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따라 흐르는 인생 파노라마
노승과 동승의 생애를 다섯 마당에
아름답고 수려한 자연과 조화 이뤄
인간의 업과 사랑, 고통과 허무담아
어두운 주제에 집착하는 김기덕 (‘섬’ ‘나쁜 남자’ ‘수취인 불명’)이 쓰고 감독한 눈과 마음을 황홀케 만들어 주는 서정적이며 수려한 혼의 작품이다. 선과 명상의 산수화 같은 영화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절대성과 또 너그러운 수용성을 배경으로 인간의 육체와 정신이 변화하는 과정을 사계절의 변화에 비유하고 대조하고 있다.
주인공은 호수 위 사찰의 노승과 그의 제자승이지만 인생의 얘기란 보편적인 것이어서 모든 지구인들에게 깨달음과 감동을 줄 것이다. 김 감독은 고요하게 자연과 삶의 모습을 관조하면서 매우 단순하고 소박하면서도 엄격하게 생의 예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것은 계절 변화에 따라 각기 변하는 화면. 경북 주산호에 사찰 세트를 세운 뒤 촬영했는데 총천연색의 자연변화가 눈을 멀게 할 정도로 아름답고 현란하다. 내용의 간단 명료함과 자연풍경의 화려하고 충만한 아름다움이 서로를 잘 받들어주고 있다.
호수 속에 서 있는 나무대문이 열리면서 봄이 시작된다. 대문에서 보트를 타고 도착한 사찰은 호수를 떠돌고 있다. 노승(오영수가 심오한 연기를 한다)과 동승(김종호)이 오순도순 사는 사찰내 방에는 불공드리는 곳과 자는 곳을 구분하는 문이 있는데 문 옆이 모두 트여 문은 정도를 상징하는 일을 한다. 동승은 반드시 이 문을 통해 드나드는데 후에 욕정을 알게된 소년승은 문 옆 공간을 통해 출입한다.
동승은 아이들 특유의 잔인성과 짓궂음을 물고기와 개구리와 뱀을 돌이 달린 실로 묶어 괴롭히며 즐기다가 노승에게 들킨다. 노승은 자는 동승의 등에 큰돌을 매어 놓는다 깨어나 뒤뚱거리다 자빠지는 동승은 무얼 깨달았을까.
대문이 다시 열리면서 여름. 사방이 푸른 숲에 둘러싸인 사찰에 마음이 병든 소녀(하여진)가 어머니와 함께 요양 차 찾아온다. 동승은 어느덧 건강한 17세 소년(서재경)이 되었는데 아름다운 소녀를 보고 욕정에 몸부림친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모두 여름처럼 뜨거운 두 청춘 남녀는 한낮 바위 위에서 알몸으로 격렬한 정사를 즐긴다(매우 아름답다). 소년승은 밤이 되면 방의 문 옆 공간을 통해 소녀의 이불 속으로 들어가 다시 성애를 만끽한다. 소녀가 병이 낫자 노승이 하는 말 “결국 그것이 약이었구만.” 소녀가 떠나자 소년승도 님을 찾아 절을 떠난다.
다시 대문이 열리며 가을. 머리를 기르고 눈에 살기를 띤 30세의 어른(김영민)이 된 소년승이 절을 찾아온다. 소년승은 소녀와 결혼했으나 여자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자 칼로 살해하고(김기덕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다) 절로 도망 온 것. 집념은 악을 낳고 말았는데 노승이 하는 말 “네가 좋아하는 것을 남이 좋아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 노승은 살인자에게 사찰 앞마루 위에 칼로 반야심경을 파 쓰면서 참회하라고 지시한다. 이 때 두 명의 형사가 절을 찾아온다. 살인자는 패인 글 위에 색칠을 하다가 지쳐 쓰러지자 형사들이 나머지를 마무리한다. 형사와 함께 살인자는 떠나고 노승은 분신으로 열반한다.
대문이 다시 열리고 백설이 만건곤한 겨울. 형기를 마친 살인자(김기덕 출연)가 버려진 절로 찾아온다. 그는 노승의 사리를 모아 얼음불상 속에 담는다. 이 절에 얼굴을 베일로 가린 여인이 갓난아기를 안고 와 돌아온 승려에게 맡기고 떠난다. 그리고 살인자는 큰돌을 몸에 매고 정선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중에 산꼭대기로 고행의 길을 오른다.
다시 대문이 열리고 또 봄. 성숙한 승려가 동승과 오순도순 살면서 삶이 윤회한다.
산과 숲이 내려다보는 물위의 사찰 안에서 삶이 순수와 욕망과 죄악과 속죄와 깨달음과 재생의 원을 그리면서 보는 삶에게 사색의 여유를 갖게 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 오영수 외에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개, 고양이, 닭, 뱀 등이 상징적으로 쓰여지고 있다. 성인용. Sony Pictures Classics.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언(310-281-8223), 아크라이트(323-464-4226, 선셋과 바인), 패사디나 플레이 하우스(626-844-6500), 코스타메사 사우스코스트빌리지(714-540-0594), 엔시노 타운센터(818-981-9811)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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