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국이 먼저 추방근거 논고
판사 면제사유 묻고 증거 따져
재판은 법률행위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모든 법률행위는 당사자들이 송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손에 쥔 채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민 케이스도 마찬가지이다. 이민 케이스의 마침표는 이민법정에서 찍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민법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하겠다.
추방재판은 본질적으로 민사재판이다. 따라서 피고의 형편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관선 변호사를 대주는 일은 없다.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는 딱한 처지의 사람에게는 운이 좋으면 공익 법률재단의 무료 변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을 뿐이다.
추방재판의 신호탄은 NTA (Notice To Appear)가 발급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 NTA에는 구체적인 추방 근거와 사실 관계가 적혀 있다. 그리고 피고가 언제까지 재판에 나와야 하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어떤 심각한 결과를 있는지를 알리는 통지문이 붙여 있다. NTA는 피고가 이사를 가면 반드시 이민법원에 이런 사실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NTA를 받는 날로부터 재판 개시일까지 적어도 열흘 동안 시간 여유가 있는데, 이 때 피고는 변호사를 선임하게 된다.
다음은 보석이다. 피고 입장에서는 보석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중범죄가 문제가 되어 추방재판에 넘어진 사람은 보석 기회가 없다. 중범죄 케이스가 아니면, 보석이 가능하다. 보석 결정은 일차적으로 이민국(ICE)이 하게 된다. 만약 피고 입장에서 이민국이 결정한 보석액이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하면, 이민 판사에게 보석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민판사에게 넘어가면 보석금이 줄면 줄었지, 절대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국 이민판사 손에서 보석금이 하향 조정될 것을 예단한 이민국측은 일부러 보석금을 높이 책정한다. 이민판사가 주관하는 보석청문회는 문자 그대로 약식이다. 아주 간단한, 그래서 심지어 허망하다고 볼 수도 있는 비공식 절차이다.
다음 순서는 매스터 히어링(Master Calenda hearing)이다. 간단한 케이스는 이 단계에서 재판이 끝난다. 그렇지만 피고가 이민국의 기소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사안이 복잡한 케이스의 경우 매스터 히어링은 앞으로 재판에서 무엇이 쟁점사안이 될지 논의하는 장이다. 이와 함께 향후 재판 일정이 논의된다.
매스터 히어링이 끝나면 추방재판(Removal Hearing)이 시작된다. 추방재판은 물론 이민법정에서 열린다. 피고는 이 때 미국에 적법하게 입국했다는 입증을 해야 할 책임이 있고, 이민국은 추방 근거가 확실하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만약 추방재판에 서는 사람이 추방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민국이 먼저 추방 근거를 내세우는 논고를 시작한다. 이민국의 논고가 끝나면, 피고측의 반론 순서가 이어진다. 이민판사가 추방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그 다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방재판에 선 피고가 추방을 면제받을 사유로 갖고 있느냐를 따지는 단계로 넘어간다.
재판에서 중요한 증거이다. 어떤 증거는 재판과정에 들어올 수 있는 반면, 어떤 증거는 증거라고 해도 그 능력이 없다. 일반재판에서는 증거에 대한 보편적인 원칙이 있어 이 원칙에 따르지만, 이민재판은 이 원칙에서 열외이다. 일반재판에서 통하는 원칙이 이민재판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증인이 직접 목격하거나 듣지 않는 것은 재판에서 증언할 수 없다는 소문 불인정(Hearsay)의 원칙이나 적법 절차를 통하지 않고 얻는 증거나 증언은 효력이 없다는 원칙도 이민재판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재판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측은 상소할 수 있다. 이것은 이민국이 될 수도, 피고가 될 수도 있다. 이민판결에 대한 상소는 BIA(Board of Immigration Appeals)가 맡는다. 이민 법원은 전국에 흩어져 있지만, 이 BIA는 버지니아주에 자리잡고 있는데, 상소를 원하는 측은 이민판사의 판결이 나온 지 30일 이내에 상소를 해야 한다. 이의가 제기되면, 이민 판사의 결정은 그 집행이 일단 정지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 BIA로 상소하는 케이스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BIA는 건이 되지 않는 케이스는 아예 약식으로 기각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BIA의 판단은 판례의 효력이 있다. 바꿔 말하면 이민법원은 같은 사안에 대해서 BIA의 판단에 반대되는 결정을 할 수 없다. BIA 결정에 불복하는 측은 원칙적으로 연방항소 법원에 상소할 수 있다.
김성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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