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이미지 벗고 서민교회로”
역대 교역자 사진 앞에 선 LA연합감리교회 담임 김광진 목사.
이재철 목사 초청 부흥회로 막 올려
시각 장애인 100명에 개안수술
1백년사 편찬·커뮤니티 봉사등
2004년. 올해로 LA연합감리교회(담임 김광진 목사)가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미본토에 세워진 최초의 한인교회로 이민 100년의 역사를 구비구비 간직한 LA연합감리교회는 올 한해동안 이를 축하하고 감사하며 기념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전개한다.
기념행사들을 통해 한인 커뮤니티와 유대를 강화하고 엘리트 교회, 유학생 교회의 이미지에서 탈피, 서민교회로 탈바꿈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첫 행사는 지난 8일부터 4일간 계속된 이재철 목사 초청 부흥사경회로 막을 올렸다.
교회측은 이 부흥회에서 모아진 헌금을 한국의 시각장애인 개안수술비로 사용할 방침이다. 창립 100주년을 맞아 앞을 못 보는 시각 장애인 100명에게 빛을 찾아주자는 뜻깊은 행사다.
이어 2월 3∼5일에는 연합감리교단의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가 동반자 관계를 맺는 ‘파트너십 컨퍼런스’가 열린다. 또 3월 7일 LA 윌셔이벨극장에서 소프라노 김영미씨와 피아니스트 한학순씨가 꾸미는 100주년 기념 음악회가 개최된다. 여기에는 100명으로 구성된 성가대가 출연해 베토벤의 팬터지를 연주한다.
오는 3월 11일에는 옛 교우와 그 후손들을 위한 만찬회와 100주년 기념 역사책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지난 84년 창립 80주년을 즈음해 ‘팔십년사’를 편찬했던 이 교회는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1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100년사 편찬작업을 진행중이다.
지금까지 잘 정리되지 못했던 20세기 초기의 미주 한인 이민사와 초기 이민교회 역사 자료가 수록될 이 책은 클레어몬트 신학대학 교수인 김신행 목사와 이민 2세 데이빗 류 교수가 각각 한국어와 영어로 집필에 착수, 현재 인쇄 단계에 있다.
한편 3월 14일에는 십자가 조형물 봉헌식과 함께 창립 100주년 기념예배와 사진전시회가 열린다. 교회 앞마당에 세워질 십자가 조형물은 47피트 높이로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4월 24일에는 청소년을 위한 찬양의 밤 행사가 예정돼 있으며 6월 4일과 5일 이틀간은 사진작가 함철훈씨의 영상세미나가 열린다.
또한 7월 17일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사랑나누기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다. 교회측은 LA지역의 공원 한 곳에 장애인들을 초청, 이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어줄 계획이다.
이어 오는 11월에는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 지역에 주민선교를 위한 지교회가 세워진다.
이밖에 LA연합감리교회는 몽골 현지의 주민 봉사센터 건립에 1만 달러를 지원하고 나이지리아에서 진행중인 우물 파주기 운동에 동참하는 한편, 불우이웃과 타민족, 비기독교인을 위한 장학기금 30만 달러를 조성해 오는 2005년부터 지급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김광진 목사는 “이민 초기 유학생들로 출범된 교회다 보니 고령자들이 많고 엘리트 교회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한동안 소홀해했던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 커뮤니티와의 연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A연합감리교회는…
19세기말 한국선교사 셔먼 여사
유학생 모아 1904년 첫 예배
안창호선생 가족도 신자
LA연합감리교회가 LA에서 첫 예배를 가진 것은 지난 1904년 3월 11일.
구한말 제물포에서는 하와이를 향해 노동자들을 태운 이민선이 한창 떠나고 있을 때다.
19세기 말 한국 호서지방에서 선교사로 일했던 플로렌스 셔먼 여사는 은퇴 후 미국으로 돌아와 한국 유학생들을 모아 첫 예배를 시작했다. 셔먼 여사는 LA 매그놀리아 스트릿에 조그만 기숙사를 세우고 한국인들에게 성경과 영어를 가르쳤고 일요일에는 한국어 예배를 인도했다.
이민 초기 한국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렇게 시작한 LA연합감리교회는 100년의 세월을 한인 이민자들과 함께 하며 미주 본토 최초의 한인교회로서 한인 이민사에 큰 획을 그어왔다. 현재 미국에 산재해있는 3,000여 한인교회의 효시가 됨은 물론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다.
이스라엘 민족이 40년간 광야생활을 했던 것처럼 이 교회도 40년간 자체 예배당이 없어 이곳 저것을 전전하며 셋방살이를 했었다. 또 한때는 목자가 없어 문을 닫아야 하는 난관에도 직면했다. 하지만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믿음의 등불을 이어와 감격스런 100주년을 맞게 된 것이다.
100년의 세월 동안 수천 명의 신자와 수십 명을 헤아리는 목회자들이 이 교회를 거쳐갔다. 담임 목사도 15번 바뀌었다. USC에서 학부과정을 밟던 신흥우 전도사가 셔면 여사의 뒤를 이어 지난 1904년부터 1910년까지 교회를 이끌었으며, 그 후 정식으로 신학교육을 받은 민찬호 목사가 뒤를 이어 1926년까지 사역했다.
민찬호 목사는 배재학당 시절 서재필 선생의 지도로 신흥우, 양흥묵, 이승만 등과 함께 학당 내에 협성회를 조직한 민족의 선각자 중 한 사람. 사역 당시 조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하며 이민자들을 위한 사회봉사에도 힘쓴 인물이다.
이후 LA연합감리교회는 한승곤(1926∼1927), 황사용(1930∼1939), 이진묵(1940∼1941), 장기형(1941∼1947), 김하태(1947∼1949), 오창희(1949∼1953), 최영용(1953∼1981), 박대희(1981∼1990), 박진성(1990), 이경식(1990∼1991), 박준성(1991∼1996), 김광진 목사(1996∼현재)를 담임 목사로 맞아 100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한편 교회를 거쳐간 수천 명의 신자들 중에는 안혜련 여사와 필립 안, 수잔 안씨 등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가족을 빼놓을 수 없다. 올림픽 다이빙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새미 리 박사, 가주 최초의 한인 여성 판사 태미 정 류씨 또한 이 교회 출신이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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