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보고 또 불러보고 싶은 내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 언제나 나와 함께 오래도록 살아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여 하나님 앞에 어머니의 건강을 위하여 기도를 드립니다.
‘부모 불효 사후회’라는 말이 생각난다. 부모가 돌아가신 다음에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또 이런 말이 생각난다. ‘어버이 살아 실 제 섬기기란 다하여라’ 살아생전에 작은 것 하나라도 정성을 들여 지금까지 부모님이 내게 해주신 은혜에 아주 조금이라도 보답을 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
어려선 어머니의 속을 무던히도 썩이던 내가, 왜 갑자기 어머니의 옛 모습이 생각이 날까. 시골로 장사를 다니시던 어머니. 머리 위에 무거운 쌀을 이고 손에는 깨질까 조심스레 계란 꾸러미를 들고 고개 마루를 넘으시던 어머니, 밤 공기가 차가운지 연신 헛기침을 해대시며 힘들게 집으로 돌아오시던 어머니. 오늘은 그 어머니가 새삼스레 생각이 난다.
언제나 어떤 일을 결정하실 때도 자식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내 어머니. 9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시고 자식의 건강이 잘못될까봐, 먼저 맛을 본 후에 아무 이상이 없으면 나에게 먹어 보라고 말씀하시던 내 어머니, 올해도 변함없이 진달래 약술을 담그고 이제 먹어도 된다고 하시는 내 어머니.
몇 해 전인가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안 계셨다. 아마도 친구할머니 댁엘 가시었나 하면서 샤워를 끝내고 나오는데 진달래꽃을 몽오리가 살짝 핀 것과 줄기를 한 보따리 들고 들어오셨다. 하루 종일 들에 나가 캐 오신 거라며 이것을 술 담가서 석 달이 지나면 먹어도 되는데 허리가 많이 아픈 사람도 이것을 먹고 나았다며 얼른 가서 술을 사오라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온갖 정성을 다하여 그 약술병을 정성을 다하시어 보관하고 관리하시는 것 같았다.
얼마 후 나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진달래술을 꺼내 먹으라고 하신다. 호기심도 나고 맛은 어떠한가 하면서 큰 술병을 꺼내어 먹으려고 하는데 분명히 내가 몇 달 전에 이 술병을 봉할 때 양초로 꼭꼭 봉해서 두었는데 양초는 다 떨어지고 분명 누군가 뚜껑을 열어 본 것 같이 되어 있었다. 이상해서 어머니께 여쭈어 보았는데 말씀이 사람들 말만 믿고 처음 해 보는 것이라 혹시 잘 몰라 먼저 먹어 보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으니 안심하고 먹으란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냐고 화를 내는 나에게 “나는 살만큼 살았지만 너는 앞으로 살날이 많으니 내가 맛을 보아야지” 하시는 어머니.
어머니는 당연히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어야하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야하고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 모든 것을 누려왔다.
내 어머니 연세가 90이 되시더니 급격히 건강이 나빠지시기 시작하였는데 어느 날 아침에는 갑자기 담이 들은 것 같으시다며 자리에서 못 일어나신다. 담이려니 하고 우선 더운물 찜질을 하시라고 하면서 나는 직장으로 향했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문득 어렸을 때 내가 병에 걸려 오래 동안 고생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내가 아프다고 펄펄 뛸 때면 모든 것이 정지가 된다. 그저 나 하나만 업고 항상 다니는 병원으로 뛰어 가신다. 조금도 지체하는 것이 없다. 뛰시면서 무어라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후일 그때 일을 여쭈어 보았는데 어머니가 아는 모든 신, 의지 할 수 있는 신이라는 신은 모두 다 부르시며 이 아들 하나만을 살려 달라고 하시었단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아프다는데 그냥 무관심 할 수가 있을까. 내일이면 났겠지 하고 그냥 약국에서 약이나 하나 사서 먹이고 기다릴까. 내 아이가 태어난 지 4개월만에 장이 접히는 병에 걸렸을 때 이 아이를 안고 부평에 있는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던 생각이 난다. 혹시 잘못되지나 않을까, 수술을 받아야 될까, 수술을 받는다면 이 조그만 아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정말 내가 대신 아파 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은데 가슴 조리며 지켜보던 생각이 난다.
지금 노환으로 인하여 고생을 하시는 어머니께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속상하다. 고작 약국에서 약이나 사다드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저녁 수요 예배에 가서 어머니의 건강을 주십사고, “오래오래 자식들 앞에 계시다가 하나님 앞에 가시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살게 해주십시오” 라고 정성을 다해 기도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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