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이 동양에 대해 우위를 점하게 된 결정적 사건으로 많은 사가들은 페르샤 전쟁을 꼽는다. 수 십 개의 도시 국가로 나뉘어져 있던 그리스 인들은 대다수 도시 국가의 이탈에도 불구, 페르샤 대군을 맞아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 전쟁에서의 승리로 그리스의 맹주가 된 것은 아테네지만 페르샤 군과의 전투에서 실질적으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스파르타의 육군이었다. 페르샤 전쟁이 끝나고 스파르타와 아테네 사이의 주도권을 놓고 벌어진 펠로포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는 아테네를 제압, 그 영화에 종지부를 찍었다.
군국주의의 대명사 스파르타는 여러모로 흥미 있는 나라다. 절대 평등주의를 내세워 모든 시민들로 하여금 공공 장소에서 같은 음식을 먹게 했으며 금화와 은화를 금지하고 소송이 망국의 원인이라는 이유로 성문법과 변호사를 폐지했다. 갓난아기가 태어났을 때 흠이 있으며 내다 버려 죽게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스파르타 인들은 또 건강한 성인 남녀가 결혼을 해 아이를 낳지 않으면 중벌로 다스렸다.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아무리 국방을 튼튼히 해도 결국 나라는 망한다는 논리였다. 반면 좋은 아기를 얻기 위해 유능한 남성에게 아내를 빌려주는 것은 허용됐다. 자녀 낳기를 중시한 민족은 그리스인들만은 아니다. 유대인들도 부부가 최소 2명의 자녀를 낳는 것을 신이 유대 민족에게 지워준 의무로 믿고 있다.
한 나라의 국운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잘 연구되지 않고 있는 분야가 인구다. ‘호리가 천리 된다’는 속담처럼 인구는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변하기 때문에 변화를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매년 1%씩 인구가 느는 나라와 1%씩 인구가 주는 나라는 100년 후 국운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작년 한국의 인구 증가율이 0.32%로 30년래 최저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부부 당 자녀 출산율은 1.17명으로 인구 감소를 막는데 필요한 2.1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4,600만, 2100년에는 구한말 수준인 1,6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한 가구 한 자녀를 강제하는 중국의 1.7명은 물론 오래 전부터 저출산으로 고민해 온 유럽이나 일본보다도 낮은 숫자다. 공산주의 붕괴 후 극심한 사회 혼란과 알콜 중독이 만연한 러시아, 수백만이 굶주려 죽어 가는 북한 정도가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현상이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구 전문가들은 세계 인구는 오는 2050년께 100억 정도로 피크를 이룬 후 급속도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도 매년 인구가 줄고 있는 유럽과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인구 공장인 중국과 인도도 그 때쯤이면 줄어든다는 것이다.
향후 50년 간 인구 면에서 가장 심한 타격이 예상되는 나라는 러시아다. 현재 1억 5,000만으로 세계 6위인 러시아는 2050년에는 인구 1억으로 베트남이나 이란에도 못 미치는 소국이 될 전망이다. 얼마 전까지 미국과 함께 수퍼 파워의 지위를 누리던 러시아는 300여 년 전에는 폴란드에 의해 크렘린이 점령당하고 그 지배를 받던 약소국이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역사가 되풀이되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서방 선진국 중 인구 감소의 일반적 추세에 역행하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 백인 여성의 자녀 출산율은 1.7명으로 서방에서 가장 높다. 거기다 히스패닉의 높은 출산과 이민자 유입으로 50년 후 미국 인구는 4억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 결과 지금 인구 3위인 미국은 그 때도 인도와 중국에 이은 3위를 고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국에서는 불법 체류자 사면 여부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그러나 사면과 이민 문호 개방은 이민자를 위한 수혜가 아니라 미국을 위해 필요한 조치다. 다민족 국가 미국은 지금 전 세계 이민자의 절반을 받고 있다. 미국의 열린 문은 부강한 미국을 가능케 한 가장 큰 비결이다. 한국과 일본 등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나라들은 노동 인구 확보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도 이민 문호를 늘려야 함에도 ‘단일 민족’ 신화에 눈이 멀어 시행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인구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인구는 대국이 될 수 있는 필수 조건의 하나다. 생산성 향상과 기술 혁신이 이뤄지는 한 인구 증가는 가난이 아니라 부의 원천이라는 것은 산업혁명 이후 지난 200년의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미국의 100년 대계를 위해 사면과 이민 문호 확대는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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