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롱아일랜드)
언젠가 오래 전에 “그건 너, 바로 너, 너 때문이야”라는 노래가 한참 유행했었다. 모든 사람들이 어떤 일에 있어서 잘된 것은 내 탓이고 잘못된 것은 조상의 탓으로 돌리는 책임전가의 본능을 타고 났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구약성서에 볼 것 같으면 인류의 시조인 아담과 이브가 야웨 하나님께서 절대로 따먹지 말라고 하신 금단의 열매(선악과)를 따 먹고는 진노하신 하나님께 하나같이 변명을 하면서 책임 전가를 일삼고 있다.
아담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여자가 내게 선악과를 주기에 내가 먹었습니다”라고 하나님과 이브에게 책임전가를 했으며 이브는 “뱀이 나를 꼬였기 때문에 내가 먹었습니다”라고 자기가 범한 죄의 책임을 뱀에게 전가시켰던 것이다. 엄연히 자기가 행한 일에 대한 책임은 자기가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은 참으로 야비한 일이요, 사람답지 못한 처사인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지금 사순절(Lent) 기간을 맞이하여 자기 자신을 살피며 경건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사순절은 2월 25일(성회수요일, Ash Wednesday)부터 시작하여 부활절까지의 40일간(그 어간의 일요일은 제외됨)을 말함이다.
십자가 처형을 몇일 앞둔 어느날 저녁에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들과 함께 만찬을 먹으면서 제자들을 향하여 “너희들 중에 한 사람이 나를 배신하여 팔아먹을 것이다”라는 엄청난 말씀을 하셨다. 이 청천벽력과도 같은 주님의 말씀에 놀란 제자들은 “주님, 그 배신자가 나입니까?”라고 한 사람씩 묻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너무나도 절박한 상황 속에서 저마다 자
기의 결백을 천명해 보이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주여, 나입니까?”라는 말 속에 그래도 한 번쯤 자기 자신을 돌이켜 반성해 보는 입장에서, 만의 하나 나일 수도 있다는 자책감에서 물었다면 예수께서는 다소나마 위안이 되셨을 것인데 스승이신 예수야 어찌되건 모두 하나같이 “나는 아닙니다”라는 자신감에서 자기 변호를 위한 질문을 했으니 내 마음은 평안하다는 말인가?!
인간은 작건 크건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인데 나쁜 일의 주범이 내가 아니라 해도 공동생활을 해가는 일원으로서 최소한 공동책임감은 가져야 옳은 일이라 생각한다.
공동생활을 해 가다가 좋지 못한 일이 있을 것 같으면 교묘하게 빠져나가 요령껏 책임을 회피하는 일에 능수능란한 사람은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 할 것이다.
약 20여년 전에 있었던 놀라운 러브스토리를 회상해 본다.1983년 가을 경북 구포에서 <현법>이라는 법명을 가지고 불도를 닦던 스님이 서울 나들이
를 갔다가 내자동 노상에서 길가던 <아가다>라는 수녀를 보는 순간, 무엇에 이끌리듯 뒤쫓아가 수녀의 어깨를 툭 치면서 “우리 결혼합시다”라고 청혼했다고 한다. 깜짝 놀란 수녀는 인근의 파출소에 들어가 그 스님을 아녀자 희롱죄로 고발했는데 붙잡힌 스님은 자기의 진심을 토로해 간신히 풀려났다고 한다.
그 후 그 스님은 수녀를 끝까지 따라가 주소를 확인해 가지고 매일 30통의 편지를 2년 동안 하루도 걸르지 않고 수녀에게 보내어 결국은 뜻을 이루어 결혼하게 됐다고 한다.
그 수녀의 마음을 감동시킨 편지의 내용인즉 아주 간단한 말이었는데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나의 큰 탓이로소이다”라는 짤막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가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살아 가노라면 자의건 타의건 실수가 있게 마련이고 잘못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데 그 때마다 나는 적당히 빠져나가고 남에게 책임을 전가시켜 골탕을 먹인다면 이 사회는 어찌 될 것인가?
정신이 온전한 제자들이었다면 “주여, 나입니까?”라는 말 대신에 “주여, 나입니다”라고 고백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심지어는 배신자 자신의 가롯 유다까지도 “주여, 나입니까?”라는 질문을 했다니 철면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 안에는 지금도 가롯 유다와 같은 수심인면(獸心人面)의 인간이 더러 있다고 본다면 그것이 과연 누구일까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 아니겠는가? 먼저 나 자신부터 살펴본 후에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돌려야 옳을 것이다.
종교를 초월해서 이 계절에 우리 다함께 각자 나 자신을 먼저 살펴 봄으로써 보다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아름답게 지켜 나가도록 노력함이 나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너 때문이야!”라는 말 대신에 “나 때문이야!”라고 가사를 고쳐서 노래를 불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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