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규모 촛불집회…시민단체 등 공동대응, 사태 장기화될 듯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틀째인 13일 시민.사회단체가 매일 탄핵규탄 촛불집회를 이어가기로 한 가운데 전국에서는 탄핵 규탄집회가 봇물처럼 이어졌다.
더욱이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551개 시민.사회단체가 이날 오전 서울YMCA 강당에서 비상시국회의를 갖고 탄핵사태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전국조직인 `탄핵무효 부패정치척결을 위한 범국민행동’ 결성에 합의함으로써 탄핵안 가결로 인한 소요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 13일 밤 광화문거리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무효화를 외치며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 사태를 맞 아 13일 밤 서울 광화문에서는 7만여명(경찰 추산 5만, 주최측 추산 10만)의 시민들이 탄핵무효와 민주수호를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55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탄핵무효 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행동(이하 탄핵무효 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무대가 차려진 광화문∼종각 사이의 도로를 가득 채운채 야당의 탄핵안 가결을 규탄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
오후 6시께부터 집회 현장에 삼삼오오 모여든 시민들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을 인정할 수 없다, 탄핵안 가결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손에 `탄핵무효’ 와 ‘민주수호’라고 쓰인 구태 정치인의 퇴장을 의미하는 붉은 카드와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개회사에서 국회의 탄핵안 날치기 통과는 무효이며, 우리는 후손을 위해 싸워 반드시 민주주의를 되찾아야 한다라며 탄핵안 가결을 주 도한 이들은 4.15총선에서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무효 국민행동’은 시국선언문에서 국회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아무런 명분도 국민적 동의도 없이 끌어 내리겠다고 하는 것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꽃피운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하는 낡은 정치세력의 정치적 폭거라며 헌법재판소는 탄핵안이 무효임을 신속히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 13일 오후 광화문거리에서 청년들이 맨등에 ‘탄핵부끄럽지않소’ 글귀를 쓰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무효화를 외치고 있다.
집회에 참가한 회사원 김경호(39)씨는 언론보도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을 앉아서 보고 있을 수 없어 참가했다며 내가 사는 이 나라가 정말 민주국가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9살짜리 딸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주부 이미경(35)씨는 지금 우리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아이에게 엄마가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란 것을 보여주고 싶어 참가 했다며 전날 탄핵안 가결을 보고 너무 화가 나 차마 끝까지 볼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대학원생 우수연(25.대학원생)씨는 탄핵안 가결절차와 국회의원들의 행동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나왔다며 민주국가의 국민으로서 그들의 행동이 수치스럽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 날 경찰병력 47개 중대 6천여명을 동원, 미 대사관 등 인근 주요시설을 전경버스로 가로막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집회는 별다른 충돌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
인파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종로1가에서 광화문 양방향 도로가 모두 통제되면서 도심 교통은 심한 정체를 빚었다.
광화문 일대에 사람수가 점차 늘어나자 이 날 오후 7시께부터 1시간동안 지하철 5호선 광화문 역에서 승객안전 차원에서 승하차가 통제돼 전동차가 한때 무정차 통 과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이 날 오후 10시께 집회를 마무리하자 현장에 남겨진 쓰레기를 주운 뒤 지하철과 버스 등을 이용, 1시간여 만에 완전히 해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날 부산지역 1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부산 태화쥬디스 백화점 앞에서 4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를 연 것을 비롯, 광주 금남로 무등빌딩 앞 600명,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1천300여명, 대전역 3천여명 등 지방에서도 모두 1만1천여명의 시민들이 집결해 탄핵무효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날 부산에서는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등 부산지역 100여개 시민단체로 결성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범국민 부산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오후 4시 부산진구 서면 태화쥬디스 백화점 앞에서 1만5천여명의 시민단체 회원과 대학생, 시민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박관용 국회의장이 국민앞에 사죄하고 헌법재판소는 국정공백과 국민의 불안을 최소화하도록 총선 전에 판결해 줄 것을 촉구하고, 밤늦게까지 촛불시가행진을 벌였다.
광주에선 광주.전남지역 총학생회연합(남총련) 소속 대학생과 시민단체, 노사모 회원들이 오후 6시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에서 탄핵 반대 촛불집회를 가졌다.
열린우리당 광주 남구지역 당원, 전남 여수 시민단체 회원들, 순천지역 시민단체들도 이날 오후 광주 남구 진월동 센트럴시티 웨딩홀, 전남 여수시 군자동 진남관 앞, 순천시 장천동 남문다리 앞에서 각각 규탄집회를 개최하는 등 전남지역 곳곳에서 규탄 행사와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광주YMCA, YWCA, NCC 임원 등 지역 원로들은 이날 오후 긴급회동을 갖고 15일부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국가와 민족을 위한 시국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경남지역에서도 규탄 시위가 노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를 비롯해 마산과 창원 등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날 오후 6시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단감농협 앞 도로 양쪽에서는 진영 주민 500여명이 손에 태극기와 촛불을 들고 모여 고향사람들이 나서 노 대통령을 살려내자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진영읍 시위는 경남 진영읍 번영회 등이 마련한 것으로, 시위 참가자들은 ‘국회 탄핵 가결, 전 국민은 분노한다’는 등 문구가 적힌 피킷을 들고 지나가는 택시 등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대구에선 대구참여연대 등 지역의 50여개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열린우리당 당원, 노사모 회원 등 500여명이 오후 7시께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 모여 탄핵 규탄 집회를 이틀째 이어갔다.
이들은 ‘근조 민주주의’가 적힌 대형 현수막 아래에서 애국가와 아리랑, 민중 가요 등을 부르며 `탄핵무효, 국회해산’ 등을 외치며 촛불시위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오후 5시께 열린우리당 총선출마 예정자 8명은 대구백화점 앞에서 탄핵의 부당함을 알리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으며, 오전 10시께 일부 택시기사들이 수성구 두산오거리에서 동대구역까지 탄핵을 규탄하는 차량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북지역에선 열린우리당 경북도지부와 각 지부당이 공동으로 이날 오전 포항상공회의소에서 ‘헌법수호 국민운동 선포식’을 개최하고, 탄핵안 가결을 헌정질서를 파괴한 의회쿠데타로 규정하는 등 탄핵 규탄 집회가 잇따랐다.
대전.충남지역에서도 오후 6시부터 대전역 앞에서 대전지역 시민 3천여명이 전날에 이어 이틀째 촛불집회를 갖고 `탄핵소추안 가결은 정치 쿠데타’라고 비난했고, 같은 시각 충남 천안시 신부동 아라리오 광장에선 천안지역 시민단체연대회의 회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규탄집회가 열렸다.
충북에선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도내 34개 시민단체 회원 등 400여명이 오후 7시 청주 중앙공원에서 `탄핵 규탄 대회’를 열고 야당이 총선 전략 때문에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한 것은 의회 쿠데타이고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야3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청주시내 일원을 돌며 촛불 시위를 벌였다.
이들 단체 대표들은 이날 오전 긴급 대표자 회의를 갖고 탄핵 철회와 16대 국회 해산을 요구하는 `범 도민운동’을 전개하기로 하고, 오는 17일 `탄핵무효 민주수호를 위한 충북도민행동’을 발족키로 결정했다.
전북지역에선 오후 6시부터 전주시 고사동 객사(客舍) 앞에서 300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열렸고, 군산시 나운동 시민회관 앞과 김제시 요촌동 터미널 앞에서도 2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전북도지부는 이날 오후 3시 전주시청 앞 광장에서 정세균, 장영달, 이강래 의원 등 전북지역 현역의원과 당원 400여명,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으며, 민주노동당 전북지부도 오후 2시 전주시 서노송동 코아백화점 앞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선전전을 펼쳤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등 인천지역 20여개 시민단체 회원 300여명은 오후 6시 인천 부평역 광장에서 국회 영정 모형을 들고 ‘탄핵무효, 민주수호를 위한 인천시민 촛불집회’를 열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국을 파탄으로 몰고가고 있다며 국회해산을 주장했다
강원도 원주 참여자치시민센터는 이날 10여개 시민단체로 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오후 6시부터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원주농협 앞에서 `탄핵 무효 및 민주 수호를 위한 시민대회’를 개최했다.
민노총 제주본부 등 제주지역 16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7시까지 제주시 동문로터리에서 소속 회원과 시민 7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규탄 집회를 가졌고, 오후 7시부터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노사모 주최로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열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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