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서바이버’ 작가 김성원
매주 토요일. 개그맨 정준하는 ‘안좋은 추억과 바보라는 편견’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다 결국 두 번 죽는다.
일요일 저녁. 개그맨 김용만은 16명의 게스트 앞에서 ‘방귀 뀌는 용만이, 떡먹고 이리저리 구르는 용만이’로 망가진다.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은 그들을 보고 잠시나마 웃음을 되찾는다. 이 웃음의 뒤편에는 한 줄의 대사와 아이디어를 놓고 고민하는 작가의 땀이 숨어있다.
김성원 작가(37). 그는 최근 대박행진 중인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 ‘노브레인 서바이버’를 포함한 ‘코미디하우스’를 동시에 대표집필하고 있다.
남자가 극소수인 작가세계에서 코미디·오락작가로 10년 외길을 걸어왔다. “삶이란 웃기 위해 사는 것 아니냐”는 김작가는 매주 김용만의 ‘두뇌혁명’과 정준하의 ‘두뇌역경’ 사이를 오간다.
#1,500만을 웃기는 사나이
‘일밤’의 시청률은 30% 내외. 하지만 ‘브레인 서바이버’ 코너는 45%를 상회하기도 한다. ‘노브레인 서바이버’도 25% 내외의 시청률로 본 프로그램인 ‘코미디 하우스’의 인기를 떠받친다.
방송가에서는 이 두 코너의 시청자를 대략 1,500만여명으로 추정한다. 김작가를 비롯한 작가진의 펜끝으로 1,000만 시대를 연 영화 ‘실미도’의 관객수를 매주 뛰어넘는 셈이다.
‘브레인 서바이버’의 문제는 작가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끄집어낸 창작품들이다. 김작가는 6살 아들이 방귀뀌는 모습을 보고 ‘방귀뀌는 용만이’ 문제를 생각했고, 동화책 등을 읽다 ‘용만이가 뱉은 수박씨가 몇 개인지, 타잔의 아∼ 소리는 몇 초간 울리는지’ 등을 만들었다.
요즘 뜨고 있는 ‘올챙이와 개구리’ 율동문제도 아들이 즐겨보는 유아사이트에서 찾아냈다. 한때 경쟁 방송사의 ‘꿍꿍따’ 열풍으로 위축됐던 ‘일밤’이 이 코너로 기세가 등등하다.
‘노브레인’은 ‘브레인’의 문제를 살짝 비틀면 쉽게 만들어진다. 실로폰 음을 맞히는 ‘브레인’의 문제를 ‘노브레인’에서는 실로폰 음을 들려준 뒤 ‘지금 친 것은? ①실로폰 ②사기’로 내는 식이다.
‘준하가 졸다 흘린 침 때문에 국어책의 영희, 철수, 바둑이가 익사한’ 안좋은 추억들도 김신회 작가 등 후배들과 빚어내는 작품이다.
그는 이 코너들로 2003년 MBC 방송연예대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김작가는 “모든 제작진의 노력으로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돼 기분이 좋다. ‘정치인보다 국민들을 기쁘게 해주는 당신들이 국민들의 일꾼’이라는 시청자들의 격려가 힘이 된다”며 뿌듯해했다.
#연극배우, 백화점 직원, 방송작가
김작가는 1990년 한 극단에 들어가 활동했던 배우지망생이었다. 연기에 어려움을 느낀 그는 극단을 나왔고 대학시절 막노동, 옷장사 등으로 삶의 경험을 쌓았다.
졸업 후 택한 직장은 모 백화점 총무과 직원. 그러나 적성이 맞지 않았다. ‘몇 년 후 오후 2시에도 똑같은 일을 할 것’ 같은 摹タ?싫증이 났다.
95년 MBC 코미디작가 모집 공고를 본 뒤 사무실에서 틈틈이 60분 분량의 대본을 완성했다. 재미있다는 여직원의 말에 용기를 얻어 지원, 15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작가가 됐다.
학창 시절 백일장에서 상을 도맡았던 독특한 필체가 한몫했다. ‘오늘은 좋은 날’ ‘테마게임’ ‘전파견문록’ ‘코미디닷컴’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을 쓰며 웃음제조에 도전했다.
그동안 어러움도 많았다. KBS ‘개그콘서트’의 위세에 눌려 “MBC 코미디는 맛이 갔다”는 말을 들을 때는 상심이 컸다. 녹화를 하루 앞두고 3개 코너를 써야할 때는 어디론가 숨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
적은 월급 때문에 4∼5년 동안 돈도 많이 까먹었다. 개편 시기 때마다 프로그램에서 남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도 컸다. 이 때문에 그만두는 작가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묵묵히 견뎠고 이제 그는 MBC 예능국에서 두 프로그램을 쓰는 유일한 작가가 됐다. 계약금까지 받는 그는 수입도 또래 월급쟁이를 훨씬 능가한다.
정준하가 지난해 연예대상 수상소감에서 “개그계의 대부 김성원 작가”라고 칭할 만큼 입지도 단단해졌다. 김작가는 “‘네가 쓴 글이 제주도를 넘어 세계로 간다. 자부심을 가져라’는 선배의 말씀을 늘 되새긴다. 삶이란 웃고 행복하려고 사는 것이기에 웃음을 만드는 코미디 작가의 길을 계속 가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송호진 dmzsong@sportstoday.co.kr
/사진=김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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