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 비틀어진 대지를 뚫고 나와 주변 환경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형형색색 모습으로 피어난 사막의 야생화를 보고 있으면 자연의 신비스러움에 다시금 경탄하게 된다.
작열하는 태양과 모래만이 허용된 땅 사막. 하지만 신기루와 오아시스의 낭만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곳이다. 남가주 사막은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지난달 내린 폭우와 함께 최근 몇 년간 가뭄으로 거의 볼 수 없었던 사막 야생화가 ‘오색의 향연’을 만들어내고 있다. 황폐한 사막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 생명을 지탱하는 모습은 대견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오묘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앤자 보레고, 데스 밸리, 조슈아 트리 등의 남가주 사막 야생화 군생지로 주말 꽃놀이를 나가보자.
<백두현 기자>
▲앤자 보레고(Anza Borrego)
서부지역에서 사막 야생화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주립공원으로 앤자(Anza), 블레어 밸리(Blair Valley), 보레고 배드랜즈(Borrego Badlands), 보우 윌로우(Bow Willow), 피시 크릭(Fish Creek), 샌타로사(Santa Rosa) 그리고 캠핑장이 있는 타마리스크 그로브(Tamarisk Grove) 등 7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여름이면 낮 최고기온이 120도를 오르내리면서 도저히 사람이 살 곳이라고 생각되지 않지만 봄철 비가 내리면 몇 년씩 땅 속에서 잠자던 사막식물의 씨들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한번 꽃을 피우고 3주 정도면 다시 씨로 변해 땅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사막의 야생화 관찰은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바로 가서 구경을 해야 한다. 또한 무려 60만에이커에 이르는 공원의 사이즈 때문에 야생화 구경은 어느 한 곳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드라이브나 하이킹을 통해 야생화를 찾아다니면서 해야 한다.
앤자 보레고 지역은 올 시즌 약 2.1인치 정도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예년에 비해 3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공원 측은 근래에 보기 드문 야생화의 무대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야생화들을 볼 수 있는 지역은 보레고 팜 캐년(Borrego Palm Canyon)과 코요테 캐년(Coyote Canyon) 등으로 팝콘 플라워(popcorn flower) 파셀리아(phacelia) 추파로사(chuparosa), 사막 라벤더(desert lavender), 사막 민들레(desert dandelion) 등이 아름다운 꽃 봉우리를 한껏 뽐내고 있다.
이 밖에도 캘리포니아 주화인 파피(poppy)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디조지오 로드(DiGiorgio Road), 앵초(primrose)와 버베나(verbena)가 한창이라고 공원 측은 밝히고 있다.
클리블랜드 포레스트 산간 지역에서 앤자 보레고로 향하는 S2 하이웨이상의 메이슨 밸리(Mason Valley)에서 바위 사이를 뚫고 나온 록피(rockpea)와 브리틀부시(brittlebush)가 신기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즐겁게 하고 있다.
공원 야생화 군생지에 대한 보다 자세한 문의는 보레고 스프링스에 있는 비지터센터(760-767-5311)를 방문하면 지도와 함께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비지터센터는 주말마다 야생화에 대한 각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인근 캠핑장의 예약도 받는다. 또한 인터넷(www.desertusa.com/anza_borrego)에 접속, 와일드플라워 업데이트(wildflower updated)를 클릭하면 현재 야생화 상태에 대한 리포트가 나온다. 와일드플라워 핫라인 전화번호는 (760)767-4684이다.
가는 길 LA에서 10번 이스트로 가다 15번 사우스로 갈아탄다. 테메큘라에서 나오는 79번 사우스로 다시 갈아타고 클리블랜드 내셔널 포레스트를 넘는다. 워너 스프링스를 지나서 나오는 S2번 하이웨이로 들어서서 산을 내려오면 길이 S22번으로 자연스럽게 바뀐다. 비지터센터가 나오고 앤자 보레고에 도착하게 된다.
▲조슈아 트리
8,000에이커에 달하는 방대한 고원에는 청명한 하늘과 깨끗하고 맑은 공기 그리고 완벽한 평화와 정적, 이로 인해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현재 남가주에 있는 사막 가운데 가장 많은 종류의 야생화를 발견할 수 있다. 야생화가 공원 남부 지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리포트가 매일 들어오고 있다. 특히 이 곳에서 예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파피와 캔터베리 나팔꽃(canterbury bells)들도 떼를 지어 피어나고 있다.
조슈아 트리는 고도에 따라서 피는 꽃의 종류가 다른데 해발 1,000~3,000피트의 저지대에서 자라는 유카 선인장의 꽃은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피어나며 다른 종류의 선인장들은 4월 초부터 그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좀더 높은 해발 3,000~5,000피트 지역에서 자라나는 조슈아 트리는 3월 말부터 꽃이 만개될 것으로 보이고 이 지대 선인장은 4월 중순부터 꽃이 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는 길 LA에서 10번 프리웨이 이스트를 타고 약 100마일 정도 가면 유카밸리(Yucca Valley)로 빠지는 62번 하이웨이가 나온다. 62번을 따라 약 45마일 정도 북상하면 투엔티나인 팜스(29 Palms)를 지나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한다. 야생화나 캠핑에 대한 문의는 (760)367-5500, (800)365-2267 등으로 하면 된다.
▲데스 밸리
미국을 대표하는 사막 국립공원. 이름 그대로 여름철에는 화씨 125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가 계속되지만 지금은 75도 내외로 1년 중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그런데 이 곳에도 야생화가 피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기로 유명한 이 곳에 지난달 2인치 가량의 단비가 내려 야생화의 절경을 기대하고 있는 방문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395번 오웬스 밸리(Owens Valley) 론 파인(Lone Pine)에서 데스 밸리로 들어가는 190번 도로 선상에는 노란색의 야생화가 만발해 있으며 쇼션(Shoshone) 시에서 공원으로 들어가는 178번 도로 선상 일부 구역에도 야생화를 목격할 수 있다.
가는 길 LA에서 10번 프리웨이 이스트를 타고 가다 15번 노스로 갈아탄다. 베이커(Baker)에서 127번이 나오면 북쪽 방향으로 갈아타고 데스 밸리로 들어가는 190번 웨스트를 타면 된다. LA에서 총 거리는 300마일 정도.
사막 야생화 관찰 주의점
-가장 먼저 공원의 비지터 센터를 방문한다. LA시보다 더 큰 지역이기 때문에 정확한 야생화 군생지를 알지 못하면 먼길을 운전하고 야생화 구경은 못하고 온다.
-일부 지역은 하이킹으로 도달하기 때문에 1~2마일 정도를 걸을 각오를 하고 여행을 떠난다. 약간은 힘든 하이킹 끝에 발견하는 야생화는 더욱 큰 아름다움과 성취감을 선사한다.
-물을 충분히 준비한다. 일부 지역은 낮 최고 기온이 90도 이상 올라간다. 사막지역은 LA보다 적어도 20도 이상 온도가 높다고 생각해야 한다. 선탠 로션도 준비한다.
-야생화는 주변 환경에 매우 예민하고 자연생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함부로 꺾거나 밟는 것은 물론 손으로 만지는 것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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