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안면’이 없으면 장사하기가 몹시 어렵다. 거래를 열기 위해 접대를 하려고 해도 접대 대상자와 안면이 있는 누군가가 중간 다리를 놔야 할 정도다.
안면 사회가 아닌 미국은 어떨까? 접대문화가 기생할 틈이 없는, 가격과 품질로 승부가 갈리는 사회이긴 하지만 여기서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비즈니스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미국시장 문을 두드려본 사업가들은 입을 모은다. 말이라도 한마디 붙이려면 안면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것. 특히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라면 ‘노크’해 본들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신생회사의 이런 설움은 굳이 한인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일단 문안으로 발을 디밀어야 하는데 아예 상대를 해주지 않으니 무명의 신생업체는 난감하다.
사업 성패가 달린 비즈니스 인맥.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비즈니스 네트워킹 테크놀러지’는 신생업체의 이런 고민 해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JRG 소프트웨어’의 임직원들은 18개월을 투입한 끝에 대기업의 제조업 공정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을 때 날아갈 듯이 기뻤다. 그런데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었다.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대기업에 팔아야 했다.
제품을 사줄 여러 회사에 전화도 걸고 다이렉트 메일도 발송하는 등 자체 네트웍을 최대한 가동시켜 봤지만 무명의 신생업체에게는 차가운 응대뿐이었다.
IBM처럼 유명한 큰 회사 사람에게서 걸려온 전화라면 잘 받아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대도 해주지 않는다고 JRG 판매담당 부사장은 고민스럽던 당시를 회상한다.
어떻게 문틈으로 발을 들이미느냐? 이 문제는 모든 영세업체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당면하는 지난한 과제. 많은 사업가들이 바로 그 때와 거기서 ‘귀인’을 만나 성공을 했다는 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비즈니스 인맥은 중요하다.
업계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기죽을 것은 없다. 인간교제 네트웍(social networking) 테크놀로지 덕분에 비즈니스에 필요한 사람을 만나기가 한층 수월해졌다.
애인 친구 사귀기 사이트가 유행하고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인 ‘프렌즈스터(Friendster)’는 현재 가입회원이 200만명이상. 지금도 빠른 속도로 회원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의 기본적 가정은 ‘6다리만 거치면 지구상 모든 인간은 서로 아는 사이로 연결된다’는 것.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를 거치면 나도 빌 게이츠를 아는 사이가 된다는 것. 이 사이트의 한 회원은 자신의 리스트에 친구로 무려 50만명을 올려놓고 있다.
친구 애인 만들기가 주목적인 ‘프렌즈스터’의 발상을 비즈니스 인적 네트웍으로는 발전시키는 사이트들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Ryze.com, Tribe.net, LinkedIn.com. 등의 사이트들이 비즈니스 커넥션을 위해 디자인 된 것들이다. 사업에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는데 적격이다.
SpokeSoftware.com, Visible Path.com은 프렌즈스터처럼 전체 기업들을 하나의 망으로 가입시키는 것을 지향한다.
이들 사이트를 통한 인적 네트웍은 직접적인 교제를 통한 기존의 인맥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지만 필요한 사람을 빨리 찾아내고 연결시킨다는 점에서는 대단히 효과적이며 역동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도시장 진입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던 JRG사는 스포우크소프트웨어.컴에 등록했다. 유망한 잠재 고객으로 한 식품회사를 점찍었던 JRG는 이 식품회사의 대표 이름을 후버스(Hoover’s)에서 찾아낸 뒤 ‘Spoke’를 통해 JRG의 회계담당자의 여동생의 보스가 이 식품회사의 중요 인물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았지만 이 사람을 통하자 전화 목소리부터 달라졌고 첫 미팅도 가질 수 있었다! 아직 거래가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무턱대고 전화하거나 다이렉트 메일링을 했던 때보다는 훨씬 효과적이었음은 분명하다.
이와 같은 디지털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들은 각각 특징이 있지만 유사한 방식을 사용한다. 각자의 이름과 직업정보, 관심사 등을 기록한 프로파일을 만들고, 이용자들은 친구들을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제품을 산 사람에게 자기회사의 제품을 팔고 싶다면 현재 인적 네트웍 내에 MS사 제품을 구매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소프트웨어가 찾아준다. 대부분 무료이나 상당한 비용을 청구하는 사이트도 있다.
현실 세계의 인맥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소셜 네트워킹 소프트웨어의 매력에 빠지는 이용자들은 급증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한 금융회사 재정상담가인 키스 푸루야는 개인적 접촉이 있는 3000명의 매니저 외에 스포우크에 1만1,000명의 커넥션을 갖고 있다. 그는 이 소프트웨어가 새 고객을 만들고 판매증가에 큰 도움이 됐다며 월 사용료 50달러로 그 가치를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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