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초기의 묘지는 한 가지 특이성을 보이고 있다. 어린이 묘지가 없다는 점이다. 그 이유를 역사가들은 이렇게 본다. 젖먹이와 신생아 시체가 너무 많아 다른 장소에 묻었을 것이다.
먹는 입의 수를 조절하기 위해 합법적인 영아살해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다. 그 방법은 신생아 성비(性比)의 인위적 조작이다. 새로 태어난 여자아이들이 주로 살해됐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결과가 왔나. 격심한 인구감소다. 중세 전성기에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교회가 여아살해를 금지한 까닭이다. 인구 증가는 이후 여러 변화를 가져온다.
1780년대 프랑스 인구는 심한 불균형을 보였다. 젊은 남성인구가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이런 불균형은 결국 폭발을 불러왔다. 프랑스 대혁명이다.
그리고 두 세기 후. 이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젊은 남성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혁명이 일어났다. 호메이니 회교혁명이다.
인구는 바로 운명이다. 인구통계학자들의 말이다. 정치, 사회적 변화를 여러 측면에서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가장 결정적 요소는 인구동향에서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구학자들은 요즘 아시아 지역에 주목하고 있다. 이 지역의 인구동향이 전례 없는 이상징후를 보여서다. 103-100, 혹은 105-100. 자연 상태의 남녀 성비다. 남자가 조금 많은 정도다. 이 남녀 성비가 남성과잉 쪽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경우를 보자. 7세 이전 어린이의 성비는 108-100이다. 태아의 성별을 미리 알아본다. 그리고 여자아이면 지운다. 그 결과다.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지에서도 한 때 상황은 비슷했다. 그러나 차츰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문제는 13억의 인구의 중국이다. 1982년 중국의 남녀 성비는 108-100으로 나타났다. 그 흐름은 지속된다. 1990년에는 112-100, 1995년에는 116-100을 마크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에는 118-100이다. 그리고 1∼4세 어린이들의 경우(2000년 현재) 남녀 성비는 120-100이다. 그나마 전체 소수민족을 포함했을 때 이야기다. 순수 한족(漢族)지역으로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보통 130-100이다. 여자아이는 아예 희귀종이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불과 10여 년 후, 그러니까 오는 2020년께 중국은 대규모 ‘홀아비 시대’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4,000만에 가까운 젊은 남자들이 배우자를 찾지 못해 방황한다. 그 여파로 부녀자 약탈과 매매혼, 매춘 등이 극성을 부릴 수도 있다는 거다.
문제가 그런데 이로 그칠까. 결코 그럴 것 같지 않다. 말이 쉬워 4,000만이지 현기증이 나는 숫자다. 그것도 한창 나이인 20대의. 이 거대한 젊은 남성집단이 삶의 기본욕구를 채우지 못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새뮤얼 헌팅턴의 말이 불현듯 떠올려진다. “거대한 실업자 군상으로 전락한 젊은 남성그룹(15∼30세)은 바로 사회불안과 폭력의 원천이다.” 카사블랑카에서 카불까지, 다시 말해 회교 아랍권 전역을 휩쓸고 있는 유혈 폭력상황의 원인을 비정상적인 인구동향에서 포착한 것이다.
젊은 남성인구는 포화 상태다. 대부분이 빈곤층인 이들이 꿈을 찾아 도시로 향한다. 그러나 좌절과 빈곤의 연속이다. 분노가 쌓인다. 결국은 폭발한다. 반(反)미, 반서방이란 출구를 찾아서.
중원천지를 떠도는 실업자 군단은 이미 1억을 넘었다. 현대판 유맹(流氓)의 무리다. 게다가 불만에 찬 젊은 남성인구가 또 다시 넘쳐난다. 분노는 점차 한계점에 이른다. 그러다 어느 날….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남성인구의 과잉은 평화의 결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중국은 국제문제에 있어 보다 호전적인 입장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확산되는 내부의 분노는 체제를 위협한다. 그 분노를 외부로 돌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 여기서 한번 상상을 해본다. 모택동주의로는 안 된다. 기능을 다했으니까. 성난 젊은 세대, 꿈틀거리는 수많은 소수민족. 그들의 이탈을 막는 방법이 있을 텐데, 그렇다, 민족주의다. 대중화주의(大中華主義)의 표방이다. 그리고 보니 고구려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도 짐작이 간다.
전국 황사주의보 발효. 한국신문을 장식한 제목이다. 올 들어 몇 번째인가. 황사현상이 부쩍 심해지는 모양이다. 시설물과 건강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쓰라는 당부를 할 정도니.
황사주의보가 전해진 날 신문은 온통 대통령 탄핵 기사 일색이다. 사생결단의 자세다. 대통령은 입을 앙 물었다. 야당은 마치 독립선언서라도 낭독하는 양 비장한 표정이고,
이제는 안개도 아니다. 황사다. 대륙에서 불어오는 황사에라도 가린 듯 한치 앞이 안 보이는 한국 정국. 어떻게 보아야 하나.
옥 세 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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