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생활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종종 이런 소리를 듣는다.
행사 또는 캠페인을 하기 위해 한인들을 찾아가면 차마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이야기를 듣고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 서명을 받거나 기금모금을 하기 위해 간 경우 인상을 써가며 귀에 담기조차 거북한 단어를 토해내거나 너무나 불친절하고 경우 없이 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다시는 쳐다보기도 싶지 않은 기분을 갖게 한다며 이들과 피를 나눈 동포란 점이 후회스러워질 때도 있다고 개탄한다.
의외로 못된 한인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는 이야기다. 공동체 이익을 위해 한인들을 만나 서명을 요청하면 개중에는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이야기도 채 끝나기 전에 나는 “그런 거와 관계없소. 다른 데나 가보시오” 하며 한마디로 잘라 말하는 한인들. 또 어떤 업소에 들러 취지문을 주고 행사나 기금모금에 대한 설명을 할라 치면 “도둑×들 나는 이런데 일전도
안내요. 돈 많고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나 가 보시오” 하며 박절하게 대하는 한인들.
양상도 가지 가지라고 한다. 한인사회는 단체별로 하는 일들이 여러 가지로 많다. 갖가지 형태의 단체들이 서명 및 모금, 티켓도 팔고 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씩 한인사회가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나 하나의 동참과 협조가 우리 사회를 성숙하게 만들고 저력도 강하게 하는 셈이다. 그런데 내 대신 남이 나서 일을 해주는데도 참여는 못할 망정, 그렇게 무례하고 거칠게 대한다는 것은 생각해 볼 점이다.
좋은 일 하겠다고 시간 쓰고, 돈 쓰고, 정력 소모하며 봉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하지는 못할망정 함부로 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사람간의 관계는 최소한의 예의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사람을 대한다면 장사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기금모금 경우 지금까지 보면 잘 못된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든 걸 전적으로 부정하고 드는 건 곤란하다.
도대체 금전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손해를 봤으며 또 얼마나 속아 왔기에 한인단체가 하는 것은 무조건 불신부터 하려드는가.나쁜 일을 하자는 게 아니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간에 잘하자는 것인데 자신이 못하면
최소한의 예의만은 갖추어야 한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형편이 잘 안돼서’하는 말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자기 일도 마다하고 대의를 위해 나선 이들에게 함부로 대한다면 서로간에 어우러지는 삶이라고 할 수 없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행사가 있으면 와서 자리 채워주고 대의를 위해 서명도 해주고 티켓도 팔아주고 하는 것이 공동체 생활이다. 서로 돕고 도와주며 이웃간에 함께 어우러지는 삶이 바른 자세가 아닐까.
더구나 한인들은 동방예의지국 민족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말끝마다 욕설을 섞어가면서 말하는 건 더 더욱 민망한 일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서로가 주고 받고, 얽히고 설키고 부대끼며 사는 것이 인간이다. 이것이 싫으면 혼자 조용히 절이나 산에 가서 파묻혀 살거나 아예 세상과 등지고 사는 편이 나을 것이다.
미국은 특히 서로 돕고 돕는 공동체 생활이 강조되는 나라다. 188개국이나 되는 각기 다른 민족이 서로 어우러져 살고 있는 곳이 미국이다. 우리는 이런 나라에서 타 인종과 어우러져 살기 위한 방법을 우리 사회에서부터 배워야 한다. 좋은 일 하자고 나서 애쓰는 한인들에게 잘하자고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 망정 무례하게 대해 기분을 상해주는 일은 없어야 겠다.
우리 사회는 이따금 보면 혹여나 나에게 짐이 될까, 행여 나의 삶에 해가 될까 조용히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생활태도로 사는 한인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어쩌다 한인들과 부딪치다 보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소위 내 배 부르고 등 따시면 도무지 옆도 뒤도 앞도 안보고 혼자만 편히 살려고 하는 부류들이다.
이들은 내가 잘나서 내가 잘 해서 잘 살고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이런 사람들의 생각이 맞는 것일까. 우리가 소수민족으로서 미국에 살다보면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을 당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단체들은 평소 힘을 모으고 단합하고 서로 돕고 교류하며 사는 것이다.
이것이 싫은 사람은 차라리 무인도에 가서 사는 것은 어떨 런 지. 이 꼴 저 꼴 안보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으니 편할 것이 아닌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
여주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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