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에 짓밟힌 2000년
아테네는 낮엔 축 쳐져 있다가 밤이 되면 기가 뻗치는 도시다. 사람들이 무슨 볼일이 있어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바람쐬러 나온다. 저녁 8시부터 새벽 1시까지가 트래픽이고 거리마다 인파로 메워진다. 아테네인들의 이와 같은 저녁 나들이 습관은 기후와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낮에 워낙 덥다보니 모든 행동이 제한되고 선선한 저녁에 밖에 나가고 싶어지는 것은 한국에서 여름을 겪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불경기를 모르는 비즈니스가 커피 하우스라고 한다.
아테네를 알려면 먼저 세 가지 단어를 터득해야 한다. ‘아테나 여신’ ‘아크로폴리스’ ‘페리클레스’를 이해하지 않고는 아테네의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암호를 풀 수가 없다. 아테나 여신은 제우스신의 딸로 지혜와 평화를 상징하며 아테네의 보호신이다. 아테네라는 도시 이름도 이 여신에게서 따온 것이며 그 어마어마한 파르테논(성처녀라는 뜻) 신전은 바로 아테나 여신을 모시기 위해 지어진 건축물이다. 투구를 쓰고 창과 방패를 들고 있으며 얼굴이 창백해 가슴이 서늘해지는 인상이다.
아크로폴리스는 희랍어의 acro(높은)와 polis(도시)의 합성어로 글자 그대로 높은 곳에 있는 도시라는 뜻이다. 아크로폴리스에는 파르테논, 프로필레아, 에렉데이온, 아테나 나이키 등 4개의 신전이 있으며 시민들의 집회, 제사, 축제, 정치 연설, 연극 공연. 행정, 교육이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져 아크로폴리스 광장은 아테네의 중심을 이루었었다. 따라서 서양 문명의 근원지는 아테네며 동시에 아크로폴리스라고 말할 수 있다. 아크로폴리스는 도시마다 있었으며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가 가장 유명하다. 산 정상에 위치한 이유는 외적, 특히 페르시아인들의 침공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아테네의 야경에서 3색 조명이 비치는 파르테논 신전의 웅장한 모습(사진)은 관광객을 압도한다.
페리클레스는 BC 440년께 아테네를 통치한 집정관으로 데모크라시를 토착화시키고, 예술을 장려했으며, 국방을 강화하고 파르테논 신전을 건축한 문인이며 장군이다. 그의 통치시대를 그리스 역사에서 ‘아테네의 황금기’라고 일컫는다. 그는 뛰어난 웅변가였으며 현존하는 아테네 유적의 상당수가 그의 집정관 시절 지은 건물들이다. 아테네 시민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역사에서 자랑할 수 있는 인물을 한 명만 꼽으라면 서슴지 않고 페리클레스를 내세운다.
아테네는 역사의 무대에서 어떻게 사라져 갔는가.
BC 404년 펠로폰네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에게 패한 것이 내리막길의 시작이었다. 그 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에게 지배당하고, 다시 로마의 속국이 된 후 마침내 동로마 제국이 망하면서 오토만 터키에게 점령당하자(AD 1390) 그리스는 재기불능의 절벽으로 떨어졌다.
아테네가 망한 후 2000년 동안 그리스는 외세의 지배만 받은 셈이다. 특히 이슬람국인 터키에게 400년 동안 지배당했으니 그리스와 터키의 원한 관계는 한국과 일본 정도가 아니다. 아테네를 구경하노라면 가이드가 말끝마다 “이곳의 기둥은 터키가 가져갔고… 이 조각의 목이 잘린 것은 터키인들이 한 짓이고…”를 수없이 듣게돼 마치 터키가 문화재 파괴범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그리스의 정치가 최근까지 혼란했던 것은 독립국가로서의 경력이 짧기 때문이다. 아테네는 폐허화되었다가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재건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대대적인 복구작업이 진행중이다.
올림픽개최 계기로 내버려 두었던 유적들 대대적인 보수공사
올림픽을 앞두고 아테네의 거의 모든 유적에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테네의 관광명물인 국회앞 무명용사비 보초교대. 일요일 12시에 가야 볼수 있다. 무명 용사비에는 페리클레스의 연설문이 새겨져 있으며 6.25 한국참전 시실도 기록되어 있다. 이 국회건물은 공화체제 채택이전에는 그리스 왕궁이었다.
아크로폴리스 파르테논 신전앞에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아테네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 그리스인 관광가이드.
파르테논 신전은 이런 모습이었다 _ 고고학자들이 재구성해 본 2400년전의 오리지날 파르테논신전 내부. 완전무장한 아테나 여신상이 가운에 자리잡고 있다.
아테네 아파트의 특징은 발코니. 얼마나 더 넓은 발코니을 가졌느냐에 따라 아파트값이 달라진다.
아크로폴리스 입구에 있는 이로디스 아티커스 극장. 세계적인 오페라공연과 심포니 연주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야니도 이곳에서 공연.
이철 주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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