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창 <워싱턴 통합한인학교 이사>
이민 온지 얼마가 지나면서부터 다니기 시작한 교회였다. 같은 연배의 친구들이 하나 둘 교회에 발을 디디기 시작하면서 나한테도 전도의 힘이 미쳤는지 그들의 손에 이끌려 교회의 문턱을 넘나들게 됐다. 교회에 가야만 한국사람들과 친구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교회에 나오기를 권유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왜 당신들은 하나님을 믿으며 교회에 나가서 좋은 점이 무엇인가”를 물었지만 “일단 교회를 나온 다음 목사님과 대화를 해 보라”는 것이 그들의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성경에 대해 아무런 예비지식도 없이 근엄한 목사님한테 물어볼 것도 없고 해서 목사님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였다가 근래에 들어서는 ‘주일 신자’가 되었다. 한때는 수요예배와 구역예배와 교회행사에도 다소 참여했었고 성경공부도 1년 넘게 개근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만년 평신도’로 물러앉았다. 처음에는 교회도 정착을 하지 못하다가 이제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메릴랜드의 한 침례교회에 적을 둔지도 10년이 넘었다.
초신자 시절, 교회에 나와 목사님의 설교를 듣거나 성경공부 시간에 선생들의 성경해설을 듣노라면 가끔 별 천지에 와있는 느낌을 갖곤 했다. 우리가 생존을 걸고있는 일상 사회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논리였다. 현대사회의 금과옥조인 상식이나 과학과는 딴 세상이었다. 과학과 성경과의 갈등이 나에게 부닥친 첫 번 째 문제였다. 얼마간 이 문제로 씨름을 한 후 과학의 한계와 인간의 불완전성을 이해하면서 이 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였다. 누군가는 하나님이란 유한한 인간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 낸 존재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이 세상의 선과 악을 구별해주고 내세를 약속해주는 현대 종교의 마력을 외면하기는 어려웠다.
예수를 믿으면 생활에서의 축복을 받고 육신은 죽으나 영혼은 하늘나라에서 영생 복락을 누린다는 목사님의 설교와 기도는 하루도 쉬지 않는다. 이처럼 세상에서의 축복과 사후 영생을 보증한다는 데야 누가 이를 거역 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서의 축복과 영생의 내용이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그러나 불완전한 인간세계라서 인지 축복과 천당을 자신들과 가족들의 것으로 해달라는 교인들이 의외로 많고 목회자들도 은근히 이를 조장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른바 기복신앙이다. 자기한테 복을 달라고 기원하는 것은 무당의 주술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이 문제도 오래 가지 않았다. 성경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거나 자기편의적으로 생각해서 일어난 문제이지 성경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자각이 왔기 때문이다.
그후 누가 일러준 것이 아니고 세월이 가면서 성경의 이 구절 저 구절을 음미해 볼 때 어떻게 인간만사의 밑바닥을 이토록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하면서부터 성경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근래 들어 내 앞에는 또 하나의 도전이 펼쳐졌다. 한인교회에서 강조하는 성경의 ‘진리의 절대성’ 문제이다. 진리의 절대성이란 성경만이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진리라는 것이다. 과연 이러할까. 현대의 고등종교라 할 유대교는 예수의 신성을 부인하며 이슬람교, 불교 등도 나름대로 진리의 절대성을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어떤 목회자는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전도의 대상이라고도 하고 심지어는 가톨릭도 이단이라 말한다. 한인교회를 풍미하고 있는 근본주의 신앙의 분출이다. 미주 거의 모든 한인교회가 근본주의 신학의 태풍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상제사를 우상숭배로 간주하는 개신교의 영향으로 동포사회의 7남매 한 가정이 부모제사를 두 곳에서 따로 모시고 있는 것이 한인사회의 현실이다. 조상제사를 조상 숭모의 한 형태로 보고 이를 인정하는 가톨릭의 해석을 유념해볼 만하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신념과 양심의 문제로 귀착되겠지만 자기가 믿는 종교의 절대성을 주장하기보다는 다른 종교의 신념도 이해하는 다원주의에 대한 관대한 인식이 아쉽다. 21세기의 시대정신인 ‘평화로운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교인들이 먼저 손을 잡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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