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오면 모국 등진다” 옛말 , 한국에 재산 보유 ·투자 많아
-대졸이상 고학력자가 전체 60%
-가구당 소득 8만 달러 …2세가 1세 보다 높아
-“미국 친구 많다” 는 10%도 안돼
*한인인구
워싱턴 지역의 실제 한인 인구수는 미국 센서스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바로 매 10년마다 실시되는 미국 인구조사작업(센서스)가 한인 인구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느냐는 것.
조사 결과 응답자의 21.5%가 2000년 센서스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최하 2만3,424명 정도가 누락된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누락율(21.5%)를 적용하면 2000년 3월 센서스 실시 당시 워싱턴 지역 한인 인구는 10만8,954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당시 센서스 통계는 8만5,529명이었다.
또 2000년 3월 이후 3년 반 이상 증가 수를 합하면 12, 13만이라는 추산치도 가능하다.
이 같은 누락율을 전국적으로 적용할 경우 미국내 한인 실제 인구는 센서스 결과인 107만 명을 훨씬 넘는 136만 명 이상으로 추산 가능하다. 또 불법체류자(센서스국 추산 한인 불체자 18만 명)를 합하면 이보다도 훨씬 늘어나게 된다.
세대주의 평균 연령은 48세로 나타났고 가구당 규모는 3.7명으로 집계됐다.
*이민햇수 및 거주신분
워싱턴 한인들의 평균 미국 거주 햇수는 17년으로 나타나 아직 한인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이민자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독립된 가정을 형성하고 있는 2세나 1.5세는 아직 전체의 12.2%에 불과했다.
또 대부분 한국에서는 대도시에 거주했으며 70%가 이민오기 전 서울에서 살았다.
미국 시민권자는 한인 전체인구의 과반수가 넘는 58.1%로 집계됐다. 워싱턴 한인 수를 15만 명으로 추산할 때 8만7,000명 정도가 참정권을 갖는 미국 시민으로 살고 있다.
비 시민권자 중에는 영주권자가 69.8%였으며 4분의 1 정도가 합법 비자 소지자로 집계됐다.
*교육수준
교육수준은 매우 높아 응답자 중 33.9%가 4년제 대학 졸업자였으며 25.8%는 대학원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자가 거의 60%에 달하는 것이다.
이 수준은 미국인 전체와 비교할 때 월등히 높으나 아시아계 타민족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2000년 센서스 결과 중국계 미국인은 52%, 인도계는 64%가 대졸 이상의 학력을 소지하고 있었다.
*정치적 적응
워싱턴 한인들의 주류 정치 참여의식은 다소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권자 중 46%만이 선거에 늘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이익과 직결되는 부문의 정치활동에는 적극적 자세를 보여 이중국적에 대해서는 77%가 찬성의사를 표시했다. 또 36%가 한인사회의 관심사 중 미 주류사회 적극적 진출을 최우선순위로 꼽았다.
반면 우리 문화의 보존과 모국 통일에의 기여를 1순위로 꼽은 응답자도 56%에 달해 아직 미주 한인은 모국에 대한 관심과 미국에 대한 관심이 함께 양립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인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긍정적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또 여전히 1세 위주의 한인사회를 벗어나지 못해 한국과 미국의 정치활동 중 아직도 22.4%가 한국 쪽에 더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미국 쪽이 31.4%, 양쪽 모두란 답이 30.4%였다.
*통일에 관한 인식
모국의 통일은 무려 91.4%가 ‘희망’을 밝힌 민족의 최대 과제였다. 방법론에서도 80.3%가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통일국가를 원했고 10%만이 양국 체제를 인정하는 2체제 통일을 선호했다. 9.3%는 체제 이전에 결합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공산독재정권은 반대(84.9%)하지만 국민들에게는 한겨레로 일체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10명 중 1명 이상(11.7%)은 북한을 적국으로 생각하고 있어 한인사회가 아직 북한에 대해서는 양분된 견해를 갖고 있음을 알게 했다.
*선호 정당
한국 정치에 대해서는 실망감이 커 좋아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75.5%에 달했다.
미국 정당으로는 민주당 선호(39.9%)가 공화당(23.3%)를 앞섰다. 이는 전국적으로 아시아계들이 공화당을 더 지지하고 있는 사실과 상당히 다른 결과여서 워싱턴 지역 특유의 상황인지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응답자들 중 실제로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알 고어(46.6%) 후보를 부시(28.9%) 대통령보다 훨씬 더 지지했다.
*경제적 적응
한인들의 경제적 성취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소득의 중간값이 4만7,500 달러, 가구 소득의 중간값은 8만 달러로 집계돼 미국 센서스에서 나타난 전체 개인소득(중간값 2만6,000 달러), 가구당 소득(5만1,200 달러)보다 월등히 높았다. 2세들의 소득수준은 1세 세대주보다 높아 개인, 가구 모두 2만 달러 정도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지난 센서스에서 나타난 한인들의 소득수준(개인 2만, 가구 5만 달러)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여러 가지 분석을 가능케 한다.
우선 워싱턴 지역이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등 요인으로 타 지역 한인에 비해 소득이 높을 수 있으며, 또 지난 센서스 때 한인들의 소득수준이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즉 실제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비즈니스 관행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한인종사 직종
직종에서는 타 지역에 비해 전문직 종사율이 상당히 높으나 자영업 비율이 타 민족에 비해 높은 한인들의 직업형태는 워싱턴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1세의 41%, 2세의 24%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워싱턴 지역 한인들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무려 83.5%가 “만족하고 있다”고 밝혀 엄청난 직업만족도를 보였다. 이 만족도는 2세가 더욱 높아 세대가 흐를수록 경제적 안정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워싱턴 지역의 특이한 현상 중 하나는 36%에 달하는 많은 응답자가 이민 오기 전부터 전문직을 갖고 있었고 경영에 참여하는 매니저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또 81.9%가 이민 오기 전 중산층 이상의 계층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답해 근래 한인들의 이민 경향이 가난한 사람들이 호구지책으로 이민을 오기보다는 살만큼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경제적 기회와 정신적 여유를 누리기 위해 이민 오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또 40% 가까운 응답자들이 한국에 정기적으로 송금을 하고 있으며 약 22%에 해당하는 응답자들은 한국에 재산을 가지고 있거나 투자를 하고 있어 경제적 활동에 있어 두 나라를 넘나드는 현상(transnationalism)이 적지 않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최근 들어 두드러지는 미주 이민자의 새로운 현상이며 이와 관련, 이민을 오면 모국을 등지게 된다는 전통적인 모국관에도 큰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민 경로 및 동기
가족 초청(35.3%)과 취업이민(29.4%)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유학(16.5%), 결혼(7.3%)과 여행 및 방문(6.3%) 등 일시적 체류비자를 갖고 우선 입국했다가 영구 정착의 과정을 밟고 있는 숫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 동기는 자녀 교육(16.8%), 경제적 기회(15.2%), 본인의 성장과 교육기회(21.5%) 등 잘 알려진 이유와 함께 “외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펼쳐보고자 하는 희망에서”라는 대답이 24.6%에 달해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과 개척 의욕이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 이처럼 한인들은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어 이민 온 후 설정해 놓은 동기의 관철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주류사회의 이념을 빨리 받아들여 사회적 적응도 그만큼 빠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민 만족도
따라서 이민 생활에 대부분 만족(매우 만족 39.3%, 그런 대로 만족 51.8%)하고 있으며 미국을 조국으로 생각하고 영구히 미국에서 살 계획(71.6%)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한국으로 영구 귀국할 계획을 갖고 있거나(6.6%),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있는사람(21.8%)도 있어 이민 1세가 보여주는 심리적 불안과 경계성(marginality)는 한인사회에도 어쩔 수 없음을 보여줬다.
인종차별은 24.1%만이 겪지 않았다고 답하고 ‘직접 경험’ (57.2%), ‘확실치 않다’ (18.4%) 등의 응답이 많아 소수민족으로서 적지 않은 인종차별을 경험하고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송 노출도
지난 90년대부터 급속히 확대된 모국 TV의 보급은 이민자들에게 명암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즉 한국어로 된 모국 방송프로가 정서적 안정, 민족적 정체감 형성에 도움을 주지만 미국생활에 필요한 언어, 문화 습득을 더디게 하는 양면이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워싱턴 한인들은 4분의 3이 1주일에 2시간에서 10시간까지 모국 방송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혀 안 본다는 응답자는 23.6%였다.
*지역사회 참여도
한인들의 지역사회 참여는 매우 저조했다. 무려 84%가 봉사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한편 50달러에서 많게는 5,000달러 이상까지 기부금을 낸 사람이 78.3%에 달했으나 이는 자신들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 낸 헌금이 포함되어 있어 교회출석율이 높은 한인들이 한인사회 이외의 지역사회에 어느 정도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언어능력
이민자들의 사회참여와 동화 정도는 언어능력과 상당 부분 직결되어 있다. 워싱턴 지역 한인 중 영어 사용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23% 였다. 집에서도 주로 영어만 쓰는 가구는 14% 정도였다.
또 한국사람이 아닌 친구를 갖고 있다는 응답이 9.4%에 불과할 정도로 한국사람끼리 어울려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교사회의(PTA) 참여 비율도 46%에 그쳐 높은 교육열과는 또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정체성
스스로의 정체성과 관련해서는 자신을 한국계 미국인(Korean American)으로 인식하는 숫자(46.8%)보다 한국인으로만 인식하는 사람(50.8%)이 아직 많았다.
그러나 응답자들이 희망하는 자녀들의 정체성은 ‘한국계 미국인’(76.1%)이었다. 또 거의 대부분(96.8%)이 자녀들이 한글을 습득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정보를 얻는 매체는 미국TV(36.7%), 한국신문(31.7%), 한국 TV(8.3%), 미국신문(7.3%), 영어 인터넷(3.7%) 순이었다. 또 인터넷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수도 68.8%에 달했다.
*종교활동
미주 한인 이민의 높은 종교활동 참여도는 타 민족과 비교할 때 매우 독특한 현상이다.
우선 이민 오기 전과 후의 참여 정도에 대해 이민 후 더 열심히 종교활동을 하고 있다는 대답이 62.7%로 집계돼 이민사회의 한 특징을 보여줬다.
종교별로는 개신교가 78.7%로 압도적으로 많고 천주교(17.4%), 불교(3.5%), 기타종교(0.4%) 순이었다. 천주교를 포함한 기독교가 무려 96.1%를 차지해 거의 전부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은 상황이다.
종교활동은 대부분 한국사람끼리 해 94.7%가 한인교회에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차례나 제사 같은 전통 제례는 이민 전에는 56.4%가 지내다 이민 후에는 13.9%만 지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51.6%는 전통적 방식은 아니나 수정된 방법으로 조상에 대한 예를 드리고 있다고 답해 전통적인 조상숭배 사상이 이민과 함께 약화는 되었지만 사라지지는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2세들도 81.6%가 종교활동을 하고 있어 1세보다는 못해도 매우 높은 참여도를 보였다.
*분야별 적응 편차
결론적으로 워싱턴 지역 한인사회의 인구는 지난 2000년 센서스에서 약 22% 정도 누락되었고 경제적으로는 매우 높은 동화와 적응도를 보이고 있으나 정치, 사회, 문화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동화 적응도가 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한인사회 내부적으로는 동화와 적응을 잘 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크게 나누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사 방법
워싱턴 한국일보가 이민 100주년 워싱턴 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정통 여론조사 기법을 동원한 미주 한인 이민사회 최초의 실태조사라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조사팀은 우선 지역 전화회사 버라이전의 전화가입자 명부(Super Directory)에서 한인 성씨를 가려내 2만4,000가구의 한인 명단을 확보하고 가구당 평균 가족수 3.7명, 전화명부 누락율 5%를 감안한 추정 지역 한인인구 8만9,000명을 조사, 모집단으로 선정했다.
조사팀은 이 중 DC와 메릴랜드, 버지니아 인구비례에 따라 무작위 추출, 1,200명의 응답대상자 명단을 만들고 이들에게 설문지를 우송했다.
워싱턴 지역 한인의 현 상황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적응 및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총 69개 항목의 설문지는 한글과 영문, 두 가지로 작성돼 2세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도 응답자들이 설문지를 보내오고 있는 상태이나 우선 11월말까지 응답한 303명으로 1차 분석을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사회학자 권오균 박사(연방법무부 교정국 연구평가실)가 기술적 부분 전반을 지휘하고 조지 워싱턴 대학 국제경제학 석사과정의 이상민, 임성우 씨가 실제 자료수집에 필요한 제반 업무를 담당했다. 기념사업회 채영창 부회장과 한국일보가 사업에 필요한 제반사항의 중재를 맡았으며 9월부터 2개월간 4명의 조사요원이 추가 투입돼 독려전화 등 조사작업의 진행을 도왔다.
<권기팔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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