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의 사랑’에 인조인간으로 나온 그렉 박 감독. 그는 인간들의 관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서로 연결되고픈 인간의 마음 그려”
4편의 얘기가 한편의 장편처럼 어필
배급가격 너무 높아 직접 영화관 교섭
-왜 단편형식을 취했는가.
▲나는 레이 브래드베리의 공상과학 단편소설을 읽고 ‘트와일라이트 존’ 같은 TV 쇼를 보면서 자랐다. 나는 늘 ‘로보트 이야기’의 얘기들을 단편으로 생각해 왔다. 다행한 일은 4편의 얘기가 한 편의 장편처럼 함께 어울리는 것으로 각 단편들이 독립된 얘기로 만들어진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하겠다.
-무엇을 얘기하고자 했는가.
▲인간의 마음과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려고 애쓰는 얘기를 만들고 싶었다. 인간적 관점에서 이 영화는 연결의 필요성에 관한 얘기다.
사회적 관점에서는 기술이 세상을 아무리 변화시키더라도 생각하고 느끼고 배우는 모든 생물들은 우리가 늘 가져온 똑같은 감정적 갈망과 문제를 갖게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마음에 관한 얘기는 늘 모두에게 관계가 되는 것이다.
-당신의 영화는 2002년에 완성돼 이제야 극장서 선을 보인다. 극장 상영이 얼마나 힘들었는가.
▲정말 매우 길고 힘든 여정이었다. 우리는 영화를 50여개의 영화제에서 선 보여 29개의 상을 받는 업적을 기록했다. 2개의 배급사서 제의가 들어 왔지만 가격이 너무 엉뚱해 포기했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내가 직접 배급하기로 결정하고 영화제에서 가급적 많은 예술영화 상영관 주인들을 만났다. 동시에 나는 이 영화를 좋아한 수천명의 e메일 주소를 확보, 영화의 극장상영 작전에 큰 도움을 받았다. 2월13일 뉴욕에서 먼저 상영, 흥행이 잘돼 3월4일까지 3주 연장 상영됐다. 보스턴과 DC에서의 호응도 높다. LA 상영에 우리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여기서 성공하면 전국의 더 많은 도시에서 상영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독립영화의 장래는.
▲독립영화가 빛을 보기는 늘 힘들다. 그러나 나는 이들 영화제작자들이 자신들의 영화를 풀뿌리 관객들이 지원할 용의가 있는 영화로 만들 각오만 돼 있다면 ‘로보트 이야기’ 같은 독립영화들의 장래가 밝다고 느낀다. 우리는 ‘로보트 이야기’를 아시안 아메리칸과 공상과학 팬들에게 접근시키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다. 매우 힘들고 정력을 소모시키는 일이지만 작은 영화들의 성공은 이런 방법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우리가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내일은 운수대통’과 ‘샬롯 섬타임스’및‘로보트 이야기’같은 영화들을 보려고 극장을 찾도록 계속 노력한다면 이들 영화들이 언젠가 할리웃과 뉴욕에서 큰 영화 노릇을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한국계 미국인 영화인들과 접촉을 자주 하는가.
▲뉴욕의 마이클 강, 탐 문, 한승환, 조해나 리, 유나 홍 및 LA의 크리스 챈 리가 다 내 친구들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도전과 다투는 영화인들로 종종 조언과 협조로 서로를 돕고 있다.
-한국영화에 관해서 아는 바는.
▲과거 수년간 이룬 한국 영화의 부흥을 크게 기뻐하고 있다. ‘지구를 사수하라’와 ‘춘향뎐’과 ‘집으로’의 열렬한 팬이다.
-다음 계획은.
▲중국인 총잡이와 멕시칸 여자가 나오는 미국을 무대로 한 서부영화 ‘리오 치노’(Rio Chino)다. 1869년 미서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모험영화로 지난 10년간 내가 꿈 꿔온 영화다. 지금 나의 제작자 카린 첸과 제작비를 마련 중으로 잘하면 내년에 촬영에 들어간다. 행운을 빌어 달라.
-뉴욕타임스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쓴 당신 영화에 대한 호평을 읽었는가.
▲이 영화가 받고 있는 호평에 너무나 행복하다. 나는 늘 이 영화를 믿었다. 그리고 특히 이같은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가 다양한 관객에 어필하리라고 굳게 믿었다. 앞으로도 계속 호평과 관객들의 호응을 크게 기대한다.
그렉 박씨는…
달라스서 자란 그렉 박(34)은 예일대서 정치학을 공부한 뒤 로즈 장학금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했다. 당초 목적은 정치가가 되는 것이었으나 학생 영화제작 단체에 개입하게 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그는 영화제작이 지적, 감정적, 사회적 및 육체적 도전이라고 느끼고 바로 영화제작이 자기 일이라고 여겼다. 뉴욕대 영화제작 프로그램에 등록, 공부를 마치고 많은 단편을 만들었다. 1998년에 만든 단편 기록영화 ‘할아버지와의 싸움’으로 아카데미가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주는 상을 받았고 ‘로보트 이야기’로 2002년 햄튼 영화제의 최우수 각본상을 받는 등 많은 상을 탔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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