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찬양 열기, 인종넘어‘우린 하나’
마틴 루터 킹 Jr.데이 앞두고
크렌셔 크리스천 센터 찾아
“제겐 꿈이 있습니다. 저의 4자녀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간됨으로 판단되는 나라에 사는 날이 속히 오리라는. 오, 자유! 오, 자유! 우리 끝내 자유하리라!” 어찌 그 목소리를 듣고 가슴 벅차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거룩한 분노와 억눌린 이들을 위한 연민이 가득한 연설을 듣고 있으면 41년 전 워싱턴 DC의 집회 한 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가슴이 뜨거워진다. 법정 휴일인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는 그날이 갖는 본래 의미만큼의 관심을 한인들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LA 한인 타운의 번영, 한인들의 지위 신장, 우리가 공기처럼 숨쉬고 있는 이 자유와 정의는 수많은 아프리칸 아메리칸들과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투쟁에 빚진 바가 크다. 그의 자녀들이 피부색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신세계를 이루어야 함은 그의 꿈일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이상이다.
매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가 가까워 오면 늘 해보고 싶었던 체험에의 소망이 되살아난다. 교회의 예배 시간 모두가 일어서서 춤을 추고 박수를 쳐대며 찬양을 드리는 장면, 휘트니 휴스턴이나 우피 골드버그가 주연하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그런 교회에 가서 그들과 하나가 되어 열린 경배를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올해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를 앞두고 허남진(32, 출판업)씨와 아내 사라 허(24, 변호사 사무실 근무)씨는 주변의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에게 이리저리 물어가며 그런 교회를 물색했다.
사우스센트럴 초입에 있는 ‘크렌셔 크리스천 센터(Crenshaw Christian Center)’의 ‘페이스돔(FaithDome)’은 그런 그들의 목적에 꼭 들어맞는 교회인 것 같았다.
일요일 아침 평소 교회 가는 시간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나 부지런을 떤 것은 그 교회에서 오전 9시부터 준비 찬양 시간을 갖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돔 스타일의 교회에 들어서니 모자와 드레스로 멋지게 단장한 여인들과 수트를 말쑥하게 차려입은 신사들이 피부색 때문에 유난히 하얗게 반짝이는 치아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한 미소로 그들을 맞는다.
“함께 하나님을 찬양합시다.”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인사를 건네 온 해럴드 잔슨(42, 찬양 인도자)은 언젠가 제 발로 찾아올 한국인 방문자를 위해 이웃에게 이 말을 배워두었다며 웃음 지었다.
9시가 되자 푸른 옷을 입은 찬양 인도자 몇 명이 무대 중앙으로 올라간다. 빠른 비트의 찬송가를 부르며 그들은 서태지와 아이들 백 댄서와 코러스보다 더 신나게 분위기를 잔뜩 띄운다. 고요하던 예배당 안이 갑작스레 후끈 달아오른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사람들은 무대 앞으로까지 나가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시킨다.
한인 타운의 교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처음에는 쭈삣했지만 이내 그들의 분위기에 젖어든 허남진 씨 부부도 손뼉을 치며 찬양에 참여한다. 음악과 춤은 놀라운 힘을 지녔다. 그렇게도 자주 찾아들던 신앙에의 회의와 소망 없음은 신나는 리듬과 함께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찬란하고 아름다운 삶에의 감사로 가슴이 가득 차오른다.
잠시 후에는 R&B 풍의 찬양을 함께 불렀다. 눈을 지그시 감은 그들은 두 손을 하늘로 올리며 신에 대한 그들의 존경과 사랑을 자연스레 표현했다. 즉흥해서 화음을 맞춰 감사의 찬양을 드리는 순간, 온 몸의 세포는 감전된 듯한 커다란 감동에 젖어든다.
희끄무레한 피부색의 동양인 부부가 제 발로 자신들의 교회를 찾아온 것이 마냥 신기한 지 카메라는 연신 그들의 모습을 대형 프로젝터에 비춰준다. 친교의 시간에는 앞뒤좌우의 모든 이들이 뜨겁게 그들을 포옹하며 반겨주었다. 바로 옆 자리에 멋진 모자를 쓰고 앉아 있던 바비 말브리에타(Barbie Malbreata)는 빅 마마 같은 정겨운 미소와 함께 다음주에도 꼭 나오라며 손을 꼭 잡는다.
이제껏 LA에서의 한인 커뮤니티와 아프리칸 아메리칸 커뮤니티의 관계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 LA 폭동. 그들은 가해자고 우리는 피해자라는 피해의식은 한인들 대부분의 머리 속에 프로그램 되어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종차별 하는 백인들의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우리 스스로 그런 차별과 냉대를 자초하진 않았었는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 기념일을 앞둔 주일 아침,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우리들의 자화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꽃밭을 조성하는 우리들은 하나하나가 소중한 꽃들이다. 서로의 차이와 아름다움을 인정하며 조화롭게 화합의 꽃을 피워나갈 때 우리 사는 이 땅에는 평화와 행복이 가득해질 터이다.
그들과 한 마음으로 찬양의 목소리를 드높였던 주일 아침, 킹 목사의 소망은 만져질 듯 가깝게 실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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