을 느낍니다.
마음을 편안히 하십시오.
매일의 삶에서 우리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모아 숨을 쉼으로써 나 자신의 몸으로, 또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이 ‘깨어있기’를 배우고 행했습니다.
우리는 매일의 삶이 바쁘기 때문에 일과 프로젝트에 파묻혀 자신을 잃어버리고 삽니다. 숨을 들이쉴 때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호흡은 우리의 마음과 몸을 연결해 주는 다리입니다.
우리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바로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합니다. 이 순간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 순간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은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충분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순간뿐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바로 이 순간을 놓치면 우리의 삶 전체를 놓치고 맙니다.
정토의 부처님도 바로 이 순간에 있습니다. 이 순간을 살아갈 수 있고, 만질 수 있다면 우리는 정토에, 바로 부처님의 마음에 도달한 것입니다. 삶의 경이로움은 바로 이 순간에 산재해 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지금 이 순간에 있는 사람입니다.
‘깨어있기’는 이 순간으로 돌아오는 연습입니다. 부처님은 이것을 경전에 남겨주시면서 이로써 순간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알려 주셨습니다.
순간으로 돌아올 때 나를 양육하는 신선한 기운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 이 순간 깨어있을 때 내 안의 고통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고통을 어떻게 변화시켜야할 지 알게 됩니다. 깨어 있을 때 우리는 삶의 경이로움을, 양육의 능력을, 고통을, 또 변화시키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숨을 쉬면서 자신의 몸으로 돌아갔을 때 자신이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많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깨어있기’ 명상을 가르치시면서 어떻게 하면 몸과 마음을 편히 할 수 있는지 이렇게 알려 주셨습니다.
숨을 들이쉬며 몸을 온전히 느끼십시오. 숨을 내쉬며 내 안에 있는 모든 긴장을 내려놓으십시오. 운전할 때 빨간 신호에 걸리면 미소짓고 ‘깨어있기’ 명상을 하십시오. 숨을 들이쉬며 ‘나는 내 몸을 편하게 합니다’라고, 또 숨을 내쉬며 ‘내 몸 안에 있는 긴장을 풉니다’라고 생각하십시오. 2∼3회하고 나면 파란 불로 바뀔 것입니다. 더 이상 빨간 신호에 걸려도 화내지 않게 될 것입니다.
식사 전 ‘깨어있기’ 명상을 하면서 가족이 곁에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십시오. 명상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보고 ‘내가 이 순간 여기 당신의 곁에 있습니다’라고 전하십시오.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 이 순간 온전히 내 곁에 있는 것을 내가 안다면 내게도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서로의 존재를 느낄 시간이 점점 없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선물은 몸과 함께 진정한 내가 여기 존재하는 것입니다.
‘깨어있기’ 명상은 앉아서도, 누워서도, 걸으면서도 할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도록 일부러 하십시오. 플럼 빌리지(프랑스 보드로에 있는 명상 공동체)의 컴퓨터실에는 15분마다 종이 울리도록 장치해 두어 몰두해 있다가도 ‘깨어있기’를 하도록 합니다.
지난 가을 위스콘신주의 경찰관들이 이 명상을 배웠습니다. 그 후 많은 주에서 경찰관들이 몰려와 배워 갔습니다. 또 워싱턴 DC의 연방의원들에게도 이 명상을 알려 주었습니다. 하지만 일터로 돌아가선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야 하므로 정작 이 명상을 할 수 있는 때는 오피스에서 다른 오피스로 옮겨갈 때뿐이라는 하소연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발걸음에 집중하는 ‘행선’을 가르쳐 주었더니 평안해졌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여러분도 집과 주차장 사이를 걸을 때 ‘깨어있는 걷기’를 해 보십시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나는 도착했습니다’를, 또 한 걸음 걸을 때 ‘나는 고향에 왔습니다’를 두 번씩 반복해 생각하십시오. 도착했다는 것은 내 삶의 진정한 고향에 왔다는 뜻입니다. 진정한 고향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걸음걸음마다 삶을 깊이 만질 수 있게 되고 진정한 고향에, 서방정토에 도착하게 됩니다.
‘깨어있기’를 통해 내 안에 두려움, 분노, 절망, 후회, 걱정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이 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엔 숨을 들이쉴 때 내 안의 고통스러운 감정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합니다. 그 고통을 끌어안아 숨을 내쉬며 내려놓습니다. 고통스러운 감정은 어머니가 아기를 안 듯이 부드럽게 안아야 합니다. 아기가 화가 나서, 슬퍼서 발버둥칠 수 있지만 어머니가 부드럽게 안아 달래야 합니다. 고통스러운 감정은 에너지입니다. ‘깨어있음’은 이 에너지를 인식하고 끌어안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관세음보살께서 가르치신 ‘깊이 듣는 수행’입니다. 상대의 말을 중단하거나 고치려하지 말고 끝까지 깊이 듣도록 하십시오. 이 수행의 두 가지 요소는 자비롭게 듣는 것과 부드럽게 말하는 것입니다. 이 수행은 가족 안의 끊어진 대화를, 관계를 이어줍니다. 이를 ‘다시 시작하는 수행’이라고도 합니다.”
<글 김상경 기자·사진 김영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