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주필)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뉴욕의 맨하탄은 몰라도 플러싱은 안다. 그만큼 플러싱은 유명한 뉴욕의 한인타운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30년 전만 해도 플러싱은 한인타운이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플러싱 일대가 백인 서민 지역이었고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다. 주로 일본계 상사의 직원들이었다. 한인들이 플러싱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1964년부터 65년까지 플러싱 메도우 파크에서 열렸던 뉴욕 세계박람회에 참가했다가 미국에 눌러앉은 사람들의 일부가 플러싱에 살게 되었고 이 때부터 한국의 지상사 주재원들이 플러싱에 모여들면서부터 였다.
그 후 70년대 중반에 한인 이민이 늘어나면서 한인들이 플러싱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 플러싱에 살던 일본인들은 뉴저지의 포트리 지역으로 옮겨갔다. 한국의 지상사들이 뉴저지 지역에 사무실을 마련하면서 지상사 주재원들도 뉴저지로 옮겨갔다. 그리하여 플러싱은 순전히 이민온 한인들로 꼭꼭 채워져 본격적인 한인타운이 형성되었다.
한인들이 모여살았던 곳은 플러싱의 중심가였다. 메인스트릿의 전철역에서 루즈벨트 애비뉴를 따라 동쪽으로 유니온 스트릿을 만나는 지점까지, 그리고 유니온 스트릿을 따라서 남쪽으로 지금의 구화식품과 스탠튼 아파트를 거쳐 샌포드 애비뉴에 이르는 지역이 플러싱 한인사회의 요람지였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중국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뉴욕의 부동산값이 폭등했고 특히 차이나타운지역의 집값과 임대료가 크게 오르자 중국인들이 새로 찾아나선 곳이 플러싱이었다.
더우기 1980년대 후반에는 영국이 홍콩을 1999년 중국에 반환키로 확정하면서 홍콩 자본이 대거 플러싱에 몰려들었다. 중국인들이 집을 짓고 대형 건물을 세워 플러싱은 나날이 차이나타운으로 변모해 갔다.
지금의 유니온 상가는 80년대 초반에 건축되어 분양될 때만 해도 한인들이 별로 거들어보지 않던 한인타운의 변두리 지역이었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플러싱 중심부를 파고들자 한인들이 서서히 밀려나게 되어 한인타운이 유니온 상가를 지나 노던 블러바드 쪽으로 이동했다.
1990년대부터는 노던의 한인타운이 150가와 160가를 넘어 계속 동진하는 추세에 있다.이런 가운데 최근 알려진 뉴욕시의 플러싱 개발 계획은 한인타운 플러싱의 미래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개발계획에 따르면 유니온 스트릿의 공영주차장에 대형 주상복합건물을 건설하는 이외에 메인 스트릿의 서쪽인 칼리지포인트 블러바드와 강변지역, 그리고 쉐이 스태디엄 지역까지 재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중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 지역이 개발되어 금싸라기 땅이 되면 플러싱의 중심지가 되고 따라서 플러싱은 확고하게 차이나타운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플러싱은 뉴욕시 동북부의 가장 큰 부도심으로 지금도 뉴욕 최대의 한인타운이므로 우리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인과 한인들이 타운을 형성하는 모양은 서로 다른 특징이 있다. 중국인들은 한 곳에 모이기 시작하면 마치 벌집 모양으로 빽빽히 모여들어 외곽을 넓혀간다. 그러나 한인들은 특정한 지역에 한인타운을 형성하여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이른바 좋은 동네로 주거지를 옮기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한인타운은 긴 애비뉴를 따라서 상업지구로 뻗어나가는 경우가 많
다. LA나 아틀란타, 필라델피아 등의 한인타운이 그렇고 뉴저지의 브로드 애비뉴가 또한 그렇다. 플러싱의 노던 블러바드도 그런 형태로 발전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플러싱 한인타운을 살려서 더 발전시키는 방법은 있다. 플러싱의 메인 스트릿에서 베이사이드에 이르는 노던 블러바드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면 된다.
그리고 이 한인타운을 더글라스톤과 리틀넥까지 연장하면 된다.이를 위해서 한인들은 지금부터라도 노던 블러바드를 지켜야 한다. 한인들이 노던 지역의 개발에 앞장서야 하고 다른 지역에 상응하는 개발계획을 뉴욕시에 요구해야 한다.
플러싱 전철역에서 영어와 중국어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왜 한국어 방송은 나오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한인타운 플러싱을 반드시 지켜내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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