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관을 쓴채 피를 흘리는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처형장으로 가고 있다.
25일 전미 개봉
예수의 마지막 12시간 행적 그려
“반 유대인 감정 조장” 격렬 비판
돈 안들인 선전…흥행여부 관심
지난해 촬영 때부터 반유대인 감정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유대인 단체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았던 멜 깁슨이 감독한 예수 처형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The Passion of the Christ)이 마침내 재의 수요일인 이 달 25일을 기해 전미 2,000여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된다.
예수의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12시간의 행적을 그린 이 영화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깁슨의 10년 숙원사업으로 그가 자신의 돈 2,500만달러를 투입해 만들었다. 깁슨이 각본도 공동으로 쓴 이 영화는 사어가 된 라틴어와 예수 생존 당시 셈족이 쓰던 아람어로 대사를 사용하는데 영어자막이 나온다. 예수역은 역시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아내보다 예수를 더 사랑한다”는 짐 캐비즐(‘신 레드 라인’ ‘천사의 눈’)이 그리고 막달라 마리아로는 이탈리아의 육감적인 섹시 스타 모니카 벨루치가 각기 나온다. 촬영은 로마의 유서 깊은 치네치타 스튜디오서 했다.
유대인 단체 뿐 아니라 일부 기독교 단체들로부터도 내용의 정확성과 반대유대주의 확산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부터 격렬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수난’은 지난 8개월간 신문, 잡지, TV, 라디오 등 온갖 미디어에 의해 끊임없이 큰 뉴스거리로 취급되어 왔다. 상영을 며칠 앞둔 지금 세상은 ‘수난’을 옹호하는 자들과 그것을 반대하는 자들로 양분되었다고 해도 될 정도다.
‘수난’이 일부 기독교인들과 유대인들에 의해서 비난을 받고 있는 까닭 중 하나는 깁슨이 교황을 인정치 않는 로마 가톨릭의 분파인 전통보수파 신자인 데다가 깁슨의 아버지 허튼이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을 인정치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이 특히 이 영화에 반대하는 까닭은 당초 영화에 삽입됐던 성경구절 때문. 체포된 예수가 빌라도 앞에서 재판을 받을 때 대제사장을 비롯한 유대인들이 예수의 처형을 요구하며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라고 말한 내용.
마태복음 27장 25절에 있는 이 말 때문에 예수의 수난이 얘기될 때마다 유대인 전체가 예수 킬러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바티칸은 1960년대 총회에서 유대인은 예수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선언했지만 아직도 많은 기독교인들은 유대인들이 예수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유대인 단체의 항의가 거세어지자 깁슨은 최근 이 대사를 삭제하고 대신 유대인을 호의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을 삽입했다.
신약의 여러 복음의 내용을 종합한 ‘수난’은 끔찍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예수에 대한 고문 과 처형 장면 때문에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영화를 먼저 본 극소수의 사람들에 의하면 예수에 대한 고문과 박해 행위가 너무 잔인하고 극사실적이요 피투성이여서 차마 눈을 뜨고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는 것.
그러나 등급은 R(17세 미만 관람시 부모나 성인 동반요)을 받았다. 이 영화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 깁슨은 못 박히는 손을 찍을 때 자기 손을 일부 사용했고 또 예수를 배반한 유다가 자살하기 전 죄를 뉘우치면서 통곡하고 비명을 지르는 음성을 자기 것으로 써 거의 목이 쉴 뻔했다고 한다.
깁슨이 ‘수난’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12년 전.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문득 영혼의 위기를 맞았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독성이 있는 명성과 과다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면서 “그래서 내면 성찰을 하면서 회개하고 고통했었다”고 말했다. ‘수난’은 깁슨이 자신의 고통을 자기 희생으로 해소해 준 예수에게 바치는 감사의 뜻이다.
깁슨은 또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나는 종교적 핍박을 받고 있다. 예술가로서 미국인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핍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 영화는 평화와 사랑과 관용의 메시지”라며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모두를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를 둘러싼 이같은 야단스런 공짜 선전 때문에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극대화해 영화가 25일 개봉되면 주말까지 5일간 적어도 3,0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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