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개(rug)라면 의례 페르시아 양탄자를 연상하지만 미국도 훌륭한 깔개의 원산지다. 바로 이땅의 원주민들이 자연과 초자연적 영감을 더해 한번에 한줄씩 짜낸 300년 전통의 ‘나바호 러그(Navajo rugs)’가 그것이다.
지그재그, 거무티티한 빨강과 크림, 검정색 화살과 낚시바늘등의 질서정연한 문양이 독특한 이 깔개는 허수록한 오두막집이나 방갈로는 물론 랜치 스타일이나 현대식 주택의 흰벽에 걸려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디자이너 랄프 로렌, 배우 케빈 코스너와 해리슨 포드등도 자기들 집에 나바호 깔개를 소장하고 있으며 현대풍 가구 체인 ‘디자인 위딘 리치’ 사장도 소노마의 자기 집에 자신의 나바호 러그 콜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바호 러그에서 장식적 자질과 미적 가치, 독특하고 매력적인 문화및 전통과의 정서적 연결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하는 소더비 경매회사의 아메리컨 인디언 미술 전문가 데이빗 로쉬는 우주적 호소력을 갖는 훌륭한 직물이라고 나바호 깔개를 평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턴풍 디자인이 붐을 이룬 1980년대 이후 신제품 판매가 15% 상승한 나바호 깔개의 가격은 짜는데 수개월이 걸리는 4x6 피트짜리가 2~3천달러부터다. 오래된 것의 가치 또한 상승해 19세기에 짜여진 다이아몬드 무늬 깔개 하나가 3년전 소더비 경매에서 40만1000달러에 팔렸는데 이는 바로 그 전해에 팔린 비슷한 것의 최고 응찰가보다 무려 8배나 많은 것이다.
이처럼 관심도 많아진 나바호 깔개는 화랑이나 박물관 선물점, 공예품 페어, 경매장 이외에 전통 나바호 직조술을 보존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스티브 게츠윌러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웹사이트(www.navajorugs.com) 를 통해서도 살 수 있다. 게츠윌러는 투산 남동쪽의 소노이타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 갤러리도 갖고 있는데 직접 깔개를 고를 수 없는 고객에게는 사진을 e메일로 보내 디자인을 고르게 한다.
게츠윌러는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직조 기술자중 추로 양에게서 깎은 부드러운 양털에 천연 염색을 한 모사를 사용하는 사람의 제품만 취급한다. 공이 많이 드는 이 과정은 거의 100년동안 사용되지 않다 게츠윌러의 도움으로 다시 부활했다.
스페인 사람들이 가져와 1500년경 사우스웨스트 지방에 풀어 놓은 추로 양의 털로 만든 긴 직모사로 나바호족이 탄탄히 짠 방수 안장과 어깨 덮개는 다른 원주민 종족및 멕시컨 및 백인 교역상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었다. 커다란 덮개는 나중에 깔개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모사를 염색하는 물감은 풀과 돌을 끓여서 만들었다. 선인장 열매와 노간주 나무 뿌리에 붉은 바위를 섞어 갈색나는 붉은 색을 만드는 것은 엄마가 딸에게 물려주는 비법이었다. 크림색 나는 흰색, 밝은 갈색, 회색이나 검정색 바탕은 염색하지 않은 모사를 그대로 썼다. 검정 모사는 양이 처음 깎은 털이 미처 태양빛에 바래기 전에 실로 뽑아 사용했다.
1900년대초, 관광객들이 기차를 타고 유타와 아리조나, 뉴멕시코의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몰려들어 깔개들을 기념품으로 사가지고 가자 이익에 급급한 교역상 주인들은 수요에 대기 위해 인디언들에게 인조 물감과 상업적으로 가공된 실을 주면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급히 제조된 유사품보다 손으로 자아낸 순모사를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직조된 깔개가 오늘날 훨씬 가치가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전통식은 모사속에 라놀린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질감도 부드럽고 더 무겁다. 그중에서도 정교한 것들은 깔개가 아니라 태피스트리로 간주된다. 싸구려 모사품은 인치당 6사, 고급 깔개도 인치당 30사가 고작인데 인치당 80사가 넘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깔개는 펴놓으면 울퉁불퉁하지 않고 반듯하게 펴지며, 가장자리와 모서리도 똑바르며 접어도 무늬가 균형을 이룬다. 그러나 기계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한 대칭은 안되는데 어떤 이는 일부러 불완전한 부분을 만들어 넣기도 한다. 테두리에 어긋나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짠 사람의 영혼이나 깔개가 자유로우라고 일부러 작게 실로 그은 ‘영혼의 금’이다.
시간이 가면서 깔개에도 나바호 보호구역에 따라 서로 다른 스타일이 생기게 됐다. 뉴멕시코의 투 그레이 힐스 지역 것은 검정, 회색, 갈색의 염색하지 않은 털실로 짠 복잡한 기하학적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아리조나의 테엑 노스 포스 것은 테두리가 대담하고, 아리조나주 가나도 것은 붉은 배경이 특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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