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저녁식탁 ‘테이크 아웃’붐
드라이브 스루·집배달 서비스등
조리된 음식으로 식사 끝
마켓 반찬부도 카페테리아 방불
섭지로 냉장고에 5∼6개의 화덕이 달린 스토브, 그래나이트로 된 청결한 카운터 탑을 갖춘 부엌이 점차 늘고 있다. 부엌이 한집안의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자 센터피스로 자리잡고부터 부엌 리모델링은 미 전국적인 붐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부엌이 항상 새집처럼 깨끗하기만 하다. 이유는 부엌에서 요리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서 미국인들이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온가족이 함께 식사는 하되 퇴근길에 마켓이나 식당에 들려 이미 조리된 음식을 사다가 먹는 ‘테이크 아웃’(take out)이 하나의 식생활문화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미국은 바야흐로 테이크 아웃시대. 여기에 따른 식품업계의 변화추이를 뉴스위크 최근호가 다뤘다.
스캇과 베스 주커는 6세 미만의 세 아이를 둔 바쁜 뉴요커.
퇴근길에 신선한 닭고기를 사다가 요리를 하는 것까지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세 아이와 그들을 돌보는 베이비시터까지 6식구가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설거지 시간이 요리시간보다 더 걸린다.
물론 디시워시를 사용한다고 해도 한번 헹궈서 세척기에 넣어야 하므로 식사할 때 사용했던 그릇, 요리할 때 사용했던 기구, 물컵, 수저까지 다 한번 헹구고 부엌 정리하다 보면 아이들이 씻지도 않고 제멋대로 곯아떨어질 때까지 부엌에만 있어야 한다.
이런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테이크 아웃’을 이용하는 것이다.
베스는 퇴근길에 인근 마켓에 들려 아이들이 먹을 파스타와 메시드 포테이토 등을 용기대로 그대로 들고 나오고 스캇은 식당에 들러 건강에 좋다는 스시와 샐러드를 들고 나와 집 그릇에 옮겨 담지도 않고 그대로 저녁식탁을 차린다.
다 먹고 나서는 용기 째로 쓰레기통에 버리면 모든 상황이 끝난다. 남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주고 온 가족이 TV도 보면서 하루의 피로를 푼다.
2002년 미전국 서점에서 팔려나간 요리책은 4억3,300만달러어치에 달한다.
다이어트 요리책, 디저트 요리책, 스리랑카 음식 요리책, 남아프리카 음식 요리책을 비롯해 레몬을 이용한 음식 요리책, 블루베리, 레즈베리 등 각종 베리만을 이용한 요리책 등 요리에 관한 비법은 넘쳐나고 있다. 요리책만 많은 것이 아니다. 각종 잡지와 신문 등에도 레서피 칼럼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고 새벽 3시에 TV를 켜도 ‘10분만에 해먹을 수 있는 요리 특강’ 등이 화면을 장식할 정도로 요리 레서피는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런 대도 대부분의 가정집 냉장고는 주스, 와인 등 음료에 먹다 남은 음식 몇 가지에 계란 몇 알이 고작이다. 저녁식사 준비를 할 시간과 체력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요리책은 취침 전 침대에서 패션잡지 보듯이 그냥 재미로 한번 훑어 볼 뿐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그대로 시장에 반영된다.
그로서리 수퍼마켓의 반찬부는 마치 대기업의 하이 엔드 카페테리아를 방불케 할 정도로 변모하고 있다. 스시 바가 따로 있으며 주문 받아서 시간 맞춰 구워주는 피자 섹션이 있고 중국요리를 비롯한 튀기는 음식부가 따로 있다.
2002년 미전국 그로서리 마켓의 반찬부 매상은 15억7,000만달러로 5년 전에 비해 38%가 늘어났다. 147개의 체인을 가진 홀푸드 마켓 체인은 지난 4년간 음식 재료를 팔아서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음식을 만들어 팔거나 끓이거나 데우기만 하면 될 정도로 음식을 준비해 주는 부서가 매상면에서 가장 급성장했다.
식당들도 예외는 아니다. 캐주얼 다이닝 체인인 ‘애플비’는 ‘카사이드’(carside)로 다른 식당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했던 이 회사 업주는 미전국 400개 지점에서 고객들이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면서 자동차 모델을 알려주면 웨이터가 기다리고 있다가 자동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서면 음식을 차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로 그야말로 붕 떴다.
뉴욕 번화가의 사이드 스트릿은 퇴근길 차량에 음식을 배달해 주는 식당 배달사원의 자전거로 붐빈다.
이들은 쿵파우 슈림프를 배달하는 중국집 요원도 있고 칩과 잉글리시 피시를 배달하기도 하며 구운 닭인 리소토를 전달하기도 한다.
유명 요리사를 보유하고 있는 고급 식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캘리포니아 요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월프강 퍽은 이미 15년 전 익스프레스 체인을 만들어 피자, 수프, 샐러드 등을 할리웃 배우들과 인근 일대 고객들에게 테이크 아웃으로 제공해 시대를 앞서가기도 했다.
자존심 강한 유명 요리사들 중에는 요리 후 음식의 온도가 미각에 민감하게 작용한다는 것에 신경이 쓰여 테이크 아웃 고객들에게는 음식을 다 만들어 팔지 않고 집에서 불로 가열하기만 하면 완성되도록 음식 재료를 준비해 주고 있다.
이처럼 음식을 시켜먹는 테이크 아웃 문화는 음식하기를 귀찮아하는 싱글들에서부터 시작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양쪽이 모두 커리어를 가지고 아이들을 키우는 일반 가정으로까지 확산되었고 그동안 아이들 거둬 먹이느라고 매일 부엌에서 살다시피 해 이제 부엌살림에서 탈피하고 싶어하는 빈둥지족인 아이들 떠난 50대 부부들에 이르기까지 일반화되고 있다.
또 이런 분위기를 부추겨 주고 있는 것이 식품업계이기도 하다. 건강음식 따지는 소비자를 위해 캘리포니아에서는 세븐 일레븐에서조차 스시를 취급하고 있고 갖가지 야채를 섞어 만든 샐러드 재료를 집에 와서 보울에 담은 다음 식당에서 테이크 아웃해 온 고메 드레싱을 붓기만 해도 근사한 요리가 되니 말이다.
그로서리 샤핑을 하고 씻고 다지고 지지고 볶는 전 과정을 전화 한 통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유혹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한 테이크 아웃 문화는 한동안 그 바람이 잠재워질 것 같지 않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