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본보가 발행한 호외를 통해 소식을 들은 한인들은 충격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통령 탄핵 가결, 북가주 한인들의 반응
11일 저녁 한국의 헌정사 최초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는 순간을 접한 한인들과 또 이 소식을 모르다가 12일 본보가 발행한 호외를 통해 소식을 들은 한인들은 충격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번 결정이 불러올 파장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 TV 뉴스 생방송을 볼 수 있는 호텔과 대형식당, 마켓이나 위성 방송을 시청하는 가정에서는 한인들이 시시각각 전달되는 TV속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탄핵정국’이란 거대한 회오리 바람속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한국을 바라보는 한인사회의 모습을 정리했다.
◎…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은 탄핵 소용돌이 속에서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탄핵안 통과 직후 고건 총리(대통령 권한대행)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잇달아 정상적 업무수행과 정치적 엄정중립을 강조하는 훈령을 내린 탓인지 영사관 직원들은 하나같이 이번 사태에 대해 극도로 ‘입조심’을 하면서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의 반향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들이었다. 김종훈 총영사는 12일 오전 긴급 직원회의를 열어 고 총리와 반 장관의 특별지시를 거듭 상기시키는 한편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영사는 한인들에 대해서도 생업이 있고 생활환경이 다른데 본국 정치상황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한국에서처럼) 이 문제로 동포사회가 분열하고 반목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회에서의 탄핵안 통과로 (탄핵사태가) 완전히 끝난 게 아리고 (헌법재판소의 판결 등) 일련의 헌법적 절차들이 진행되는 만큼 우리 동포들도 서로 자숙하고 의연하게 사태추이를 보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유근배 상항지역 한인회장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하고 야당이 나름대로 깨끗하지 못하면서 대통령을 탄핵시키기 위해 이같은 시도를 한 것도 잘못되었고 대통령도 잘못한 것이 있는데 고집을 부려서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발혔다. 유회장은 서로 합의해서 국민들을 위해 좋은 정치를 펴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이번 사태로 국가적으로 여러 가지 손해를 본것같다고 말했다.
◎…상항지역 민주평통 김우정 회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사랑하는 조국이 건너지 않았으면 했던 강을 건너고 말았다며 이것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인지 나쁜 영향을 줄 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으나 한국 정치발전의 향방을 좌우할 터닝 포인트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본국의 형제자매들이 지금 이 순간에 정치개혁 세력을 지지할 것인가 안정적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항 한인 상공회의소 유대진 회장은 정치가 안정돼야 경제도 안정이 될텐데 이유야 어떻든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라며 모든 게 하루빨리 정상화돼 이번 사태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적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한미 상공회의소 택장 회장은 탄핵까지 가지 않고 대화와 절충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을텐데 결국 보복적인 조치를 취하게 돼 유감이라며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의견을 경청해 슬기로운 판결을 내리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언급했다.
◎… 계용식 북가주해병전우회장도 여야가 서로 조금만 노력했으면 원만하게 해결됐을 일을 대통령이나 야당 모두 노력을 하지 않고 고집을 부려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2년전 월드컵 당시 하나로 뭉쳤던 모국을 생각했다면서 이번에도 다시 과거로 후퇴하지 않고 틀림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최문규 북가주 ROTC 동지회장은 그동안 노대통령이 국민을 볼모로 도박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면서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국정을 수행해 나갔다면 국민들을 이처럼 불안한 사태에 빠뜨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회장은 또 자신을 오늘의 자리에 있게 만들어준 민주당을 내친것도 실수였다면서 그러나 나라가 잘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라도 탄핵심판이 부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클랜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황두연(35)씨는 한번 대통령을 뽑았으면 어느정도 기다려야지 1년밖에 안된 기간동안 좀 못했다고 그런 식으로 몰아내려 한다면 되겠느냐며 한국이 민주주의쪽으로 가기를 기대했는데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 모라가에 사는 송인섭씨는 정치적으로도 불행하고 한국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라며 경제 문화계에 비해 한국 정치가 뒤떨어져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 바로 이런 후진적 행태 때문에 그런 소리를 듣는 것 같다고 씁쓰레했다.
◎… 오클랜드 부산 플라자 모바일 월드의 김기근씨(42)는 대통령이 설사 실정을 했거나 선거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내쫓는다는 것은 신중해야 할 일이 아니냐고 말하고 먹고 살기도 힘든데 고국의 정치이야기를 보면 짜증이 날 정도라서 관심도 갖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일식당을 하는 강윤경씨(45)는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잘된 일이라면서 대통령이 이리 저리 말을 바꾸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했으므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학교를 졸업하고 15살 때 이민을 온 김대구씨(28)는 잘은 모르지만 코미디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인터뷰에 응한 한인들의 의견은 대통령의 잘못이냐 야당의 횡포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으나 대부분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온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하면서 한국의 사태를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정태수·홍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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