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비즈니스 시야를 넓혀라”
한인시장만으론 성장 한계점
외곽상권마저 ‘한인끼리’안돼
2004년 새해가 밝았다. 미주한인 이민사의 또 다른 한 세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민 100년의 궤적을 지나며 한인 경제력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 ‘소수계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아직도 대다수 한인 비즈니스는 타운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머물고 있다. 한인비즈니스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특정업종 편중탈피
타민족을타운으로
한인전용 상가지양
2~3세들 네트웍화
■특정업종 편중 탈피하라
한인 경제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97년 센서스에 따르면 미국내 한인 비즈니스 경제규모는 연 460억달러, 99년 기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상회한다. 미 전체 기업의 비중은 0.65%. 이들 비즈니스가 고용하는 노동력도 33만여명에 달한다. 뉴욕 한인청과상의 경우 히스패닉 1만여명이 근무한다.
하지만 이민 1세기가 지나도록 한인들의 특정 업종·한인타운 편중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가족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3D’업종이나 언어에 불편함이 없는 한인대상 타운 비즈니스에 국한되고 있는 것이다. LA, 뉴욕 등의 타운 상권은 여전히 한인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보험, 요식, 학원 등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한인타운의 포화와 함께 주류사회 진입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새 비즈니스 수요가 백인이나 비한인 공략이 아닌 한인만 겨냥, 주류 비즈니스와의 단절은 물론 권리금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물정 모르는 한국 투자이민 자본까지 밀려들며 타운 업소들의 권리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LA 한인상의 김태연 사무총장은 “한인 경제의 지속적이고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서비스업 일변도에서 탈피, 제조업과 IT(정보기술) 진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한국의 자본 유치 ▲다운타운 업체들의 대형화 모색 ▲범 커뮤니티적 홍보 활성화 등을 꼽았다.
■외국인에게 편리한 타운으로
미 주요기업들 조차 불황 타개책으로 구매력이 큰 히스패닉과 아시안 마켓에 대한 공략에 나서고 있는 점은 한인들에게도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인타운의 경우도 비한인 고객들이 몰려들며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맞는 타운업소들의 준비는 아직 미비하다. 특히 많이 개선됐다지만 아직도 많은 업소들이 한글 간판만을 고집하고 있다. 영어 간판이 타인종 고객유치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은 이미 관련 기관의 조사를 통해서도 밝혀진 바 있다. 상의 관계자는 “업주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간판 바꾸기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많은 외국인들이 타운에 들어오면 무엇을 취급하는 업소인지를 구분이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글간판은 자칫 타인종들은 아예 손님으로 받지 않겠다는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다”며 “한글은 작게, 영어는 크게 만든 간판은 비즈니스에도 도움을 주고 보다 활기찬 타운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어 간판 뿐 아니다. 중국계 일간지인 ‘세계일보’의 필립 이 기자는 “한인타운의 식당을 자주 찾고 있지만 종업원들이 영어에 익숙하지 않고 한글로만 된 메뉴도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버몬트가의 한 한의원은 한글 간판은 작게 하고 스패니시와 영어를 크게 부각시켜 놓고 마케팅은 히스패닉 커뮤니티에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이 한의원은 환자의 90%가 히스패닉일 정도로 고객 다변화에 성공했다.
기아차 딜러인 ‘하우스 오브 기아’ 관계자는 “한인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2년 전부터 주류와 소수계 마케팅을 시작했다”며 “타운내 히스패닉, 흑인 등 소수계를 유치하기 위한 타인종 직원 채용을 늘린 것도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신규 상권, 비 한인 시장 공략 기회로
한인 상권은 LA 한인타운을 모태로 점차 외곽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밸리, 어바인, 풀러튼 등 한인 밀집지역에는 어김없이 새 상권이 태동하고 있다. 밸리 리시다의 경우 대형 마켓은 물론 한인 상가가 새롭게 들어선다. 이 샤핑몰은 북부 밸리 지역의 한인 중산층을 겨냥, 보다 고급스럽게 꾸며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새 상권이 계획 단계부터 한인만을 겨냥하고 있어 신규 비 한인 고객 창출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다인종 상권은 경기침체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점을 알면서도 당장 확실한 구매력이 보장되는 한인 위주 상가로 만드는 것이다.
대형화 고급화 차별화를 통해 타인종 시장을 개척한다면 보다 바람직한 한인경제력 신장은 물론 코리안에 대한 지도와 이해도를 넓히는 데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특히 한인 전용 상가는 한인들이 응집력이 유달리 강한 소수계라는 인식만 심을 수 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3세 네트웍을 구축하라
한인 2-3세들이 비즈니스의 주축으로 나서고있지만 이들을 연결할 고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상대회에서 많은 미주 비즈니스맨들은 중국의 화상을 예로 들며 한상들도 광범위한 네트웍을 구축, 한인 비즈니스를 이어줄 가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연방정부 정보기술(IT) 수주 분야에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STG사의 이수동 회장도 “한인기업들도 중국 화상 네트웍이나 유대인 단체들처럼 끈끈한 연대를 이뤄야하며 전 세계는 물론 미국의 한인 기업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한인단체가 1세와 2세 위주로 확실히 구분되어 있다”며 “경제단체의 경우 특히 2세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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