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저축 습관 길러 주어야
신혜선
KYCC 학부모상담가·아동발달학 박사
ok.
학부모 상담 시간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자녀양육 주제들이 있다.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의 집안 안전수칙에 관한 질문에서부터 열살 손자를 둔 할머니들의 ‘요즘 아이들은 왜 그러냐’는 질문까지 매우 다채롭다. 그런데 자녀 양육 주제 중에서도 부모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는 주제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자녀와 성에 관해 대화 나누기, 마약 방지에 관해 교육하기 그리고 돈, 즉 자녀의 용돈 관리에 관한 주제이다. 특히 전반적으로 자녀의 용돈 관리에 대해 가능한 한 남은 용돈을 저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또한 부모님들은 이를 일종의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자녀에게 가능한 한 남은 용돈은 모두 저축하기를 바라시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자녀들에게 어떻게 하면 돈을 현명하게 쓰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이 가르쳐 주지 않는다.
열살 난 조카 애슐리는 요즘 한창 저축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지난 설날 받은 세뱃돈은 물론이고 심부름 값, 용돈 그리고 자기 아빠가 가끔 엣다! 기분이다!하고 주는 돈까지 모두 알뜰살뜰 저금하고, 웬만해서는 절대 주머니 끈을 풀지 않는다고 한다. 저축 습관을 길러나간다는 차원에서 매우 흐뭇한 일이다. 학부모 상담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신경을 쓴다고 한다. 부모들의 마음속에는 ‘응당 저금을 하겠거니’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일부러 넉넉하게 준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자녀가 열서너살 정도가 되면 이전 아홉살이나 열살 때처럼 열심히 저축만 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현명하게 쓰는 소비 방법 역시 자녀들에게 미리 꼭 가르쳐주어야 할 부모들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부모들의 불만거리 중 하나는 자녀에게 저금하라고 돈을 주었는데 막상 자녀가 소위 ‘쓸데없는 곳’에, 즉 군것질하느라고 써버린다는 점이다. 혹은 집에 굴러다닐 정도로 많은 학용품을 놔두고 또 새로운 디자인이기 때문에 예쁜 모양이라고 즉흥적으로 사버리는 것을 보니 요즘 아이들은 물건 귀한 줄을 모른다고 못마땅해 하신다. 혹은 청소년 자녀가 MP3를 사달라고 해서 자녀와 함께 갔는데 부모의 눈에는 성능의 차이도 별로 없지만 더 얇은 모양의 세련된 디자인을 자녀가 원한다면, 그리고 두 개가 서로 값의 차이가 많이 난다면 어떠한 상황이 일어날지 예상해 본다. 아마 부모 입장에서는 음악만 다운받아 듣는데 지장이 없으면 그만 아니냐. 모양은 좀 투박하지만 더 싸니까 이것으로 사라고 할 수 있고 자녀는 자기가 모은 용돈을 보태서 더 비싼 쪽을 사겠다고 우길 수 있지 않을까?
자녀는 자기 돈을 자기 원하는 대로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닌지, 남은 용돈을 자녀가 모았다면 이는 100% 자녀가 마음대로 사용해도 괜찮은 돈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부모 생각으로는 남은 돈은 다 저금을 해야 된다고 여기는지, 혹은 용돈이 남았기 때문에 다음 주 용돈을 조금 덜 줄 수 있는지 이것과는 무관한 것인지 등등 용돈에 관련된 부모-자녀간의 동상이몽은 흔히 후에 논쟁의 계기가 되게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녀에게 용돈을 줄 때 부모님의 기대치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장차 대학 진학 시 사용하도록, 혹은 저축하는 좋은 습관을 기르도록 유도하고 싶은데 정작 자녀가 용돈을 모두 쓸데없이 사용한다면 처음부터 용돈의 반은 저금으로, 나머지 돈은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도록 두 개, 세 개의 저금통을 마련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자녀가 모은 돈이라고 해도, 혹은 이러이러한 물건을 사려고 용돈을 안 썼다고 해도 자녀가 어떠한 용도에 돈을 쓰려는지, 사고자 하는 물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느 정도 이상의 금액이라면, 가령 100달러 이상의 고가품을 구입할 때는 부모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는 것 역시 자녀에게 효과적으로 돈을 지출하도록 지도해 주는 방법이 된다.
부모들은, 특히 어머니들은 쿠폰을 챙기고, 세일 기간까지 기다리고 혹은 리스트를 적어서 꼭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다시 한번 가려내는 등의 금전관리법을 적극 활용하고 계시지 않는가. 이는 보다 현명한 소비자의 모습이며 자녀들에게도 돈을 아낄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돈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출하는지를 일상생활에서 보여주는 것이 된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것, 돈을 제대로 쓰도록 가르치는 것 역시 절약하고 저축하도록 가르치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자녀 양육 과제임을 다시금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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