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주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우리 인생에 있어서 단 한번밖에 경험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결혼은 실패해도 재혼이 가능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고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누구나 한 번밖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다시 한번 고쳐 해본다던가 연습을 해 본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것은 아무도 거역 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며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어진 이 한 번뿐인 우리의 일생은 정말로 귀중한 것이다.
그래서 매일 매일의 삶을 마치 어렸을 때 맛있는 아이스케키를 혀로 야금야금 핥듯 아끼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일생은 많은 경우 자신의 건강을 돌볼 겨를도 없이 먹고살기 바쁘다가 겨우 고생을 면하고 살만 할 때에 어느 날 갑자기 불치의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특히 이 땅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너무나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민 1세들 중에 열심히 일하고 몸담은 교회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봉사하고 있을 때 이런 일을 당한다면 과연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하나님 이젠 죽어도 괜찮아요, 하고 싶은 것 다했으니 언제든 하늘나라 갈 준비가 다 되어 있습니다” 라고 고백하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실제로 죽음이 타인이 아닌 자신의 것으로 다가왔을 때 “하나님 꼭 한번만 살려주십시오”라고 부르짖으며 발버둥치는 생의 본능을 외면할 자,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물며 예수님도 자신의 죽음 앞에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주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라고 절규하셨을진대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라는 한국 속담을 빌리지 않더
라도 단 일분 일초라도 이 세상에서 더 살기를 원하는 생의 애착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공통된 인간의 바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죽음은 언제 우리에게 닥쳐올 지 아무도 모르며 순서도 없다. 다만 한 평생 살아가는 동안 언제인가 죽음의 거미줄에 걸리게 되면 부귀, 명예, 가족, 친구 등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다 버리고 이 세상을 떠나야만 한다.
사람들은 “인간은 삶이 두려워서 법률을 만들었고, 죽음이 무서워서 종교를 만들었다”는 하버드 스펜서의 말을 귀담아 듣고 싶어하는지 모른다. 이를 뒷받침하듯 종교적 차원에서의 부활, 환생, 윤회 등의 화두는 죽음을 맞이하는 자에게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이와 아울러 살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죽음과의 처절하고도 과감한 도전도 불사하겠지만, 때가 오면 죽음을 친구같이 의연하게 받아들이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갑자기 닥쳐온 죽음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 건강하고 행복할 때 죽음을 생각하고 예비하며 준비하여야 한다.
근래 세계의 여러나라에서는 학문적, 민속적, 종교적, 의학적 측면에서는 죽음을 올바르게 인식하려는 죽음 교육(Death Education)을 절감하여 죽음을 “죽음학(Thanatology)”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같은 맥락으로 보스턴 한미 노인대학에서도 “죽음을 맞이할 준비”라는 제목으로 각 분야의 인사들의 특강과 패널 토론회를 2회에 걸쳐 가지려고 한다 (제 1회 : 3월 27일, Wakefield 문수사, 제 2회 : 5월8일, 합킨톤 보스턴 장로교회 오후1시).
이 특별강좌는 죽음에 대한 불안, 공포, 두려움을 불식시키고 죽음을 올바르게 인식시키려는 교육을 통해 죽음과 행복한 대면을 이룰 수 있는 평상심을 노인 및 일반 동포들에게 심어 주려는데 목적을 두고있다. 이 지역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그리하여 원망보다 감사, 슬픔보다 기쁨, 울음보다 웃음, 미움보다 사랑, 실패보다 승리한 인생으로 지나온 삶을 되돌아다 보며 아름답게, 품위있게, 당당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귀머거리 베토벤의 고난을 이긴 환희의 합창곡을 들으며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단 한번뿐인 인생이 얼마나 값있고 소중하고 귀중하였다는 것을 각자가 깨달으며 도리어 하나님께 감사드리면서 “죽음은 인생의 최종 현상이지만 역시 인생인 것이다”라는 장 폴 사르트르의 독백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멋진 생의 마지막 감동이 되겠는가?
나 자신에게만이라도 이런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경민 <보스턴 한미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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