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변호사>
미국 경제를 두고 요즘 유행되는 단어 중 하나는 outsourcing 이다. 나 같은 60객이 자라날 때는 말할 것도 없이 1988년판 웹스터 대학판 사전에조차 없었던 단어니까 90년대 이후의 신조어임에 틀림없다. 1997년판 민중서림의 영한사전에는 아웃소싱이라는 명사가 나와있는데 ‘부품을 외국 등에서 싸게 구입하여 조립함; 하청함’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 여러 회사들이 부품수입을 통한 완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숫제 전 생산과정을 외국공장에 맡겨서 완제품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현상 마저 아웃소싱의 의미 가운데 들게 된다. 한 걸음 더 나가서 미국 소비자들의 어느 회사에 대한 불평을 전화로 대답해주는 불평센터에서 일하는, 즉 서비스업의 일종인 고객상담역마저 영어를 잘하는 인도에 사는 인도인들이 맡고 있는 현상도 드물지 않다. 심지어 인디애나 주인지 어떤 주에서는 실직자가 실직보험이나 취업정보를 얻고자 800번으로 시작되는 무료전화를 걸고 보면 인도 캘커타 시의 어느 사무실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인도나 중국 등지로 아웃소싱이 늘다보면 미국의 직장 수는 그만큼 줄어들게 마련이라 특히 11월 대선을 앞둔 선거기간 중 많이 듣게될 개념이다.
아웃소싱의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 두말할 것 없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임금에 비해 턱도 없이 저렴한 후진국들의 임금수준이다. 미국 공장의 직원은 대개 15불 내지 30불 사이의 시간당 임금을 번다. 그런데 중국 직공은 시간당 약 1불 정도의 수입이 있을 뿐이다. 만약 당신이 어느 미국 회사의 대표사장(CEO)이라면 중국에 공장을 세워 완제품을 미국으로 가져오든지, 또는 모든 부품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쪽이 회사의 이윤 마진을 높이는 게 될 것이다. 회사의 이익이 많으면 많을수록 주주들에게 더 많은 배당금이 돌아가니까 주주들이 좋아할 터이고 회사 이사회에서는 CEO로서의 당신의 고액연봉에 때로는 몇 백만 불 이상의 보너스까지 얹어줄 터이니까 아웃소싱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게 될 것이다. 그 결과로 당신의 회사에서 3,000명을 해고시킨대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오하이오 주 같은 데서는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아버려 실직자들과 그 가족들만이 아니라 공장주변동네들마저 극심한 불경기에 시달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무슨 현상을 두고도 항상 찬반론이 있듯이 아웃소싱에 대해서도 그렇다. 부시 행정부를 포함해서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공장 직종만이 아니라 소위 사무나 서비스 직종인 화이트칼라 직종들이 외국으로 사라져 가는 게 나쁜 현상이 아니라고 한다. 이미 몇 십 년 된 추세인데다가 미국에서 없어진 직종대신 더 수입이 많고 생산성이 높은 새 직종들이 생겨왔었다는 선례를 든다. 또 미국회사들과 주식소유자들의 주머니가 그만큼 불룩해졌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통계 뒤에 도사리고 있는 당사자들의 고충이 크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실례로 어떤 30대 청년은 대학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한 후 시애틀의 보잉 비행기회사에 취직이 되어 안정된 직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9.11 이후 비행기 수주가 현격히 줄어든 바람에 해고되었단다. 그래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다시 재교육을 받아 취직했더니 이제는 그 회사의 많은 직종이 인도로 아웃소싱이 된 탓에 또 실직을 하고 다시 학교에서 새 직종을 찾기 위한 재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실직보험도 다 타먹었고 건강보험이 없는 상태라서 집을 세컨드 모기지 해서 근근히 살고 있다는 형편이다.
어떤 사이버 소설가가 이대로 가다가는 미국에 남을 직종은 ‘음악, 영화, 소프트웨어 그리고 초고속 피자 배달업’ 밖에 없다고 비꼬았다 한다. 특히 부익부 빈익빈이 되어 중간계층이 현격히 줄어 없어지게 된다면 크나큰 문제가 된다는 게 비관론자들의 말이다.
미국 경제가 아직도 세계 제일이라서 열심히 찾기만 하면 아직도 서비스업이나 화이트칼라 직업을 발견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외국으로 수출할 수 없는 장의사 관련 직업들이나 쓰레기 운반업 만이 아니라 각급 학교의 선생자리, 3차원의 미술도안사, 계약직 간호사, 각종 가전제품 수리공,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그리고 회계검사직 등 여러 직종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게 최근 US 뉴스 앤 월드 지에 소개된 내용이란다. 그 중에 변호사는 없는 모양이니까 변호사들 수가 이미 포화상태라서 그런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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