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는 누구를 가리키며, 그들은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하는가.
시대의 변천에 따라 새로운 말들이 생겨난다. 어쩌면 반대로 새로운 말들이 시대의 흐름을 이끌어 간다고 할 수도 있다. 30년대만 하여도 전업주부라는 말이 없었고, 그 대신 ‘직업여성’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 때만 하여도 직업을 가진 여성이 드물었고, 이들은 겉 모양부터 다르게 보였다. 대체로 머리는 쪽찌지 않고, 갸름하게 뭉뚱그려서 핀을 꽂았고, 간편한 짧은 치마에 구두를 신었고, 큰 가방을 가지고 다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이들이 가정 주부들과 달리 사회활동을하고 있었기 때문에 눈에 띄었고, 그 수효가 극소수였기 때문에 직업여성이라는 뚜렷한 부류에 속했을 것이다. 이들은 적어도 시대를 앞서 가는 선두주자들이어서 희소 가치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요즈음 사회상은 크게 달라졌다. 이 지역의 이민사회를 보더라도 여성이 직업을 가지는 것은 보통 일이고, 가정에서 일만 하는 주부의 수효가 적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외양으로 보는 이 전업 주부들은 별로 희소 가치를 즐기는 것 같지 않다. 또한 그들 자신 공로를 자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가정에만 있다는 것이 혹시 무능한 것으로 보이는 것도 싫고, 밖에 나가 어떤 그룹의 일원으로 여럿이 섞여서 일하며 사회에 봉사하고 거기에 보수까지 받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나 않을까. 물론 직업을 가지면 거기에 따르는 즐거움이 따로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가정에서 일을 돌봐야 하는 사정이 있을 기간은 그일에서 보람을 찾는 것이 좋겠다. 가족에게 무료 봉사하는 것이 그 당장은 대가(代價)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귀중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얼마 전에 전업주부의 위상을 높히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 제목은 ‘전업주부 자녀 입학률 취업주부 보다 최고 6배’이었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분석에 따른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런데 입학 후 성적은 거의 차이 없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이것도 음미할 만한 구절이다.
가정에 주부가 자리잡고 있으면 첫째는 가족에게 안정감을 준다. 자녀가 귀가하였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며 하루 동안 학교에서 있던 일과 학습 내용에 대하여 보고 받고, 이를 듣는 주부는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면 자녀에게는 더 없는 격려가 되지 않겠는가. 하루의 피로가 확 풀리면서 공부하는 에너지가 충전되지 않겠는가.
그러다가 자녀가 대학에 가면 자기 스스로 학구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되어버리고, 주부는 제대로 조언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겠는가. 비록 성적에는 영향을 못 주더라도 주부의 정신적인 협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 분명하지만.
앞의 것은 한국의 현실이고 여기 사정은 어떤가 생각해 본다. 요즈음 각 가정이 달라진 사정은 부모가 둘 다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전에는 주중에만 하던 일을 주말까지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달라진 가정 사정은 학생이 어릴수록 잘 나타난다. 학습 준비가 부실하거나, 숙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입고 있는 옷가지가 적당치 않거나, 태도가 침착하지 않고 정서가 불안하거나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하게 되지만 그 과정이 힘겨워 보인다.
전업주부일 경우 때로는 과보호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취업주부의 경우는 자녀들과 대화를 통하여 일의 성질, 일을 해야 하는 이유 등을 알려서 각자가 맡은 일을 정하고 서로 그 약속을 지키는 한편 그 과도기를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어떤 연구 결과는 취업주부가 주는 교육적인 효과를 알리고 있었다.
하여튼 취업주부거나 전업주부거나 자녀 교육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각자의 처지에서 장점을 살려나가는 지혜가 요망된다. 특히 전업주부는 자녀들의 성장 과정에 시간, 여유, 너그러움, 부드러움, 따뜻함, 아늑함 등을 함양하고 있음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가. 그들이 가족에게 봉사하는 값진 공로는 물량으로 잴 수 없는 것이다.
자녀가 어릴 때는 전업주부, 대학에 갈 무렵에는 취업주부가 될 수 있도록 점차적으로 기술과 시간을 조절하는 일은 자신의 성장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끝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하니까.
허병렬(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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