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 소추를 받은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최종결정을 놔두고 있지만 한국의 정국은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 볼수 없는 형편이다. 탄핵정국을 보는 한인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싣는다.
진보세력 대통합 계기로 삼자
유철/USC한국프로젝트 연구원·정치학 박사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 가결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에서 그 근본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으로부터 노무현이 떨어져 나와 우리당을 만들면서 이번 사태의 단초가 제공됐다고 볼 수 있다.
의회의 탄핵 가결을 단적으로 찬성 또는 반대하는 것보다는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당으로서는 민주당과의 분당의 잘못을 깨달아야 한다. 당시 분당을 하면서 우리당은 부패 척결과 개혁을 대의 명분으로 삼았었다.
그런데 노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의 비리가 줄을 이으면서 그 명분이 퇴색됐다. 그러므로 민주당 잔류세력에게 노 대통령과 우리당은 배신자에 다름 아니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의 화를 자초한 악수였다. 미흡하더라도 갈라져 나오지 말고 민주당 내에서 신·구 세력이 조화를 이뤄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타협의 정치를 보였어야 했다.
물론 민주당의 구 세력을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부패 척결을 속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 죄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선을 승리로 이끈 세력이다. 어떻게든 당내에서 살길을 모색했어야 마땅했다. 우리당은 탄핵으로 귀결된 분당의 책임을 통감하고 뼈를 깎는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일로 인해 보수 세력이 득세하는 상황이 초래돼서는 곤란하다. 의회의 탄핵 가결에 한나라당의 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은 무시할 수 없다.
당연히 보수 세력의 목소리가 거세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설령 헌법재판소가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다손 치더라도 진보 세력은 또 한번의 대타협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다시 뭉쳐 진보적인 성향의 대선 후보를 내고 보수세력의 후보에 맞서야 한다.
현재의 대북 정책의 골간이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북핵 문제는 무력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하며 이를 위해 보수 세력이 재집권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도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권은 대북 관계를 고려해 애써 이를 무시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북한 인권 문제를 기피하거나 의도적으로 축소하면 보수 세력에게 빌미를 주는 형국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노 대통령과 우리당은 민주당에서 분당한 잘못을 통감해야 한다. 만에 하나 대통령이 탄핵되더라도 흔들리지 말고 진보 세력이 결집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관계없이 진보 대통합을 추진해 사회개혁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인격이 부족한 대통령
정호영/한민족자유협의회 회장
인격은 말로 표현된다. 말이 바로 그 사람의 인격이라는 말이다.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되기는 했지만 자기 인격만큼의 말밖에는 하지 못하고 있다. 말에는 또한 신분이 있다. 봉건사회의 신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신분이 높을수록 지성과 품위와 교양의 수준이 높고 말도 정교하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된 지 얼마 안돼서“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한 노 대통령의 말은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다. 국민은 그의 말에 한편 놀랐지만 이해하려 했다. 그 동안 권력에 탐하고 물욕에 눈먼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개혁하려는 노 대통령이 번번이 좌절한데서 오는 말투거니 여기고 격려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작년 12월 중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포하여 정계를 혼란스럽게 한 일이 있다. 국민은 찬반양론으로 갈라졌다가 겨우 잠잠해지는 듯하더니, 또 “한나라당의 부정선거 자금액의 1/10이면 사임하겠다”고 했다. 이는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다. 이제 국민들은 그의 막가는 말투에 식상해버렸다.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표를 얻어 당선되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라야 한다. 그런데 노무현씨는 위기를 자기 힘으로만 대처하려고 몸부림친다. 너무 자신하고 교만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좌절하고 불안해한다. 말을 바꾸고 말꼬리를 달고 변명하고 불안해한다. 통치자가 불안해 하니 국민도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노 대통령이“법이 허용하는 한 4.15 총선에 열린우리당원이 많이 당선되도록 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하여 선관위원회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라 공식 통고한 것을 문제 삼아 야당에서 노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나왔다,
그러나 여론은 노 대통령이 사과하고 탄핵은 하지 말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3월 11일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는 사과는커녕 오히려 4.15 총선과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시키겠다는 말로 꼬리를 달았다. 그 결과 탄핵 반대하던 의원들조차 찬성표로 돌아섰다. 탄핵이 가결선 12표나 넘게 의결되고 말았다. 이는 노무현씨가 대통령 될 인격이 부족한 탓이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불가로 판정되어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된다면 노무현씨는 과거에 자기불만을‘검정고시’라는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자기 위기를 긍정적으로 풀었던 것처럼, 대통령직 수행에 목숨을 거는 자기성찰로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자기 교만을 죽이는 십자가를 질 수 없으면 미국의 닉슨 대통령처럼 자진 사퇴함으로서 역사기록에 용퇴했다는 두 글자라도 남기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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