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이씨가 오랜 세월 마약을 해왔던 아들이 나눔선교회를 통해 자신을 바로 세우고 엄마를 걱정하는 아들로 변화됐다며 나눔이 왜 필요한 기관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갱단·마약에 빠져 허우적”
“‘나눔’ 만이 희망입니다. 우리 아이를 열고, 나를 열어 서로를 깨닫게 해준 곳, 이젠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갖게 해준 곳입니다.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지난 화요일, 나눔선교회(공동대표 김영일·한영호 목사) 기도모임에 참석한 부모들의 피눈물을 토해내는 간절한 기도다. 열흘 전 갑작스럽게 닥친 나눔선교회의 ‘위기’는 한인 커뮤니티가 청소년 마약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고, 한인사회가 하나가 되어 선교회를 살리자는 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다.
선교회를 처음 찾는 이는 누구나 열악한 환경을 피부로 느낀다. 25명이 수용인원인 선교회에 현재 70명 남짓이 숙식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해 무엇할까. 그렇지만 수용인원이 넘었다고, 벼랑 끝에 선 자녀를 받아달라고 무작정 찾아온 부모들을 돌려보낼 순 없는 노릇. 한정된 기일 내 시정명령을 받고 조만간 뿔뿔이 흩어질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눔선교회는 그 와중에도 “하루라도 좋으니 아들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어머니를 뿌리칠 수 없어 또 한 명의 식구를 맞아들였고, “우리 아이가 마약을 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는데 이를 어쩌면 좋으냐”고 눈물을 쏟아내는 어머니를 위해 달려가야 했다.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나눔선교회가 문을 닫게되면, 선택의 여지없이 교도소로 보내지거나 한국으로 추방되는 청소년은 한둘이 아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나눔 선교회에 맡겨진 청소년들 상당수가 명문고교에 다니던 모범생,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중상류층 가정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들 부모 중 어느 누가 “마약을 했던 아들, 갱단에 가입한 아들을 둔 부모”라고 밝히고 싶어할까. 그러나, 지금 상황이 너무나 절박하기에 사회적 위신, 체면 따위로 지체할 수 없다며 용기 있는 몇몇 부모들이 나서서 이들의 사연을 낱낱이 밝혔다. 겉보기엔 너무나 바르고 걱정 한 번 시키지 않던 아들딸이 어느 날 갑자기 갱 단원이 되고, 마약중독임을 알게 됐을 때의 애끓는 심정을 토로하며 ‘나눔 선교회 살리기’에 한인사회 전체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절규하는 이들의 사연은 이렇다.
순식간에 닥친 아들의 갱 가입
가출·패싸움·마침내 체포
이번 비상사태에 대책위원회 회장을 자처한 김인길·그레이스씨 부부는 2000년9월 당시 15세였던 둘째 아들이 갱단 간의 패싸움 사건에 연루돼 경찰에 체포되면서 나눔과 인연을 맺었다.
김씨 부부가 아들이 갱단에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된 건 2000년 3월. 집 앞에 세워둔 자동차가 불에 타는 사건으로 인해서다. 경찰은 단순 화재라고 했지만, 그날 밤 둘째 아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은 데다가 집 근처 자동차 4대가 같은 날 불에 탔다는 소리를 듣고, 직감적으로 아들에게 신변의 변화가 생겼음을 느꼈다. 그리고, 두 달 후 자신이 갱단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어머니가 눈치챘음을 알게된 아들은 가출을 했다.
“그 길로 나눔을 찾아와 상담을 했죠. 한영호 목사님이 ‘경찰에 잡힐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 달 안에 경찰에서 연락이 올 겁니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꼭 한달 뒤, 김씨 부부는 경찰로부터 아들이 갱단 패싸움 사건에 연루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한목사의 예언이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한걸음에 달려가서 만난 아들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고 얼굴에 살기마저 돌았다고 한다.
“선교회와 교도소 중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아들이 교도소에 간다는 건 상상도 하기 싫었죠.” 함께 법정에 섰던 2명의 청소년들은 3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나눔 선교회에 들어온 이후 법정 출석만 27회. 선교회에서 아들을 공짜로 돌봐준 건 둘째 치더라도 법정에 갈 때마다 한목사가 아들을 동반했다. 말이 스물 일곱 번이지 부모조차 진이 빠지는 기간이다. 그러나. 한목사는 아들과 법정 외출을 하는 날이면, 아들에게 외식도 시켜주며 친구가 돼보려고 애썼다고 한다. 부모의 눈에는 철부지 아이로만 비쳐도 아이들은 아는 것이 많다. 그리고 이 사람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본능적으로 느낀다. 더욱이 자신과 말이 통한다고 판단되면 절대로 속이지 않는다.
“아들이 말했답니다. 엄마, 아빠가 이중적인 삶을 사는 게 가증스럽게 보였고, 엄마가 믿는 하나님을 믿기 싫었다고. 엄마는 신앙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종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김씨 부부는 누가 보아도 인텔리 계층의 신앙이 좋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밖에서 아무리 존경받는 부모라 해도 집에 들어와 싸우는 모습이 아들은 싫었던 것이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마약 중독
“내 뱃속에서 나온 자식은 절대로 그럴 리 없다고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부모들에게 ‘귀하의 자녀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고 아무리 얘기해봐도 소용없는 일이죠.”
토랜스에 사는 차효영씨 부부는 아들 셋을 키우는 소문난 잉꼬부부. 생활수준도 중상층에 속했고 가족 모두가 모태신앙으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굳이 부부간의 문제를 꼽으라면 부부사이가 너무 좋아서 아들들이 질투를 한다는 것.
“아들 셋을 키우다보니 아이들이 한번쯤 호기심으로 담배도 피워보고, 마리화나에 손을 댄다는 걸 알았다”는 차씨는 자녀들과의 대화도 원활한 편이라 사춘기가 지나면 모두들 공부 열심히 하는 믿음직한 자녀가 될 것으로 굳게 믿었다고 한다.
학교 성적도 제법 좋았던 둘째 아들이 사고를 칠 줄은 몰랐던 것. 아들은 11학년 1학기가 끝난 2003년1월 마약을 팔다가 걸리고 말았다.
학교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2회 적발돼 ‘금연 클래스’를 다니게 됐을 때 차씨는 친구의 권유로 아들과 함께 나눔선교회를 찾은 적이 한 번 있었다. 큰집에서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아들이 나눔 선교회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 여기 있겠다고 할 리는 만무한 일. 상담을 하다가 벌떡 일어나 나오는 아들을 어쩔 수가 없어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지만 이번은 아들이 싫다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친구의 권유로 마약을 시작했답니다. 용돈은 풍족한 편이었지만 그걸로 마약을 구입하자니 턱없이 부족했던 거죠. 청소년 법정에 갔더니, 판사가 나눔선교회 에릭 한에게 가라고 했어요. 그래서 나눔으로 왔죠. 좋은 집, 풍족한 돈이 아들을 그렇게 만들었는데 열악한 환경은 대수가 아니죠. 아들이 고쳐지기만 한다면....”
11개월을 나눔에서 보낸 아들은 지난 크리스마스 무렵,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나눔을 나와버렸다. 그래도 1년을 나눔에서 보냈으니까 또 마약에 손을 대지는 않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뜬눈으로 새벽을 보내며 아들을 기다렸다.
2주만에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붙잡아 마약검사부터 했고,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타났을 때 그 기쁨은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아직 안심할 수 없어서 정기적으로 마약 검사를 해 선교회에 아들의 상태를 일일이 보고한다. 어떨 때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아들 방으로 달려가서 자고 있는 아들을 깨워 검사를 한다니 이런 부모의 마음을 누가 짐작이나 할까.
“아들위해 부자동네로 왔는데 마약에 노출될 줄이야”
12년 전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싱글 마더가 된 그레이스 이씨는 올해 스무 살이 된 아들로 인해 오랜 세월 마음 고생을 했다.
나눔이 없었다면 아들이 아버지를, 가정을, 형제를 마음으로 느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씨는 담담하게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8년 전이다. 아들 하나 잘 키워보겠다고 라구나 힐스 백인 동네로 이사를 갔고, 이씨 혼자 아들을 키우다보니 생업에 바빠 아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외로웠을 겁니다. 내가 왜 모르겠어요. 그래도 돈은 벌어야 살지 않겠어요. 이를 악물고 참았어요. 그러다가 아들이 옆집에 사는 또래 미국 아이와 친해졌어요. 친구가 생겨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 집 아버지가 마약을 했었나 봅니다.
호기심에 둘이서 그 집 아버지 마약을 몰래 훔쳐 피운 게 첫 경험이었대요. 중학생이 뭘 알겠어요. 그냥 기분이 좋아지니까 한두 번 더하게 됐고, 중독이 된 거죠. 엄마 돈을 훔쳐 마약을 사더니 급기야는 마약 딜러가 됐습니다.
샌타애나 피닉스 하우스 재활원도 갔었지만, 마약 끊기가 그리 쉽나요. 19세가 됐을 무렵 다시 마약을 팔려는 의도가 있다는 걸로 경찰에 잡혔죠.”
그 길로 아들의 손을 잡아끌어 나눔으로 왔다. 수용인원이 너무 많아 잘 곳도 마땅치 않다는 두 목사님에게 빌다시피 간청했다. 슬리핑백 하나 들려서 강제로 선교회에 아들을 떠맡기고 얼른 나와버리면서 이씨의 입에선 어느새 기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지막 희망입니다. 나눔이 아니면 교도소밖에 갈 곳이 없는 우리 아들을 살려주세요.’
“아들위해 부자동네로 왔는데 마약에 노출될 줄이야”
12년 전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싱글 마더가 된 그레이스 이씨는 올해 스무 살이 된 아들로 인해 오랜 세월 마음 고생을 했다.
나눔이 없었다면 아들이 아버지를, 가정을, 형제를 마음으로 느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씨는 담담하게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8년 전이다. 아들 하나 잘 키워보겠다고 라구나 힐스 백인 동네로 이사를 갔고, 이씨 혼자 아들을 키우다보니 생업에 바빠 아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외로웠을 겁니다. 내가 왜 모르겠어요. 그래도 돈은 벌어야 살지 않겠어요. 이를 악물고 참았어요. 그러다가 아들이 옆집에 사는 또래 미국 아이와 친해졌어요. 친구가 생겨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 집 아버지가 마약을 했었나 봅니다.
호기심에 둘이서 그 집 아버지 마약을 몰래 훔쳐 피운 게 첫 경험이었대요. 중학생이 뭘 알겠어요. 그냥 기분이 좋아지니까 한두 번 더하게 됐고, 중독이 된 거죠. 엄마 돈을 훔쳐 마약을 사더니 급기야는 마약 딜러가 됐습니다.
샌타애나 피닉스 하우스 재활원도 갔었지만, 마약 끊기가 그리 쉽나요. 19세가 됐을 무렵 다시 마약을 팔려는 의도가 있다는 걸로 경찰에 잡혔죠.”
그 길로 아들의 손을 잡아끌어 나눔으로 왔다. 수용인원이 너무 많아 잘 곳도 마땅치 않다는 두 목사님에게 빌다시피 간청했다. 슬리핑백 하나 들려서 강제로 선교회에 아들을 떠맡기고 얼른 나와버리면서 이씨의 입에선 어느새 기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지막 희망입니다. 나눔이 아니면 교도소밖에 갈 곳이 없는 우리 아들을 살려주세요.’
남편은 망가졌지만, 아이들만큼은…
매일 밤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줄 때마다 아버지가 이런 존재구나 하고 느낀다고. 그리고 목사님의 기도가 끝나면 딸은 하나님 안에서 아빠를 위해 기도를 한다고 했어요
“나눔 선교회를 알게 된 건 남편 때문이었어요. 10년 전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후 마약에 손을 댔죠.
고쳐지는 듯 싶더니 다시 재발하고 다시는 손대지 않는다고 2년 동안 교회봉사만 하다가도 갑자기 마약에 빠져들고, 그렇게 10년을 살았습니다. 마약 중독자가 가정에 있으면 아무리 착실히 돈을 벌어도 소용이 없죠. 한 순간 무일푼 상태로 집안살림이 거덜나요”
지난해 9월 마약을 하던 남편의 오랜 방황이 서씨의 딸을 가출로 몰았다. 사춘기에 접어들자, 아버지가 한 마디라도 할라치면 ‘너나 잘해라’고 대꾸하던 딸이 급기야 집을 나간 것. 며칠 후 주위 사람으로부터 딸이 한인타운 게임방에 있다는 전화를 받자마자 서씨는 나눔선교회에 연락했다.
엄마의 얼굴을 보자마자 도망치는 딸을 나눔 식구들이 역습해 붙잡았고, 한밤중에도 딸을 위해 달려와 준 나눔 식구들에게 그 자리에서 딸을 맡겼다. ‘거기다 어떤 곳인데, 마약중독자나 사는 곳인데, 딸을 거기다 맡기느냐’고 호통치는 주위 사람들로 인해 갈등이 없지도 않았다. 그러나 서씨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미 경제적으로 바닥이 난지라 서씨 혼자 생활도 벅찬 상황이었던 것.
“무료로 아이들을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이 어디 있어요. 거기다가 하나님 말씀 안에서 아이들이 혼자 설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곳인데요. 한 번은 딸아이가 아주 평온한 얼굴로 말하더라고요. 김영일 목사님이 매일 밤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줄 때마다 아버지가 이런 존재구나 하고 느낀다고. 그리고 목사님의 기도가 끝나면 딸은 하나님 안에서 아빠를 위해 기도를 한다고 했어요.”
3개월만에 딸이 자신을 찾아가자 서씨는 아들까지 나눔에 맡기게 됐다. 아이들만은 마약의 유혹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며 아이들에게 혼자 설 수 있는 날이 되면 함께 살자고 희망을 심어주며 장사를 시작했다. 나눔이 아이들을 보살펴준다는 믿음이 있어 장사에 몰두할 수 있다는 서씨는 만약 나눔이 문을 닫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두 아이를 데리고 살아갈지 막막할 뿐이라고 눈시울을 적셨다.
서씨가 나눔 선교회 기도모임에서 만나 친언니 이상으로 마음을 털어놓는 사람이 리사 한씨다.
한씨의 자녀들은 아직까지 말썽 한 번 일으키지 않았지만, 15세 짜리 아들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나눔은 꼭 필요한 기관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도모임에 나오게 된 것이다.
“나눔 기도모임에 나오는 어머니, 아버지들은 부모의 무지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항상 기도합니다.
부모된 우리 자신이 먼저 변화하지 않고서 아이들이 변하기를 기대해선 안 되는 거죠. 마약 문제는 특히 그래요.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마약에 손대기 전에 부모가 먼저 관심을 갖고 마약에 대해 알아두어야 합니다.
선교회 사람들은 한번만 만나도 마약을 하는지 안하는지 아는데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부모가 몰라서야 말이 안돼죠.”
<하은선 기자>
<글 하은선 기자·사진 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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