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004 NBA시즌이 15일 LA 스테이플스센터서 벌어지는 ‘별들의 잔치’ 올스타게임으로 반환점을 돈다. 동부 컨퍼런스는 인디애나 페이서스(39승14패)의 독주로 전개되고 있는 반면 ‘서고동저 현상’ 이 뚜렷해 올해 역시 정작 챔피언이 나올 서부 컨퍼런스에서는 새크라멘토 킹스(37승13패)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37승15패)의 선두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 샌안토니오 스퍼스도 최근 5연승으로 이들에 바싹 따라붙어 현 랭킹에는 큰 의미가 없다.
서부 컨퍼런스에서 각각 5위와 13위로 반환점을 돈 ‘LA 농구형제’ 레이커스와 클리퍼스의 전반기를 점검해 본다.
클리퍼스 PO진출
장래는 밝지만 올해도 아닌듯
◎클리퍼스(22승29패)
클리퍼스는 서부 컨퍼런스의 14개 구단 중 13위에 머물고 있지만 실망덩어리는 아니다. 포인트가드 안드레 밀러(덴버 너기츠), 스몰포워드 라마 오돔(마이애미 히트), 센터 마이클 올라워캔디(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등 스타팅 라인업의 60%를 잃은 팀이 오히려 기대이상의 선전을 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컨퍼런스 10위인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의 승차가 2½게임에 불과한 클리퍼스는 더 이상 ‘만년꼴찌’라고 비웃을 팀이 아니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오래간만에 채용한 거물급 감독 마이크 던리비의 지휘아래 ‘대성’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클리퍼스는 파워포워드 엘튼 브랜드(게임당 20.1득점·11.7리바운드)와 ‘스윙맨’ 코리 머게티(20.4득점·5.8리바운드)에 이어 슈팅가드 퀸튼 리처슨(17.7득점·6리바운드)이 장기계약으로 묶어둘 선수로 부상했다. 클리퍼스에서 현재 가장 폭발적이며 카리스마 넘치는 선수는 리처슨이인지도 모른다.
클리퍼스는 이에 7피트 신장의 백인 루키센터 크리스 케이먼(6.4득점·5.8득점)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마르코 야리치(9.1득점)가 ‘땜빵’으로 뛰고 있는 포인트가드 포지션만 보강하면 일을 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리치도 쓸만한 선수다. 두 다리가 모인 상태에서는 명사수며 가드치고는 포스트 플레이도 수준급이다. 단 수비에서 발빠른 가드의 적수가 못되며 ‘피니시’가 약한 것이 흠이다.
클리퍼스는 2년차 파워포워드 크리스 윌콕스(8.9득점·4.9리바운드)도 날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19일 NBA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지나가기 전에 일급 포인트가드를 영입하지 못하면 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레이커스 정상탈환
농구판 새옹지마?
◎레이커스
(31승19패)
지난해 NBA 타이틀 4연패에 실패한 레이커스는 ‘메일맨’ 칼 말론과 ‘더 글러브’ 게리 페이튼의 가세로 초호화 ‘드림팀’ 라인업을 구축, LA 팬들의 기대를 한없이 부풀렸다. 코트에 오르기도 전부터 정상탈환은 기정사실인 것처럼 거론됐다.
그러나 레이커스의 전반기는 기대이하였다. 이래서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으로 레이커스는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코비 브라이언트가 성폭행 혐의에 휘말려 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더니 끊임없는 불운 속에 ‘드림팀’다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브라이언트의 책임이 크다. 브라이언트는 성폭행 혐의로 법정에 서게된 것 이외에도 계약연장을 거부하며 레이커스를 떠날 의사를 비춘 것, 샤킬 오닐과 공개적인 권력싸움을 벌인 것, 그리고는 최근 집에서 부주위로 손가락을 다쳐 약 2주 동안 뛰지 못하면서 필 잭슨 감독의 지시를 어기며 신경전을 벌인 것 등 레이커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 할수 있다.
그래도 레이커스는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는데 선수부상까지 쏟아지는 액운이 겹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수술 받은 무릎이 시즌 초반 100%가 아니었던 브라이언트는 어깨부상과 손가락 부상까지 겹쳐 토탈 14경기에 결장했다. 오닐도 허리에 다리 부상으로 15경기에 빠졌다. 18년 동안 단 11경기에 빠진 ‘철인’ 말론도 무릎을 다쳐 뛴 경기(24) 보다 못 뛴 경기(26)가 더 많다.
“이제 내 스타일을 잘 알겠지만 나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레이커스의 잭슨 감독은 이에 대해 ‘도사’ 명성에 걸맞는 대답을 한다. “이런 수난을 겪고 나면 팀이 더 강해진다. 지금 서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이며, 그 덕분에 평소에 얼마 뛰지 못할 선수들이 출장시간을 얻어 귀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스타터들이 돌아오면 벤치가 두 배로 강해진 것을 느낄 것”이라며 ‘농구 새옹지마’ 스토리를 들려준다. 일리는 있다. 그러고 보면 41번째 생일을 앞둔 말론은 플레이오프에서만 잘해 준다면 정규시즌에 푹 쉰 것이 큰 행운일 수도 있다.
레이커스는 말론의 부상을 틈타 슬라바 메드베뎅코가 다음 단계를 밟았고 카림 러시도 점점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지난달 24일부터 뛰기 시작한 릭 팍스가 제 컨디션을 찾으면 레이커스는 포스트시즌에 맞춰 전력이 업그레이드될 것이 분명하다. 어차피 레이커스에게 정규시즌은 큰 의미가 없다.
<이규태 기자>clarkent@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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