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점 있지만 볼만하다
한규삼/세계로 교회 목사
나는 평소에 영화를 즐겨보지 않는다. 이번 영화는 목회자가 꼭 보아야 한다는 아내의 강권(?) 덕에 개봉 이틀째 되는 날 예약을 통해 표를 구했다. 영화를 본 느낌은 첫째 대단히 극적이라는 점이다. “성경과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도움이 되지만 문제점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선 문제점을 보면 성경 자체가 예수의 수난을 그다지 극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수가 당했던 엄청난 육체의 고통과 이에 못지 않게 그분을 짓눌렀던 심적인 고통 (배신, 수치, 조롱, 사람들의 무지에 대한 안타까움)등을 네 복음서는 기록하지만 이를 그래픽 하게 묘사하지 않고 있다.
이에는 적어도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고통보다는 고통을 통해 주는 은혜가 크기 때문이다. 둘째는 예수가 당한 고통을 성도들이 묵상하면서 은혜의 세계로 깊게 들어가게 하기 위함이다.
이런 문제가 있지만 이 영화는 성도들에게 적잖은 도움을 준다고 본다. 현대 성도들에게 구원은 값싸게 얻은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생겼다. 이는 빠르고 조급한 문화의 지배가 예수 고난의 의미를 마음에 담아 두는 것을 꺼려하도록 조장해 버렸기 때문이다. 고난 주간마다 금식하며 예수가 겪은 엄청난 고난을 묵상하고 이를 전하는 나이 드신 권사가 오히려 시대에 뒤진 ‘신파극’의 유산처럼 보이는 세대가 되었다.
조그만 아픔이나 불편도 두려워하는 신세대에게는 예수가 실제로 당한 고통의 엄청남을 한 번쯤 눈에 생생한 모습으로 제시하는 것도 유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은 의도를 가지고 예수의 수난을 영화와 달리 절제된 감정으로 기록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또 이 영화에 등장하는 유대인 지도자들의 모습은 복음서가 그려주는 것에 접근해 있다. 복음서를 중심으로 예수님의 처형에 누가 책임이 있는가 하는 질문을 면밀히 조사해 보면, 대체로 두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총독 빌라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책임이 덜하고 유대인의 지도자 (특히 대제사장)의 책임이 부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예수의 죽음 원하거나 방조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버림받은 하나님 아들의 처절한 모습이다. 그러기에 가장 처절한 죽음으로부터의 부활이라는 극적인 반전은 인류 역사의 가장 위대한 사건이 되며 인류 구원사의 핵심이다.
요한 복음을 보면 예수가 당하는 수난이 초라하지 않다. 고통을 겪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고난 속에서도 예수는 당당하게 마지막 패션(수난)을 맞이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육체의 연약보다는 예수가 진정한 하나님의 아들,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영원한 나라의 왕임을 선포한다. 이런 이미지를 영화는 잘 담고 있다고 본다.
기독교도 심리 이용한 조작극
이창순/ 목사 프레스노 연합감리교회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이 한인교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것은 한인교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것 같다. 나도 서둘러 관람을 했다. 성경에 “... 바라바는 놓아 주고 예수는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 주니라”하고 기록된 말씀중에서 그 “채찍질”이 별것이 아닌 것으로 쉽게 읽고 넘어가기 쉬운 것을 이 영화를 통해서 그 채찍질로 인한 육체적 고통이 얼마나 심한가를 느낄 수 있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기대만큼 감동을 받지 못했다. 내가 본 느낌으로는 지나친 과장이 많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영화가 그리스도의 “수난”에 집중한 작품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보았지만 그 수난의 표현들이 너무 비 실제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령 예수가 채찍에 맞는 장면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런 정도로 매를 맞는다면 거기서 일어서기는 커녕 숨을 거두어야 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예수는 일어선다. 예정된 코스로 가야 하기 때문에 일어섰는가. 그렇게 잔인하고 비 실제적으로 채찍질하는 장면을 만든 의도가 의심되었다. 잔인한 장면을 극대화해서 신자들에게 어떤 충격을 주려고 시도한 상업적인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또한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예수를 시도 때도 없이 무조건 잔인하게 때리는 장면도 그렇다. 가령 쓰러졌을 때 일어나라고 채찍질한다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렇지도 않은데 계속 때리는 장면도 비 실제적이다. 영화 평론가 중에서 이 작품을 “사실주의 표현”이라고 평한 것 같은데 그렇더라도 우리가 보고 납득이 갈 방법으로 표현해야 더 효과적이고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선량한 신자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깁슨의 상업적인 조작 느낌으로 불쾌감을 느꼈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생명으로 여기는 많은 신자들을 우롱하는 듯한 느낌으로 지금도 맘이 편하지 않다. 그리스도의 고난을 내 삶에서 체험하는 것이 귀한 것이라고 나는 믿기 때문에 이런 상업적인 조작에 말려들어 지나친 감정 위주에 휘말려들 수 있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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