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한 악속은 법적 구속력 전혀 없어
사업 시작때부터 최악의 경우 대비해야
지난 3년반 동안 상법을 연재하면서 필자는 한인들이 비즈니스를 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법률상식을 가능한 광범위하게 소개하려고 했었다. 미국의 사회적, 문화적 체제가 몸이 배어 있는 사람들이 아닌 우리 이민자들에게는 ‘법’이란 ‘영어’처럼 우리가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과제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상법 연재를 마치면서 한인들이 상거래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두 번에 걸쳐 정리해 본다.
1. 사전에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다
변호사를 찾는 한인들의 부류는 두 가지이다. 한 그룹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혹시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이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과, 또 다른 그룹은 이미 실수를 저지른 후 허둥지둥 대안을 찾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이다. 어느 쪽이 보다 경제적이냐를 따진다면 말할 나위도 없이 전자일 것이다. 문제 수습을 위해서 변호사를 고용할 경우 그 비용이란 일반인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액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같은 경제성을 감안한다면 비즈니스를 하면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경우 변호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사전에 구한 후 행동에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2. 영어로 된 문서는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한다
영어로 된 문서가 이해가 힘들다고 대충 내용을 읽고 지나치지 말고 작은 글씨라도 그 뜻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영어 단어를 모르면 사전을 찾아서라도 그 뜻이 무엇인지를 알려고 애쓰고, 그래도 내용 파악이 안 되면 전문가를 찾아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바른 절차일 것이다. 왜냐하면 나중에 분쟁이 생겨 법정에 섰을 경우 ‘영어를 몰라서 문서에 적힌 내용이 무슨 뜻이 몰랐다’는 주장은 디펜스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비즈니스를 하기 전에 사인해야 하는 비즈니스 매매 문서, 리스 계약서, 보험 구매서, 라이선스, 퍼밋 신청서는 중요한 문서이므로 서둘러 사인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히 이해한 후 사인해야 한다. 필자의 고객 중 어떤 분은 필자가 쓴 편지나 상대방 변호사에게서 온 편지를 빼지 않고 꼼꼼하게 읽는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때는 전화를 걸어서 그 영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필자에게 설명을 요청한다. 그런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그 분은 사업도 잘 하시고 실수하는 경우도 드물다.
3. 중요한 약속은 반드시 문서로 남기자
한인들이 겪는 법적 분쟁에서 자주 목격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서로의 주장이 말로만 되어 있고 문서화되어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중요한 약속을 왜 글로 남기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서로 잘 아는 사람들끼리 야박하게 따지는 것 같아 그러지 못했다”고 대답한다. 아마도 우리 한인들은 ‘정이 많은 민족’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중에 그렇게 우애롭게 시작한 동업이 잘못 될 경우 ‘구두 약속’은 설 곳을 잃고, 오직 남는 것은 종이에 적힌 약속뿐이다. 그 글로 적힌 약속이 비록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냅킨 쪽지에 한글로 적은 것이라도 이렇게 문서화된 약속만이 억울할 때 내 입장을 지지해주는 ‘믿을 만한 증거’라고 봐야 한다. 약속을 반드시 영어로 남겨야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영어로 쓰고 공증을 받고 그러면 더 할 수 없이 좋겠지만 영어가 편치 않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는 유창한 한글로 서로의 약속을 종이에 적고, 날짜를 쓰고, 그리고 사인을 해도 나중에 법적인 증거로 충분히 사용할 수가 있다. 억울하다고 가슴을 치면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오는 고객들 중에서 그 억울함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오로지 서로의 말뿐이고, 문서가 없을 때는 이 고객을 도울 방법이 별로 없다.
4.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이 비즈니스가 잘못 될 경우도 생각하자
비즈니스를 계획하면서 이 사업이 잘못될 것을 생각한다는 것이 ‘재수 없는 발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렇게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나중에 사업이 잘못 된다고 하더라도 손해를 줄일 수가 있다. 특히 소송이 많은 미국에서는 사업체에 소송이 들어오면 보험을 충분히 들고 있지 않을 경우 사업체 뿐 아니라 자신의 개인 재산까지도 날릴 수가 있다. 따라서 개인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사업체를 설립해야 하는지도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필자의 고객 중 한 분은 비즈니스를 개인 이름(DBA)으로 시작해 10년 간 아무런 문제없이 사업을 해했다. 직원 상해보험료가 너무 비싸서 이 보험을 사지 않고 비즈니스를 하던 중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한 직원이 퇴근하려고 회사 정문을 나가던 중 쓰러지는 철문 게이트에 깔려서 반신불수가 되었다. 부상을 입은 직원은 두 곳의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민사소송과 노동청 클레임을 걸어왔다. 아무런 보험도 들어있지 않았던 이 고객은 사업체를 클로즈했을 뿐만 아니라 사업체를 개인이름으로 해왔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재산까지 소송을 당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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