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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수납, 가구 재배치로 ‘넓게 사는 지혜’
뉴욕의 중산층 부부 클라라 헴필과 로버트 스나이더의 아파트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 소위 좋은 동네에 있다. 두 아이가 다니는 인근의 공립학교도 우수하고 집을 나서 세 블록만 걸어가면 센트럴 팍과 세계적인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는 기막힌 위치다. 그런데 한가지가 문제다. 침실은 하나에 이쪽 끝부터 저쪽 끝까지 통통 털어도 면적이 735스퀘어피트 밖에 안된다. 미국 평균 주택 면적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주택들이 자꾸 커져 ‘맥맨션’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미국이지만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같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그 옛날 조상들이 이민 올때 탔던 배의 3등 객실 같은 환경에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뉴욕의 일반 중산층 주민들이 살만한 공간을 찾기란 그 옛날 서부개척 시대에 광부가 금맥을 찾던 것만큼이나 어렵다. 살 곳을 찾더라도 옷은 라디에이터 덮개 위나 소파 뒤에 쌓아 놓고도 스튜디오 아파트만한 저장공간을 따로 렌트해야 한다.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옷을 걸 못을 박고 문짝에는 30켤레가 들어가는 신발 가방을 꼭 달아야 한다.
단 8분의 1 인치가 아쉬운 뉴욕 같은 곳에서 요즘 방 3개짜리 1500 스퀘어피트짜리 아파트는 200만달러는 줘야 산다. 수납공간은 누구나의 관심사라 ‘콘테이너 스토어’가 한 블락을 차지하는 이곳에는 단돈 14만달러에 어퍼 웨스트 사이드의 멋진 동네에서 살 기회, 커다란 창이 있는 매우 조용한 스튜디오 아파트 같은 그럴듯한 광고도 많다. 그러나 실상 그 스튜디오의 면적은 화장실까지 합해서250스퀘어피트고 창문은 환기통으로 열린다. 부동산 에이전트마저 빛도 잘 안들고, 욕실은 평생 본 중에서 가장 작아 손을 씻으려고 서 있을 수도 없었다고 말할 정도다.
그래도 도시 생활에 가치를 두는 중산층, 중상류층 주민들은 도시에 둥지를 튼다. 주변의 식당이나 공원, 노점이나 보도들을 자기 집의 연장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리고 700~800 스퀘어피트 밖에 안되는 공간에 4인 가족의 침대와 책과 컴퓨터와 주방용품들과 텔리비전등이 비비고 들어가 살 수 있게 해주는 공간 활용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중 한명인 에이미 핀리 스캇(55)은 살림 공간을 재배치 하지 않을 때는 상당한 수준의 수채화를 그리는 화가. 돈은 없이 예술적 야심만 가지고 뉴잉글런드에서 뉴욕으로 온 것이 1970년대 초였는데 맨해튼의 어퍼 웨스트 사이드에 얻은 낡은 아파트는 수리해도 나아질 희망도 없어보이는 곳이었다.
어쨌든 시작했던 집수리 작업은 2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집주인의 눈길을 피하느라 쓰레기는 밤에 내다 버리면서 벽의 위치도 바꾸고 사무실 공간도 만들었다. 오닉스로 벽난로도 만들고 비록 초소형이지만 부엌은 온갖 양념과 도구들이 12피트 높이까지 걸려 있는 전문가용이다. 흰 페인트를 칠한 로프트 침대는 머리 쪽에서 은은한 불빛이 비쳐 마치 공중에 떠있는 것 같다.
그런 경험과 안목을 가지고 스캇은 고객들의 공간을 살핀다. 누구 누구가 살고,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부엌은 누가 책임지는지(요리사의 키나 성별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가 다 고려된다. 스나이더와 헴필의 아파트도 735 스퀘어피트를 구석구석 안본데 없이 살핀 다음에 그녀는 부부가 잠자는 공간과 옷 갈아 입는 공간을 따로 쓰면 아이들 대학 보낼 때까지 살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었다.
스캇의 도움을 받아 부부는 하나였던 침실을 2개로 만들고 벽을 재배치했으며 문짝의 크기마저 줄이고 책상은 책장안으로 접어 넣는 것을 마련했다. 책장 크기 역시 줄였고 부부는 보통 것보다 8인치 더 높지만 2인치 더 좁은 네델란드제 냉장고를 구했다. 8살짜리 딸은 창가 책상, 10살짜리 아들은 2층 침대를 가졌고 식구마다 셔츠는 두번이 아니라 세번 접는 버릇을 들였다. 웬만한 캐털로그는 가차없이 버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지 여부도 심사숙고하게 됐다.
틈나는대로 그림과 조각에 몰두하는 스캇에게는 언제나 전화가 걸려온다. 뉴욕이라는 도시에 어떻게든 자신들의 삶을 맞춰보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 그럴 때마다 스캇은 호기심이 발동한다. 아이는 몇명인지, 방은 얼마나 작은지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해결책은 언제나 있어 왔다.
<사진> 뉴욕의 735스퀘어피트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클라라 헴필, 로버트 스나이더 부부와 아들 맥스, 딸 앨리슨.
TV를 보면서 뭔가를 먹을 때 편리한 테이블 ‘룹(Loop)’이 캐나다의 가구회사 움브라에서 나왔다. 봄철에 알맞는 형광 라임 그린과 핫 핑크색 접는 플래스틱 판의 가장자리가 빛나 마치 안에서 빛이 비추는 것과 같은 이 테이블의 면적은 14x23 인치고 높이는 21인치와 25인치로 조정된다. 가격 120달러. 800-387-5122 www.umb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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